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기업을 향하여"... 서린바이오 황을문 회장의 '마음경영'
㈜서린바이오사이언스 창업주이자 회장... 바이오인프라 전문기업 지난해 980억원 매출, '코로나팬데믹'에도 25% 성장 ‘자랑스러운 중소기업인 상’ 수상, 자중회 회장 역임 "기업은 사람의 삶을 담는 그릇", 전국에 '마음경영' 설파 "기업의 운명은 문화가 좌우, 문화는 직원들의 마음가짐" "이익을 무엇을 통해 얻고, 어떻게 쓰는가 고민해야"
[중소기업투데이 황복희 기자] 황을문 ㈜서린바이오사이언스 회장(71)은 헤어지면서 기자에게 ‘바이오와 주역’(도서출판 후아이엠)이라는 제목의 2019년 출간된 자신의 저서를 건넸다. 책 겉표지 날개에 적힌 저자 소개에는 ‘1984년 생명공학, 유전공학 관련 제품을 생산 공급하는 ㈜서린바이오사이언스 창업’이라는 문구와 함께 이런 글이 적혀있었다.
“기업은 사람의 삶을 담는 그릇이라는 경영철학으로 마음경영과 영성경영을 추진하고 있으며... 인간중심의 기업문화를 조성하고 있다.”
우주 삼라만상의 원리를 담은 학문인 주역을 본인의 업(業)인 바이오와 연관지어 생각의 얼개를 구성하고, 지난 40년 가까이 어떤 생각을 갖고 사람을 대하며 기업경영을 해왔는지가 한 권의 책에 담겨있었다.
㈜서린바이오사이언스(이하 '서린바이오')는 코로나팬데믹 전과 비교해 매출규모가 25% 성장했으며, 지난해 약 980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황 회장은 전국의 CEO과정과 조찬 세미나 등지서 3000차례에 걸쳐 강연을 할 정도로 기업경영의 롤모델로 공인받은 인물이다. 지난달 30일 판교 본사에서 만난 그는 “기업의 운명은 문화가 좌우한다”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서린바이오도 내년이면 창립 40주년을 맞아 장수기업으로 분류가 되는데, 100년 기업은 문화”라며 “기술은 돈을 주고 살 수가 있으나 문화는 그렇치않다”고 강조했다.
“문화는 임직원들의 일하는 마음가짐과 태도를 결정해준다. 단순히 월급받으니 일한다는 식의 ‘메이크 머니(make money)’는 절대 하지마라, 우리 직원들의 영혼이 담긴 매출액을 올려야한다. 허니 때가 되면 다 된다”는게 임원들에게 누누이 강조하는 얘기다.
서린바이오 연구소가 위치한 경기도 동탄의 서린글로벌센터를 방문하면 눈에 띄는 부분이 3가지 있다. 가장 햇볕이 잘드는 곳에 위치한 쾌적하고 편안한 분위기의 화장실과, 직원들이 걸어서 오르내리고 싶을 정도로 환한 공간인 비상계단, 그리고 특별히 공들여 가꾼듯 회사 곳곳에 싱싱한 기운을 불어넣고 있는 초록 화초들이 그것이다.
“직원들이 편안하고 쾌적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제일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동탄 건물을 설계할때 화장실, 비상계단, 화초, 이 3가지를 주문했습니다. 그 중 화장실은 직원들이 잠깐이지만 편안하게 ‘내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공간이어야한다는 생각에 특별히 강조했습니다. 보통 보면 건물마다 가장 어두컴컴한 곳에 비상계단을 둡니다. 저는 가장 밝은 곳에 화장실과 비상계단을 배치해 달라고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화초는 그 공간에서 일하는 사람의 에너지와 생기를 반영한다고 보기에 각별히 신경써서 가꿀 것을 당부합니다.”
황 회장은 올해로 29년째 재직한 강미옥 사장을 지난 2021년 각자대표로 세우고 본인은 이사회 의장으로서 역할과 직원들 교육에 집중하고 있다. 전체 교육, 팀장 교육, 이사 교육, 임원 티타임 외에 입사 기념일을 맞은 직원과는 일대일 대화를 나눈다.
“직원들이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를 갖게 하는데 가장 마음을 씁니다. 오늘도 여직원 2명과 미팅을 했는데 본인이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인식하게 해주는거, 교육에 있어 제가 하는 역할은 그거 외에 다른거 없습니다.”
현 강미옥 사장만 하더라도 대학졸업후 바로 입사해 회사의 지원으로 석·박사를 마치고 전문성을 갖춘뒤 오랜세월 황 회장의 생각과 경영철학을 체화하다시피 해 3년전 각자대표에 올랐다. 직원들이 혹여 창업자 눈치를 볼 수가 있다며 결제권을 강 사장에게 모두 넘겼다는 그는 “그 정도 못 믿으면 맡기지 말아야한다”며 “열정과 의욕을 가진 사람이 해야한다”는 말로 신뢰를 표시했다.
