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앤쇼핑의 미래는 ‘데이터’와 ‘모바일’이 결정
'핀테크'는 시기상조...'특정인 선정 위한 포석' 지적도
특정인 위해 서류접수 3일 늦춰..사추위 '문제없다'

홈앤쇼핑 전경
대표이사 선임 과정에서 논란에 휩싸인 홈앤쇼핑 전경

[중소기업투데이 박철의 기자] 오는 19일 홈앤쇼핑 이사회에서 차기 홈앤쇼핑사장을 선임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추천한 후보로 알려진 KB금융출신의 김옥찬씨와 농협중앙회가 추천한 농협은행 리스크 담당 하준씨 등 두 명이 격돌한다. 두 사람은 지난 8일 대표이사추천위원회 면접을 통과했다. 대표이사 추천권을 가진 중소기업유통센터와 IBK기업은행은 이번에 후보추천을 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사추위가 지난 4.20일 서류접수를 마감했다가 27일로 연장해 또 다른 불씨를 낳고 있다. 특정인을 염두하고 서류접수를 3일간 늦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다. 이에 대해 사추위 관계자는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홈앤쇼핑 사장 선임의 투표권을 가진 이사진은 총 8명. 이 가운데 5~6명이 김기문 회장 및 친 중앙회 인사로 분류돼 외형상으론 김옥찬 후보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하지만 하준 후보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홈앤쇼핑 대표이사 추천위는 이번 홈앤쇼핑 대표이사 후보의 자질로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모바일과 핀테크, 데이터’에 대한 식견과 비전에 중점을 두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막상 면접을 본 두 명의 후보가 홈앤쇼핑의 이같은 미래비전을 주도하기에 적합한 인물인가 하는 점에서 적잖은 의문점을 남기고 있다.

김옥찬 후보는 KB금융지주와 SGI서울보증 KB국민은행장 부행장(은행장 직무대행)출신의 정통 금융맨이다. 외형상 드러난 경력으로 모바일과 핀테크, 데이터 등과의 연관성을 찾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금융권에서 부행장을 지낸 A씨는 “김옥찬 부행장이 IT분야나 핀테크에 전문성을 발휘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하준 후보는 세계일보 정치부기자를 거쳐 CJ·현대그룹에서 커뮤니케이션실장(전무)을 역임한 언론인이다. 또한 IT회사인 동양넥트웍스에서 임원을 지냈고, 현재 농협금융 리스크관리위원장을 맡고 있어 4차산업혁명 관련 후보의 적합도는 하준 후보가 앞선다는 업계의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언론에서 김옥찬 후보 유력을 점치는 기사를 내면서 하준 후보측이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전해진다. 본지가 지난 13일 보도한 ‘차기 홈앤쇼핑 사장, 방송전문성과 동떨어진 코드논란’이라는 제하의 댓글에서도 부정적인 반응들이 올라왔다.

“말이 되는 소릴 해라 금융인이 뭔... 홈앤쇼핑 참 즐겨했는데 망하는 거 아니냐(배고픈 족재비)”. “무슨 중기회랑 MB랑 엮인 사람을...(휘릭)” 등등이다.

2012년 개국한 홈앤쇼핑은 강남훈 전 대표시절, ‘모바일쇼핑’을 강하게 밀어붙이면서 고속성장의 초석을 다졌다. 이어 최종삼 전 홈앤쇼핑 사장이 부임한 뒤 모바일쇼핑의 경쟁력은 일정정도 틀을 갖췄다고 판단하고 녹화방송인 ‘데이터 방송(T커머스)’ 진출을 미래 먹거리로 선정했다. 하지만 데이터방송 채널확보가 쉽지 않다는 결론을 내고 W쇼핑 인수를 고민하기도 했다.

이에 이번 홈앤쇼핑 대표이사 추천위원회가 ‘모바일과 데이터’를 차기 대표이사의 주요 자질요건으로 선정한 것은 ‘바른 선택’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하지만 ‘핀테크’에 대해서는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국내 7대 홈쇼핑(GS,CJ,롯데, 현대,홈앤쇼핑, NS,공영)사들 가운데 아직 핀테크 사업을 구체적으로 시도하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 홈앤쇼핑 대표이사 추천위가 특정 후보를 밀기 위해 ‘핀테크’를 끼워넣은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나온 배경이다.

이번에 대표이사에 응모했다가 주주들의 추천을 받지 못해 면접 전에 탈락한 S씨는 “핀테크는 IT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스마트 금융업이다”며 “홈앤쇼핑이 금융업이냐”고 반문했다.

홈앤쇼핑 대표이사 선정을 위한 이사회는 오는 19일 열린다. 현재 8명의 이사진 중에 홈앤쇼핑 이사회 의장인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외에 중소기업중앙회 출신의 이원섭 현 홈앤쇼핑 대표이사 직무대행, 충북 청주 출신의 오동윤 동아대 교수, 김기문 회장의 선거법 위반혐의에 대한 변호사 수임을 맡고 있는 법무법인 김앤장의 안정호 변호사, 전 IBK기업은행 본부장 출신의 전대성 이사 등이 김기문 회장 측근으로 분류된다. 전대성 이사는 현 홈앤쇼핑 김규태 감사의 IBK기업은행 후배로 중도로 분류되지만 김옥찬 후보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있다. 김규태 감사는 지난해 김기문 회장이 발탁한 인물이다.

이에 비해 하준 후보 측으로 분류되는 인사는 농협유통 본부장 출신의 마재량 이사, 중기유통센터 본부장 출신의 박인봉 이사 정도다. 강원도 출신으로 우석대 교수인 최상명 이사 역시 최근까지 홈앤쇼핑 비상대책위원장 및 사장 직무대행을 한 만큼 김옥찬 후보측으로 분류되지만 하준 후보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편 지난주 연합뉴스를 비롯한 일부 언론에서 추천방식의 이번 홈앤쇼핑 대표이사 선임을 두고 ‘밀실’ 내지는 ‘깜깜이’ 인사라고 비판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대표이사 선임과정에서 공모가 아닌 홈앤쇼핑 주요 주주들에게만 대표이사 추천권한을 부여한데다 후보추천 룰에 대해 철저하게 보안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후보자 선정에 있어 민주적 절차가 무시되고 공정성을 잃을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홈앤쇼핑 감사가 IBK기업은행 출신인데 김옥찬 후보가 대표이사가 될 경우 회사의 핵심이 모두 금융권으로 채워져 자칫 ‘그들만의 리그’가 될 우려가 크다는 목소리가 적지않다고 전했다.

그동안 홈앤쇼핑은 강남훈·최종삼 등 전임 사장들이 인사채용 비리 및 사회공헌기금 유용 등으로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중도하차하면서 불법과 비리의 온상으로 지목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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