‘5차 산업혁명’의 시작…양자컴퓨팅 ‘가속화’

MS '마요라나1', 구글 '윌로우' 양자컴퓨팅 칩 등 상용화 기대감 기존 ‘비트’ 개념 뛰어넘는 얽힘의 ‘큐비트’로 초고속 연산 속도 최근 초전도체, 이온트랩, 광자 등 다양한 큐비트 구현 기술 등장 안정적 큐비트 ‘결맞음’ 등 한계 극복 관건, “빠르면 5년 내 상용화”

2025-02-26     이상영 기자
양자컴퓨팅 이미지. [익스트림테크]

[중소기업투데이 이상영 기자] 얽힘과 중첩의 원리를 기반으로 하고, 장차 초전도체를 지향하는 양자컴퓨터 상용화를 향한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현재의 복호 기반 암호화 등을 뛰어넘는 양자암호가 주목받고 있고, 이를 풀수 있는 양자컴퓨터의 유용성이 강조되기도 한다. 이에 디지털혁명의 ‘비트’ 원리를 뛰어넘는 큐비트(얽힘)를 기반으로 한 ‘5차산업혁명’의 시작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MS, 구글 등 ‘상용화’ 카운트다운 앞당겨

그런 가운데 지난 주 마이크로소프트가 다시 획기적인 '위상 초전도체'를 사용한, 손바닥만 한 크기의 양자 컴퓨팅 칩 '마요라나(Majorana) 1'을 개발해 새삼 양자컴퓨팅 상용화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는 지난해 구글이 자체 개발한 양자 칩 '윌로우'(Willow)에 이어 양자컴퓨팅의 상용화를 가속화하는 기술로 평가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개발한 '마요라나 1'은 현재의 컴퓨터로는 불가능한 막대한 양의 정보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 다만 온도 등 외부 환경 변화에 취약한 것으로 밝혀져, 이를 해결하는게 상용화의 관건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럼에도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번 칩 개발을 계기로 양자 컴퓨터 시대가 몇 년 안에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이런 취약점과 오류 가능성을 해소하는게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앞서 구글도 자체 개발한 ‘윌로우’ 칩을 장착한 양자 컴퓨터를 공개했다. 그러면서 “성능 실험 결과 지구상에서 가장 빠르다는 휴렛 패커드의 슈퍼컴퓨터인 ‘프론티어’를 능가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CES2025에서 젠슨 황이 “수 십 년은 지나야 양자컴퓨팅이 상용화될 것”이라고 하면서 그 시점을 둔 논란이 새삼 불거지기도 했다. 이에 지난 2011년 세계 최초로 양자컴퓨터 상용화에 성공한 ‘디웨이브 퀀텀’의 CEO 앨런 바라츠(Alan Baratz)는 “이미 본사의 양자컴퓨터가 상업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런 가운데 등장한 MS 애저 퀀텀 플랫폼의 ‘마요라나1’ 칩 개발과, 그 직전 구글의 ‘윌로우’ 칩 개발은 “앞으로 3~5년 안에 상용화가 가능하다”는 MS 빌 게이트의 예측이 단순한 과장이 아님을 뒷받침하고 있다.

경이로운 연산 속도…“신의 경지에 도전” 비유

양자컴퓨터는 그러면 왜 디지털혁명을 뛰어넘는 ‘5차산업혁명’의 키워드로 읽히고 있을까. 이는 기존 0과 1에 기반한 디지털혁명, 즉 ‘비트’의 개념을 뛰어넘는 중첩과 얽힘, 즉 ‘큐비트’라는 양자역학 특성을 활용한 것이다. 4차산업혁명의 최신 키워드인 ‘AI컴퓨팅’을 뛰어넘는 것은 물론, 이와 결합한 새로운 ‘AI 퀀텀’의 지평을 열 수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이는 한 번에 하나씩 정보를 처리하는 기존 컴퓨터 대비 연산 능력을 크게 뛰어넘는다. 현존 인류의 숫자 감각으론 해독이 불가한 (경→해→자년(年)×10=)10자년이 걸리는 연산을 단 5분만에 해낼 수 있다보니, 신(神)의 경지에 도전한다는 비유도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엔 초전도체, 이온트랩, 광자 등 다양한 방식을 사용해 양자컴퓨터의 기본 연산 요소인 큐비트를 구현할 수 있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기술매체 익스트림테크나 기술예측 사이트 ‘맥시멈 트루스’ 등은 “최근 가장 연구가 활발한 방식은 초전도 양자 컴퓨터”라며 최근의 핵심적 연구 기류를 전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구글이 2019년 발표한 ‘시카모어’와 IBM이 발표한 'IBM Quantum System One' 모두 초전도 회로를 이용한 초전도 양자 컴퓨터다.

초전도는 금속 또는 합금 등을 절대온도 0도에 가까운 극저온 상태로 냉각할 때 전기저항이 0에 가까워지는 현상을 말한다. 초전도체는 전기저항이 없어 에너지 손실이 없고 강한 자기장을 만들 수 있다. 이 물질을 양자 컴퓨터에 이용하면 정보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초전도 양자 컴퓨터의 핵심 요소는 '조셉슨 정션(Josephson Junction)'이다. 이는 두 개의 초전도체 사이에 얇은 비-초전도체를 둔 구조로 쿠퍼쌍(Cooper Pair)이라는 전하 운반자가 이 절연층을 터널링 효과를 통해 통과할 수 있게 한다. 이를 통해 전류가 전기저항 없이 흐를 수 있어 양자적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여기서 쿠퍼쌍은 아주 낮은 온도에서 2개의 전자가 한 쌍을 이뤄 안정한 상태일 때 만들어진 전자쌍을 말한다.

