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평 칼럼] 트럼프 현상의 시사점

대통령 소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위원장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2024-12-03     중소기업투데이
장태평 농특위원장

트럼프가 미국 47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45대 대통령으로 4년간 집권하면서 상식이나 예상을 뛰어넘는 행동으로 많은 기행을 남겼다. 고집과 독단이 심하다. 그가 다시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어 여러 나라에서 긴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와의 관계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 그는 특히 한국의 방위비 부담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한 면밀한 대비가 필요할 것이다. 트럼프는 많은 약점을 가지고도 국민의 절대적 지지를 받았다. 이유가 무엇일까. 이런 트럼프 현상을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트럼프 현상의 첫 번째 의미는 선진국의 우경화 현상이다. 트럼프의 승리는 미국 보수주의의 승리다. 보수 공화당이 상원, 하원, 주지사에서 다수가 되었다. 미국이 우경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미국 국민들은 그동안 평등, 차별금지, 동성애, 낙태, 성전환, 마약, 교육 등에서 좌파적 이념론자들의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PC)에 눈치를 보며 불만을 억누르고 있었다. 트럼프는 이는 가식적 가치라며, 보수적 가치를 확실하게 실천하겠다고 선포한다. 트럼프는 지나친 환경론자들의 기후변화와 환경 대응에도 반대한다.

참고로 최근 유럽에서도 우경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일부 나라에서는 심지어 극우 정권이 등장하거나 세력이 확장되고 있다. 이념에 편향되어 삶과 실질에 등한했던 좌파정부에 대한 반발이라 하겠다. 코로나19, 물가상승, 경기 침체, 우크라이나 전쟁, 공급망 위기, 에너지 파동 등으로 사회가 구조적 변화를 겪고 있다. 지난 번 농민들의 대규모 시위 후에 EU는 이해관계자들을 모아 ‘전략대화’를 진행하였다. 그 결과 원전반대, 탄소 제로, GMO 규제, 화학 농자재 억제, 동물권 규제 등 강한 환경 이념에서 한발 물러나는 방향으로 타협되었다. 그리고 개별 국가주의가 강해져서 EU의 통제력이 약화될 거라는 전문가들이 많아졌다. 트럼프의 재등장은 이런 세계적 흐름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둘째, 트럼프 현상은 경제우선주의다. 이념이나 체면보다는 경제와 생계가 우선이다. 손해 보는 장사는 안 한다. 그래서 그는 모든 정책에 경제적 효율성을 내세우고 있다. 그를 지지했던 일런 머스크를 정부효율성 장관으로 임명한 것도 상징적이다. 정부 기능을 축소하고, 비능률을 제거하겠다는 것이다. 전통적 정부행태부터 단호하게 혁신하겠다는 의지다. 그는 제조업을 중심으로 ‘국내경제 살리기’를 공약했다. 법인세와 소득세를 인하하고, 관세율을 높이고, 중국을 압박하고, 미국 기업을 살리겠다고 한다. 그래서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한다. 서민들은 이민자들이 자기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사회적으로 우월하게 되는 것도 불만이었다. 트럼프는 불법 이민자를 내쫓고, 앞으로는 이민을 억제하겠다고 한다. 여기에 기존 이민자들도 크게 동조했다. 지금 세계는 대전환 시대다. 극단적인 분화와 갈등을 겪고 있고, 풍요 속에서 굶주리고 있다. 빵을 주어야 한다. 경제 살리기를 통하여 지금보다 더 잘 살게 해주고, 일자리를 만들어 주고, 성장한다는 희망을 주어야 한다.

트럼프 현상의 세 번째는 국가우선주의다. 미국 국민들은 글로벌리즘에 식상해 있었다. 그동안 미국은 인권, 소수민족 보호, 지역분쟁 등에서 해결사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리고 NATO, 이스라엘, 우리나라와 일본 등에서 막대한 군사비를 지출하며 동맹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런 부담이 미국을 절름발이로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미국은 더 이상 호구가 아니며, 이를 동맹국의 부담으로 ‘터프하게’ 처리해서 미국의 부담을 크게 줄이겠다고 말한다. 지역 분쟁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한다. 신고립주의라 할 만하다. 국가우선주의는 유럽에서도 꿈틀거리고 있다.

트럼프 현상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우리나라는 지정학적으로나 경제구조면에서 외부의존도가 높은 나라다. 글로벌리즘이 약화되고 국가주의가 강화되고 있으므로 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 핵심국가와 긴밀하게 양자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경제의 자립력을 높이고 자강해야 한다. 지나친 환경주의나 경직된 노동 제도에 따른 경제적 고비용을 감소시켜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이나 불법쟁의의 손해배상을 배제 등 과도한 기업규제를 버려야 한다. 트럼프는 법인세와 소득세를 낮추겠다고 공약했다. 세계적 추세다. 우리는 오히려 올리겠다는 것이 국회 다수당 분위기다. 기업이 어디로 갈까? 트럼프는 친 기업 정책을 통해 위대한 미국을 다시 찾겠다고 한다. 세계의 모든 나라가 치열하게 기업지원에 경쟁하고 있다. 우리도 기업이 강해지도록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수출주도 국가이고, 기업이 발전시킨 나라인데도, 반 기업정서가 이념화되었다. 기업은 일자리와 소득을 창출하는 사회적 시스템이다. 이제는 세계와 경쟁하기 위해서 규모가 큰 기업이 필요하다. 대기업이 많아야 나라가 부강해진다. 기업을 억압하면, 다른 나라로 빠져나간다. 우리도 세상의 흐름에 뒤처지지 말고, 트럼프 현상을 주목해야 한다. 국가우선, 경제우선, 기업우선 정책을 펼쳐야 한다. 그러면, 자연스레 ‘위대한 대한민국’이 될 것이다.

 

※ 이 기사는 재외동포신문(https://www.dongponews.net)에서 제공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