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고] 소상공인을 살리는 정책혁신이 시급하다

나도성 중소기업정책개발원 이사장, 경제학박사 전 중소기업청 차장

2025-01-01     중소기업투데이
나도성 중기정책개발원 이사장(전 중소기업청 차장) 

 9546은 무엇? 소상공인의 국민경제 위상

“9546을 아십니까. 9988은 아시지요. 그러면 9981은요.”

2025년 을사년 새해를 맞아 한국 사회에 던지는 질문이다. 

정해진 룰도 없이 탄핵과 비상계엄의 오징어게임이 펼쳐지고 있다. 넷플릭스 드라마 보다 실감나는 현실이다. 게임의 승자는 과연 뭘 기대할까.

9981과 9546이 모두 널브러진 상황에서 차곡차곡 쌓인 돈덩어리. 공동체가 무너진 황량한 광야에서 이 뭉치돈은 무슨 의미를 가질까.

요사이 길거리 가게들이 너무 안쓰럽다. 그래서 이 골목 저 골목 열심히 찾아 다닌다. 안타까운 것은 공실들이 계속 쌓여만 간다. 엊그제 보았던 낯익은 사장님과 종업원들 모습이 사라졌다. 새롭게 단장한 가게들도 보이는데 대부분이 디지털화되었다. 젊은이들로 긴줄이 늘어선 노포도 종종 보인다. 그러나 대부분은 손님이 없어 울상이다.

서울페이가 나올 때마다 열심히 산다. 값도 5%, 10% 할인되니 소비 진작에 도움이 된다. 왠만한 가게는 사용에 어려움이 없다. 소비자로서 마음이 문제다. 내 이웃과 동행하겠느냐 하는 따스한 마음이 소중하다. 작금 국내외적 위기 상황이 겹쳐 소비가 꽁꽁 얼어 붙었다. 정치권이 오징어게임을 멈추는 것이 소비를 살리는 지름길이다.

‘9546’은 소상공인의 국민경제에서 위상이다. 2022년기준 전체 기업체수의 95%, 종업원수의 46%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소상공인은 ‘제조업·운수업·광업·건설업 10인미만, 기타 유통·서비스업 5인미만인 소규모 사업체’를 말한다. 사업체 규모로 봐서 ‘대기업-중견기업-중기업-소기업-소상공인’ 사다리에서 맨 밑바닥이다. 소상공인 사업체수는 734만개에 달하고 종업원수는 1046만명이다. 국민경제의 근간이자 지역경제의 기반이며 정치,사회의 안전판이다.

‘9981’은 소상공인을 포함하는 중소기업을 말한다. 2022년 기준 전체 기업체수의 99.9%, 종업원수의 81%를 차지한다. 그 중 ‘소기업’과 ‘중기업’을 다 합하면 전체 기업체수의 4.9%, 종업원수의 35%를 점유한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기업체수로는 0.1%, 종업원수는 19%에 불과하다.

필자가 공직에서 활동했던 20여년 전에는 중소기업 정책브랜드를 ‘9988’이라 했다. 중소기업이 전체 기업체수의 99% 그리고 종업수에서 88%를 차지했다. 중소기업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100세 장수기업이 되자는 의미에서 ‘99살까지 88하게 살자’고 했다. 20여년이 지나고 현재는 종업원수 비율이 7%포인트(88->81) 빠졌다. 통계적 오류도 있지만 그동안 중소기업의 생존력과 인력흡수력이 약화되었음을 보여준다.

소상공인 정책 현장의 구조적 실태

첫째, 소상공인 정책 현장에는 다양한 문제해결 분야가 제기되고 있다. ‘소상공인, 자영업자, 개인사업자, 프리랜서, 1인 창조기업, 골목상권, 영세업자’ 등 인구에 회자되는 용어다. 소상공인이 본격적으로 정부 정책의 대상으로 등장한 것은 DJ정권때 생산적복지개념을 도입하면서다. 그 전까지는 중소기업 정책에 소상공인은 포함되지 않았다. 대기업에 대한 상대적 약자이자 보호·육성할 대상으로 중소기업만을 주목했다.

최근들어서는 소상공인 정책이 중소기업정책을 압도한다. 특히, 코로나19 이후에 양극화가 심화되고 서민경제가 큰 애로에 봉착하자 소상공인에 대한 정책적 관심과 지원이 급증했다. 정치적 포퓰리즘도 가세했다. 한국 시장의 3불(불공정, 불균형, 불합리)현상이 심화되는 상황을 볼 때 소상공인 정책의 강조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다만, 아까운 국민세금으로 지원되는 소상공인 정책의 실효성과 효과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당국의 분발이 요구된다.

둘째, 소상공인의 기업성장을 가로막는 다산다사 생태계가 구조화되어 있다. 소상공인이 전체기업의 95% 비중을 지속 유지하는 핵심 요인이다. 소상공인의 기업유형을 보면 대부분인 87.9%가 ‘개인사업자’이다. 개인들이 생계유지를 위해 불가피 비즈니스에 뛰어들기 때문이다. 기업가적 경영을 위한 ‘법인기업’ 형태는 12%에 불과하다. 개인사업자라고 기업가적 경영을 하지말란 법은 없다. 그러나 개인소득과 사업소득이 혼재되는 경우 기업가적 활동은 제약을 받는다. 당장 먹고 살려다 보니 개인사업자 창업이 2023년 114만 7000개에 달했다. 반면 사업이 어려워 폐업한 경우도 91만개에 달했다. 폐업하지 않고 휴업중인 개인사업자도 많다. 그야말로 다산다사의 생태계가 구조화되었다. 소상공인 정책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 필요한 이유이다. 기업가적 소상공인 유인을 위한 ‘법인화’ 유인이 시급하다.

