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화 전 중소기업청장
현 아산나눔재단 이사장
"가업상속에 대한 전향적인 제도보완 필요"

한정화 전 중소기업청장, 현 아산나눔재단 이사장
한정화 전 중소기업청장, 현 아산나눔재단 이사장

21대 국회에 바란다

21대 국회는 건강하고 활기찬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공론의 장이 되어야 한다. 흑백논리나 이분법적 사고를 지양하고 절충과 타협을 위한 소통의 지혜를 발휘하는 국회가 되기를 바란다. 실사구시의 민생국회가 되어 포스트 코로나19로 인하여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들에게 다시 뛸 수 있는 희망과 용기를 불러일으켜 주기를 기대한다. 특히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위기를 극복하고 재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데 여야가 한마음으로 협력해 주기 바란다. 대한민국이 팬데믹 상황에서 보여준 위기 대처능력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전환되도록 지원하는 국회가 되기 바란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우리 사회가 열린 생태계가 되도록 하는데 필요한 입법활동이 이루어져야 한다. 공정거래 질서를 확립하면서도 기업활동의 자유를 증진하는 균형감각이 필요하다. 재벌과 노조가 기득권에 안주하여 더 이상 사회발전의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재벌개혁을 통해 폐쇄적 내부거래의 비중을 줄이고 지배구조의 정당성을 확보하도록 해야 하며, 노동개혁을 통해 고용유연성을 높이고 상생적 노조활동이 되도록 하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재벌권력과 노동권력의 암묵적 담합 상태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부담을 국민과 중소기업에게 전가하지 않도록 하는 감시기능을 담당해야 한다.

이번 21대 국회는 4차산업혁명이라는 문명사적 변화 속에서 우리나라가 선도적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혁신으로 야기되는 이해관계의 갈등을 지혜롭게 조정하여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사회 전체의 파이를 키우도록 해야 한다.

특정 집단의 당파적 이익 보호에 몰입되기보다 열린 혁신이 이루어질 수 있는 변화를 만드는 데 앞장 서주기를 바란다. 본격적인 경쟁 단계에 돌입한 디지털 변혁의 시대에 우리나라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국회가 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가 지식재산 강국이 되도록 하는데 필요한 법적 제도적 뒷받침을 마련해야 한다. 대학이 기술스타트업의 허브와 지역사회 발전의 구심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대학 혁신을 촉구해야 한다. 교육과 연구 중심의 한계를 벗어나서 사회를 위한 가치창출을 할 수 있도록 대학평가 및 지원방법을 바꾸어야 한다.

기업가정신이 활성화되는 사회를 만드는데 앞장서는 국회가 되기를 바란다. 자본주의 사회가 불평등과 불균형을 만드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지만, 기업가들의 도전정신과 창의성이 사회발전을 가져오고 일자리를 만든다는 기본적인 사실에 대한 재인식이 필요하다. 기업가의 열정과 투자의욕이 약화되면 정부의 일자리 창출 노력이 성과를 거두기 어렵기 때문에, 기업활동에 걸림돌이 되는 과도한 규제입법을 자제하도록 해야 한다. 이미 만들어진 규제도 부정적인 파급효과가 크다면 과감하게 조정 내지 폐기하는 용기를 발휘해야 한다.

또한 가업상속에 대한 전향적인 제도보완이 필요하다. 현재의 제도는 창업 1세대의 고령화가 심각한 상황에서 기업의 지속성을 어렵게 하고 있다. 가업상속을 ‘부의 대물림’으로 보는 시각을 탈피하여 ‘고용의 대물림’, ‘기술의 대물림’으로 보아, 사전상속을 원활히 하고, 사후 관리 요건을 완화하도록 해야 한다. 독일의 히든 챔피언을 비롯한 서구의 명문기업은 3, 4대를 이어서 발전해온 기업들이 많다는 사실에 비추어 볼 때, 우리나라도 건강한 명문장수기업들이 나올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

경기침체와 급격한 변화 속에서 실패기업이 양산되고 있기 때문에 실패비용을 최소화하여 사업실패가 인생실패가 되지 않도록 하는 제도개혁이 시급하다. 파산시 개인과 가정의 생존권을 보호하는 조치가 강화되어야 한다. 사업실패의 조짐이 나타나는 경우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하여 선제적 부실예방과 사업실패의 체계적 관리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사업정리시 종결비용을 최소화하고, 재기지원시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러한 정책 실행을 뒷받침하기 위한 재도전 지원법의 마련이 시급하며, 이번 국회에서 확실하게 추진되기를 바란다.

역동적인 열린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정책 의사결정과 정부지원 사업의 투명성, 효율성, 전문성의 제고가 필요하다. 현재의 오프라인 중심의 평가 방식으로서는 불투명성과 미스매치의 문제를 해소하기 어렵기 때문에, 온라인 중심의 심사평가 제도의 도입을 촉진해야 한다. 이미 중소기업 R&D 지원사업에 적용한 결과 기간과 비용 단축의 성과가 입증되었기 때문에,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언택트 심사평가의 도입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국회가 이를 법적,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역할을 해주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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