“초전도 양자컴퓨터는 극저온 환경에서 초전도체를 활용해 정보를 처리하며 0과 1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는 '중첩'과 여러 큐비트가 서로 영향을 주는 '얽힘' 현상을 이용해 기존 컴퓨터보다 훨씬 빠른 연산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초전도 양자컴퓨터에서 큐비트는 전류의 상태를 조작하는 방식으로 동작한다. 큐비트 방식에 따라 현존 양자컴퓨터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IBM과 구글이 개발하는 대부분의 양자 컴퓨터는 앞서의 ‘조셉슨 정션’을 기반으로 전송하는 트랜스몬 큐비트 방식이다. 구글은 “기존의 전하 기반 큐비트보다 전하 잡음에 덜 민감하고, 안정성이 뛰어나다”는 설명이다.

또 하나는 자기 플럭스의 양자화를 이용해 정보를 저장하고 연산을 수행하는 ‘플럭스 큐비트’ 방식이다. 이는 특정 자기장의 방향에 따라 0과 1의 상태를 구별할 수 있으며, (얽힘, 즉 큐비트 방식에서) 높은 ‘결맞음’을 유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제작 과정이 어렵고 환경 변화에 민감하다는게 단점이다.

 양자컴퓨팅 이미지. [픽사베이]

세계 주요 퀀텀 플랫폼이 기술혁신 견인

실제로 세계 양자컴퓨팅 기술은 주요 퀀텀 플랫폼을 중심으로 미국과 유럽, 한국, 중국, 일본, 호주, 캐나다 등 주요국이 앞다퉈 상용화를 목표로 한 기술 발전이 가속화되고 있다. 그런 발전의 중심엔 IBM Qiskit, 쮜리히 공대의 ProjectQ, 아마존의 Amazon Braket, MS 애전 퀀텀, 캐나다 컴퓨팅 기업 자나두의 ‘Xanadu PennyLane’ 등의 플랫폼들이 있다.

이들 플랫폼들은 양자프로그램을 구현하기 위한 다양한 기능과 실행을 위한 시뮬레이터 및 하드웨어를 제공한다. 즉 세계 양자컴퓨팅 기술 발전의 ‘엔진’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은 양자회로 구성 및 시각화, 실제 하드웨어, 다양한 기능의 백엔드, 플랫폼 간 백엔드 상호작용 기술을 제공한다.

또 아마존 브라켓은 양자 하드웨어를 제공하는 다른 업체의 디바이스에 접근할 수 있는 기술을 공개했으며, MS 애저 퀀텀은 유연한 클라우드 및 로컬 실행 환경, 그리고 자나두의 페니레인은 양자인공지능과 고전 인공지능을 결합하기 위한 다양한 기능, 그리고 다른 양자컴퓨팅 플랫폼들과의 호환 기술을 개발했다.

양자게이트 오류 제거, 안정적 ‘결맞음’ 등 난제도

양자 컴퓨터가 실용화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먼저 큐비트의 ‘결맞음’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게 문제다. 큐비트는 외부 환경과 상호작용하면서 자칫 양자 상태가 깨질 위험이 크다. 따라서 노이즈가 발생하면 중첩 상태가 무너지면서 연산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오류율을 낮추는 것도 관건이다. 현재는 양자 게이트의 오류율이 높아 장기간 연산을 수행하는 것이 어렵다. 당장 상용화가 힘든 이유이기도 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양자 오류 정정(Quantum Error Correction) 기술 개발이 필수적이란 전문가들의 주문이다.

큐비트의 규모를 확장해야 하는 것도 문제다. 대규모 양자 컴퓨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수천개에서 수백만 개의 큐비트를 연결해야 한다. 그런 과정에서 현재 기술로는 대량의 큐비트 간의 상호작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어렵다. 이를 안정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기술 또한 상용화의 필수 조건이다.

이같은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국이 앞다퉈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특히 양자 오류 정정 기술을 도입해 더 안정적인 양자 연산이 가능하도록 하는게 경쟁의 관건이다. 그럼에도 현재의 기술 양상을 보면, 양자 컴퓨터는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르다.

이에 양자컴퓨팅은 초고속 연산이 필요한 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상용화를 앞당길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10~20년 내에 양자 컴퓨터가 실용화돼 금융, 제약, 인공지능 등 다양한 산업에 혁신을 가져올 것”이란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전망이다. 이미 주요국들은 양자컴퓨터 주도권 확보를 위한 국가적인 지원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같은 기술 발전에 힘입어 글로벌 양자컴퓨팅 시장 규모는 연평균 20.1% 성장해 2031년 32조 원 수준까지 확대될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에서 대표적인 양자컴퓨팅 전문가로 알려진 서화정 한성대 부교수는 “각 플랫폼에서 지원하는 시뮬레이터와 하드웨어를 사용하여 큐비트별 회로 실행시간 측정을 수행한 결과, 아직은 30 큐비트 정도에 그쳐 활용 가능한 범위가 제한적”이라고 했다.

그는 또 일련의 연구보고서에서 “양자컴퓨팅 플랫폼에서의 양자인공지능을 중심으로 응용 기술을 보면, 당장은 안정성과 가용 큐비트 수의 제한으로 인해 실질적인 활용에 한계가 있다”면서도 “양자컴퓨터 개발을 선도하는 기업들이 지금처럼 활발하게 양자컴퓨터와 문제 해결을 위한 연구를 수행한다면 멀지않아 더욱 안정화된 양자컴퓨팅 환경이 도래할 것”으로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