“물론 전부는 아니겠지만 주어진 일에 책임을 다한 직원들이 있었기에 지난 39년간 회사가 성장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서린인에게 감사한다는 말을 항상 합니다. 사실 그렇습니다. 돈은 남이 주는 것이지 내가 버는게 아닙니다. 우리 직원들이 고객한테 가서 제품을 설명하고 판매를 했을때 고객이 돈을 주는 것이지 내가 버는게 아닌거죠. 사람들은 보통 자기가 돈을 번다고 생각하는데, 고객 즉 남이 나에게 주는 돈입니다. 이 개념을 모르면 돈이 안옵니다. 그 차이가 큽니다.”
그래서 전문성이 있다고 돈을 벌 수 있는게 아니듯, 돈을 버는 방법이 있다고 황 회장은 말했다.
“마음경영을 15년째 해오고 있습니다. 그 전에는 10년가량 독서경영을 하며 많은 강연을 했었죠. 이제는 ‘사람의 마음’을 얘기하며 전국을 다닙니다. 처음 마음경영을 설파할 당시에 인간개발연구원 조찬강연에 가서 “일은 노동이 아닌 삶”이라는 이야기를 했어요. 당시만해도 참석자들이 이해를 못하더군요. 사람은 일을 통해서 성장하고 일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해야한다는 의미였어요. 단, 그 일을 하며 책임을 다할때 성장이 이뤄집니다. ‘책임’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런 말을 했다. “책임을 지려는 사람, 성장하려는 마음을 먹은 사람, 회사는 이런 사람이 한 명만 있어도 됩니다. 오래전부터 주변에 “사람의 마음을 경영합니다”라고 얘기했어요. 이 얘기가 귀에 들어가 지금은 고인이 된 장만기 인간개발연구원 회장을 알게 되었지요. 예를들면 저는 어느 회사든지 임원들이 외부사람을 만나 본인 이야기를 하면 그건 회사에서 ‘자기 일’을 하고 있다고 제 나름 판단합니다. 그렇치않고 본인 회사의 방향성과 핵심가치, 창업자의 경영철학에 대해 이야기 하는 사람, 그런 사람을 데려와야 하는거죠.”
대표이사의 관점에서 이야기 한다는 건 대표이사의 마인드를 키우고 있다는 증거이며 그럴때 보이는 세상은 완전히 다르다고 황 회장은 부연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기업인이 존경받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40년 이상 기업활동을 통해 사회에 기여한 존경받는 기업인을 위한 ‘기업인 현충원’을 조성하는 것도 오래전부터 구상을 했는데, 사회적인 분위기가 우선적으로 따라줘야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황 회장은 오랜 업력과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승계가 막힌 일본기업을 인수조건으로 물색중이라고 말했다. 그 기술을 그대로 한국으로 들여올 작정이다. 현재 해외진출 사업계획을 만들고 있다는 그는 “저렴한 인건비를 보고 중국, 베트남 등지로 많이들 진출하는데 해외진출할때는 시장을 보고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100년 기업을 내다보는 황 회장의 경영철학은 그의 저서에 잘 나타나있다.
“조선시대 거상 임상옥은 ‘장사는 돈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것이다’라고 했다. 또 일본의 마츠시타 고노스케는 직원들에게 ‘무엇을 만드는 회사냐고 누가 물으면 우리회사는 사람을 만듭니다’라고 대답하라고 말했다. CEO의 생각은 과거나 현재나 크게 다르지 않다. 나는 기업의 백년 역사는 사람을 남기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오늘날 기업경영은 단순히 많은 이익만을 내면 되는 그런 시대는 아니다. 이익을 무엇을 통해 얻고, 어떻게 쓰는가에 고민을 해야한다”는 글은 기업경영을 다른 각도에서 보게 하는 경구다.
황을문 회장은 1984년 서린과학을 창업, 해외에서 바이오 연구용 기자재를 들여와 판매하는 무역업으로 사업을 시작해 2000년 현재의 ‘서린바이오사이언스’로 사명을 변경, 바이오 연구개발 및 시약, 기기, 원재료, 서비스 등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는 바이오인프라 전문기업으로 키웠다. 2005년 코스닥에 상장했으며 신성장 동력으로 헬스케어를 장착해 글로벌 바이오 헬스케어 기업을 지향하고 있다. 은탑산업훈장(2010년)과 ‘자랑스러운 중소기업인 상’(중소벤처기업부, 2001년)을 수상했고 자중회(자랑스러운 중소기업인협의회) 회장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