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 힐링멘토 '마가스님'
사단법인 자비명상 대표

코로나로 시끄러운 속세를 잠시 벗어나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현성정사를 찾아 우리 시대 힐링멘토인 마가스님을 만났다. [황복희 기자]
코로나로 시끄러운 속세를 잠시 벗어나, 우리 시대 힐링멘토인 마가스님을 찾았다. [황복희 기자]

[중소기업투데이 황복희 기자] ‘사람들 속에서 길을 잃고 사람들 속에서 길을 찾고’란 소리꾼 장사익 선생의 글씨를 배경으로 스님은 찻물을 끓여 우려낸 차를 작은 찻잔에 따라 건넸다. 마음챙김 명상, 자비명상으로 잘 알려진 마가스님과의 첫 만남은 그렇게 시작됐다. 서울 홍은동 백련산 자락 언덕배기를 오른 숨가쁨을 차 한모금으로 달랜뒤 말문을 열었다. “코로나로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합니다...”

스님은 마치 그런 질문이 나올줄 기다렸다는듯 차 한모금을 넘긴뒤 고개를 들어 천천히 답을 했다.

 

“코로나가 스치고 지나간 후에 우리 인간의 삶의 모습은 달라질 것 같아요.

너무 앞으로만 향해가던 인간에게 잠깐 돌아보고, 자기삶을 관조하고, 어떻게 살아야될지 생각하게 해주는게 코로나 같아요.

정말 큰 스승, 코로나 스승이 우리에게 나타난 거죠.”

 

스님은 “코로나는 누구에게나 다 간다. 지구촌 공동체는 하나다. 그동안 우리는 너무 이기적으로 살았다. ‘나만, 우리 가족만 잘살면 돼’, 옆집은 쳐다보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함께 손잡고 이 위기를 넘기면 위대한 인간이 될거고, 그렇치않으면 공멸한다”는 의미심장한 얘기를 덧붙였다.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위로의 말을 기대하는 기자에게, 스님은 “서로간에 원망을 거두고, ‘그래도 괜찮아, 이만해서 다행이야’라며 받아들이고, 오늘 이만해서 다행인 것들을 찾아 감사할 때 새로운 희망의 싹이 튼다”고 툭 던졌다.

“불평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99%에요. 대한민국이 이렇게 어려운 것도 그 때문이에요. 이래선 갈수록 악순환이 되고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어요. 심각해요, 양 극단이.”

양 극단에 서있는 마음을 어찌 치유해야하는지 물었다.

 

“죽어야죠, 나를 죽여야돼요. 양 극단으로 가는 것은 나를 내세우고 내 욕심이 팽배한 때문 아니겠어요. 힐링(healing)은 킬링(killing)이에요.

나를 완전히 죽였을 때 마음의 평온이 오고 힐링이 옵니다.”

 

나를 죽이려면 어떻게 해야합니까? 질문은 그렇게 이어졌다.

“불교에 유명한 화두가 있어요. ‘백척간두진일보(百尺竿頭進一步)’라. 다들 기를 쓰고 올라는가는데, 백척이나 되는 장대 위에서 진일보할 수 있어야해요. 모든 걸 다 내려놔야 뛸 수가 있어요. 근데 우린 못내려놓죠. ‘내가 누군데’ ‘어떻게 살아왔는데’ 등등. 평생 못벗어나는거죠.”

‘벼랑 끝에 선 사람들’, 폐업 위기에 놓인 소상공인과 수출길이 막히고 매출이 반토막난 중소기업인들이 떠올랐다.

“모든걸 제로에서 다시 시작하지 않으면 안돼요. 기존에 했던 걸 아까워 붙들고 있으면 같이 침몰하게 돼요. 내 생각이 옳은게 아니라는 걸 받아들여야해요. 요즘 많은 사람들이 상담을 해오는데 특히 퇴직자들은 할 일이 없으니까 식당을 하려고들 해요. 처음엔 하면 될 것같은 생각만 드는데 마음이 한쪽으로 쏠리면 다른 쪽은 마비가 돼요. 대부분 망합니다.”

스님은 “내 생각의 노예가 돼 끌려가지 말고 내 생각을 관조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10년 앞만 봐도 된다. 지금 당장 좋을지 모르나 최소 10년만 보더라도 이게 10년후 살아있을 것인가, 이걸 볼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다. 지금 안되는 것은 과감히 접어야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불가(佛家)에서 즐겨 인용하는 법문(法門) 하나를 꺼내놓았다.

