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교 한국중소기업학회 회장, 계명대 경영학부 교수

 

신진교 한국중소기업학회장
신진교 한국중소기업학회장

최근 포스트 코로나의 중요성이 크게 확산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세계의 변화에 대한 예측과 이에 대응하려는 모든 노력들을 상징하는 개념으로 이해되고 있다. 이런 노력은 세계적인 산업 및 경제질서의 재편에 취약한 중소기업들에게 특히 요구된다.

우리 중소기업들은 코로나19가 가져다 준 비대면 경제로의 전환으로 인해 뉴노멀과 기존 산업생태계의 붕괴를 경험하고 있다. 비대면 경제는 사람없는 사업환경을 만들었다. 이에 완전 자율주행차와 자율주행 서비스의 개발이 획기적으로 앞당겨질 전망이다. 이미 중국에서는 자율주행 로봇이 생활용품들을 배송하고 있다. 원격근무 및 원격의료 역시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원격업무가 비효율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고정관념 때문에 매우 제한적으로만 적용되어 왔으나, 코로나 19로 인한 경험은 성과차이가 거의 없다는 것을 증명하였다. 교육시장 역시 원격교육과 대면교육이 결합되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론적인 지식의 전달은 원격교육으로 가능하지만 인성교육은 원격만으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과거 사람들의 사고와 행동에 의존하였던 제품 및 서비스의 생산과 유통이 ICT 기술에 의해 대체되고 있다. 말 그대로 인력의 활용이 없는 생산과 유통기능의 혁신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인간과 기계 사이의 협업과 역할 분담이 이루어지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접촉이 없어지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통합으로 사람없는 생산과 유통이 전개된다.

이런 뉴노멀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차원에서는 디지털 인프라 구축(데이터 수집 및 활용기반 구축, 5G 등 네트워크 고도화, AI 인프라 확충 및 융합 확산), 비대면 산업 육성, 그리고 SOC 디지털화 등을 골자로 하는 한국판 뉴딜을 추진 중에 있다. 그렇다면 중소기업 차원에서는 어떤 대응이 필요할까? 기본적으로는 개별 중소기업들이 기존의 그것과는 판이하게 다른 새로운 형태의 경영방식과 함께 기업문화의 획기적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향후에는 개인주의적 가치나 효율성 중심의 사고가 아닌 협력과 책임의 중요성이 부각될 전망이다. 경제의 지역적 블록화로 인해 무역장벽이 새롭게 나타날 것이고, 신자유주의의 퇴조와 함께 정부의 역할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신봉해 왔던 시장과 자유무역이라는 보이지 않는 손이 코로나19 환경에서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정부의 역할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정부는 시장의 효율성과 정책의 공공성 모두를 얻을 수 있도록 개입할 필요성을 요구받고 있다. 이 과정에 협동조합은 중소기업 차원의 하나의 대응방안이 될 수 있다. 협동조합은 협력적인 노력을 통해 참가자들의 권익을 향상시키고 국가발전에 기여하도록 하는 성격을 지니기 때문이다. 즉, 공동으로 소유하고 투명하게 운영함으로써 참가자들 모두의 경제적 및 사회적 욕구를 충족시키게 한다.

중소기업에 있어서 협동조합은 자신들이 직면한 포스트 코로나 상황에서의 다양한 문제들을 체계적이고 혁신적인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이기도 하다. 이런 면에서 우리 중소기업들은 개별적인 노력보다는 협동조합을 결성하여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기회를 선점할 수 있어야 한다.

포스트 코로나 대응을 위한 역량개발을 시장기능에 맡길 경우 혁신역량이 뛰어난 대기업들이 독식할 가능성이 있다. 여기서 중소기업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어 협력적으로 아이디어를 모으고, 대안을 탐색하며 위험을 공유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들이 직접 포스트 코로나 환경에 대응하면서도 시장의 효율성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다. 여기서 정부는 대기업 중심의 독점의 폐해를 협동조합을 통해 막을 수 있게 된다. 결국 중소기업들이 결성한 협동조합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 디지털 전환의 주체임은 물론, 정부와 시장의 중간자 역할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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