셋째, 코로나19 이후 심화되고 있는 소상공인 경영환경의 악화이다. 경기침체, 온라인 시장 전환, 디지털기술 확산, 그리고 인구구조의 변화까지 악재가 겹쳤다. 트럼프 등장으로 고환율 지속, 국내 주식시장 불확실성 확대, 주요 수출업종의 수익성 악화로 한국경제의 전망은 더 어둡다. 더구나 오징어게임을 벌이는 정치적 리스크가 위기를 가중시켰다. 소상공의 어려움은 개별 사업체 차원을 넘어선 구조적 문제이다. 과당경쟁, 판로 개척 및 확대 어려움, 매출 및 영업이익 감소, 높은 폐업률, 구인난 등이 심화되었다. 상권의 쇠퇴, 근거리 위주 상권의 과밀화, 오프라인 판매의 감소, 인구구조변화에 따른 수요 변화, 글로벌 조달로 인한 가격경쟁 심화도 겹쳤다.

중소벤처기업부를 포함, 범정부적으로 소상공인을 살리고자 경영애로 해소를 위한 라이프사이클 정책지원과 함께 수요진작을 위한 자금의 직접지원을 강화하였다. 지역상권 활성화를 위한 지자체와 민간의 협업사례도 다수 등장했다. 커피메카 ‘강릉’, 서핑 성지 ‘양양’, 제주 맥주, 인천 개항장거리, 군산 영화타운, 충주 댄싱사이더, 속초 칠성조선소, 공주 제민천거리 등이 그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협력한 성공사례도 있다. 1000원샵의 개념으로 중소기업제품을 모아서 파는 ‘다이소’, 중소 화장품 업계를 모아 브랜드화한 ‘올리브 영’의 사례도 있다. 유명인이 골목상권 살리기에 앞장선 ‘백종원 예산시장’도 돋보인다. 아직 갈길이 멀다. 9546을 살리기 위한 근원적 정책혁신이 시급하다. 그 핵심 키워드는 바로 ‘유형별 맞춤형 지원’이라 할 것이다.

 소상공인 유형별 맞춤형 지원 제안

한국의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법적, 제도적, 정책적 시스템은 너무나 촘촘하고 다양하게 잘 구비되었다. 다만, 그 내용들이 산업화시대의 개별기업 육성에 맞춰있다. 디지털 네트워크 시대의 공존과 협업촉진에는 미흡하다. 개별기업 지원·육성 정책도 특성별 맞춤형보다는 총체적 일괄지원 방식이다. 소상공인 숫자가 많고 복잡다기하며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서 자칫 선별 맞춤형 지원을 하는 경우 특혜를 우려하기 때문이다. 한국 소상공인이 직면한 구조적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근원적 해결책을 고민해야 한다. 세가지 핵심 사항만 제언코자 한다.

첫째, 복잡다기한 소상공인 현장을 제대로 파악하여 정책 대응을 할 수 있는 구조화되고 정치한 분야별 통계수치의 개발 및 활용이다. 소상공인을 9546이라 했다. 총체적인 소상공인의 국민경제상 위상이다. 맞춤형 정책지원을 위해서는 기업형태별, 성장단계별, 업종업태별, 지역별 다양한 기준의 통계기법 및 수치의 개발 및 활용이 필요하다. 이러한 맞춤형 통계자료가 차곡차곡 축적이 될 때 비로소 맞춤형 정책개발과 실행이 가능하다.

둘째, 기업가적 소상공인 육성을 위해 개인사업체의 법인화를 유인하는 것이다. 현재 소상공인의 주류는 생계형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개인사업자 형태이다. 소상공인이 기업가적 성장사다리에서 튼튼한 밑바탕이 되고 신속히 성장해 나가기 위해서는 창업단계에서부터 기업가적 경영마인드로 무장해야 한다. 그 시작이 바로 개인소득과 사업소득의 분할이다. 개인사업자는 개인소득과 사업소득을 구분하지 않는다. 기업가정신을 발휘하는 기본틀이 결여되어 있다. 소상공인 정책이 기업가적 기업정책으로 진화하기 위해서는 개인사업자의 법인화를 신속히 유인해야 한다.

셋째, 현행 소상공인 정책를 3가지 축으로 구분하여 맞춤형 정책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소상공인은 크게 3부류로 나눌 수 있다. ‘① 기회형 우량 소상공인 ② 생계형 생존 소상공인 ③ 한계형 휴·폐업 소상공인’이 그것이다. 기회형 소상공인에 대해선 스스로 역량을 극대화해 발휘할 수 있도록 규제완화, 공정거래 환경 조성, 기업가정신 발휘 촉진 등의 시장친화적 정책을 촉진해야 한다. 생계형 소상공인의 경우 공존과 협동의 사업이 활성화되도록 협력적 경영환경을 조성하여 공동의 경쟁력을 높이도록 하는 것이다. 끝으로 한계 소상공인은 자발적으로 신속히 사업에서 퇴출하여 다시는 창업으로 나서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재창업으로 나서더라도 실패를 교훈삼아 도전적 기업가정신으로 재무장토록 해야 한다. 자발적 퇴출도 개별 기업차원에 맡기지 말고 퇴출기업을 통합하여 새로운 전략상품화하는 것도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