 

누가 와서 ‘도(道)’에 대해 물어요. 그러면 찻잔이 넘치도록 차를 따릅니다. 그걸 본 질문자가 얘기하죠,  ‘스님 넘칩니다.’ 스님 왈, ‘너가 넘친다...’

비워져야 비로소 담을 수 있어요.”

 

마가스님은 “보통은 비우는 법을 모르고 자꾸 담으려고만 한다. 비우는 작업, 이게 바로 명상이고 자기에게로 돌아오는 작업이다. 내 마음이 시키는대로, 내 마음의 노예처럼 살고있는 자기 ‘꼬라지’를 보는 것이 명상”이라고 설명했다.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않을 때, 이때 마음을 바꾸어야한다. 왜? 더좋은 기회가 있기 때문에. 내려놓을 때 다른 기회, 더 좋은 기회가 온다”고 단단한 어조로 말했다.

“내 숨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 늘 밖으로 향하던 마음을 안으로 들여 숨이 들어오고 나가는 현상을 가만히 보는 것, 그걸 잘 보고있으면 그 속에서 ‘아하!’가 옵니다. 깨달음이 와요. 그 ‘아하!’ 속에 어마어마한 희열이 있고, 그 희열이 내 생각까지 바꿔버리죠.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립니다. 우리 머리로 헤아리는 것은 알음알이일 뿐이고 짐작일 뿐이며 별게 아니에요.”

스님은 얘기 도중에도 찻물을 끓이고 차를 달여 따르는 행위를 멈추지않았다. ‘보글보글’ 찻물이 끓는 소리와 스님의 말씀이 묘하게 조화를 이뤄 공간을 채웠다.

마가스님은 인터뷰 도중 본인이 쓴 책(마가스님의 마음충전) 한권을 꺼내 사인을 한뒤 건네주었다. 사인을 보면 절로 웃음이 지어진다.  

마가스님은,

상처입고 지친 영혼을 달래주는, 우리 시대 힐링 멘토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사단법인 자비명상 대표를 맡고있으며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현성정사 주지스님이다.

전남 고흥에서 태어나 스무살에 평창 월정사로 출가했으며, 곡성 태안사에서 대표적 수행승이었던 청화스님(1924~2003년)으로부터 큰 깨달음을 얻었다. 지금은 대중화되다시피한 템플스테이를 처음 시작한게 바로 그다. 공주 마곡사에 있을 당시 법공양이라도 하자는 마음에 절을 찾은 대중에게 법구경(法句經) 한구절씩을 적어 나눠주었는데, 하나둘 사람이 모이면서 템플스테이가 시작됐다.

‘실직자를 위한 템플스테이’ ‘이혼자를 위한 템플스테이’ 등등. 2000년대 중반, 중앙대에서 마가스님의 템플스테이를 보고 ‘내 마음 바로 보기’라는 교양과목으로 채택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9년간 약 2만명의 학생이 스님의 강의를 들었다.

이후에도 대중을 위한 프로그램을 쉼없이 개발했다. 마가스님의 자비명상은 명상과 상담의 장점을 살려 한국인의 정서에 맞게 개발한 명상법으로 자신에 대한 자비심을 바탕으로 모든 존재에게 자비심을 확장시켜 이타적이고 평온한 마음에 이르게 하는 마음치유 명상이다.

2013년부터 매일 아침 지인들에게 ‘오늘의 명상’ 글귀를 발송하고 있다. 2015년부터는 ‘53선지식을 찾아 떠나는 선재동자의 명상여행’을 이끌고 있다. 문화관광부가 인증한 ‘청소년을 위한 EGG 깨뜨림’ 외에도 ‘나를 바꾸는 100일’ 수행 법회를 현성정사에서 매주 목요일 마다 진행하고 있다. 2018년엔 서울 노량진에서 고시 및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청년들의 쉼터이자 마음치유 공간인 ‘마음충전소’를 열었다.

다수의 저서를 출간했으며 ‘알고보면 괜찮은’이라는 책은 베스트셀러다. KBS 교양프로그램인 ‘인간극장’으로부터 출연 제의를 받았으나 6개월을 따라다니며 취재한다는 얘기에 고사했다고 한다. 속세 나이로는 올해 60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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