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순 중기중앙회 선거제도개선위원회 위원장
중앙식품포장공업 대표 겸 한국두부류제조가공협동조합 이사장

김기순 중기중앙회 선거제도관리위원장을 서울 광화문에서 인터뷰했다. [황복희 기자]
김기순 중기중앙회 선거제도개선위원장을 서울 광화문에서 인터뷰했다. [황복희 기자]

[중소기업투데이 황복희 기자] 특정사회나 조직의 불합리를 개선하고자 할 때 통상 던져지는 질문이 있다. ‘제도’가 우선인지, 개인이나 집단의 ‘의식구조’가 우선인지. 둘 중 어느 것이 먼저 개선되고 뒷받침되야하는지, 의견이 분분하다.

김기순 중소기업중앙회 선거제도개선위원장은 ‘의식구조’가 먼저라는 쪽이었다. 선거제도개선위원회는 중기중앙회 선거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고 금권선거를 사전 차단할 수 있는 선거제도의 필요성을 인식해 지난해 11월 중앙회내에 출범한 조직이다. 중앙회가 외부에서 위촉한 법원장 출신의 이광렬 변호사가 공동 위원장이며 위원들은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안모 변호사와 업종별 협동조합 이사장 등 총 9명으로 구성됐다.

360만 중소기업을 대표하는 중기중앙회장 선거는 600여개 조합 이사장들을 유권자로 해서 직접 선거방식으로 치러지는 과정에서 항시 ‘과열’ 및 ‘금권’ 선거 논란이 따라다닌다. 전·현직 회장들이 불법 금권선거 의혹에 연루돼 법의 심판을 받는 불미스런 일이 끊이질 않고 있다.

중앙회 안팎에선 이를 보다못해 불법선거 여지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선거제도의 개선이 필수라는 공감대가 이미 형성돼있다. 선거제도개선위원회 또한 이같은 배경에서 출범했다.

최근 서울 광화문 개인사무실 근처에서 만난 김기순 위원장은 “예정대로라면 지난 2월 중앙회 총회가 끝나는대로 제도개선위원회가 소집되고 이어 공청회 일정 또한 잡혀야됐으나 코로나19로 인해 미뤄진 상태”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공청회 등을 통해 의견수렴을 거치고 전문적인 법률의견을 받고해서 선거법을 개정, 보완할 생각”이라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하지 않고 자율적으로 선거를 치르는게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올해 안에 빨리 처리해야한다는 생각을 갖고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하지만 “법보다는 회원들의 의식구조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의식구조가 올라가면 제도는 운영의 묘로 보완해도 되고 사실상 별게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초선 이사장들도 선거 한번 치르고나면 (기존 분위기에) 물들어버린다”며 “유권자의 도덕성 수준을 올려야할 필요가 있다”고 그는 거듭 강조했다.

이어 “유권자의 의식수준이 일정수준 올라갈 때까진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돈을 전달했어도 선거인 명부 작성 전까진 유죄로 안보는 등 선거규정이 애매한 점도 맹점”이라고 지적했다.

조합 이사장들이 중앙회 임원 등 집행부로 들어오면 선거과정에서 협동조합을 대변하지 못하는 모순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최소한 위원들 얘기를 들어보고 많은 회원들에게 의견제시를 요구해서 다양하게 개선안을 수렴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중기중앙회 선거관리위원장으로서 지난 26대 회장 선거를 지켜본 소감이 궁금했다.

“우선 단점부터 말하면 ‘세몰이’가 되더라. 공개토론회를 3번 했는데 본인이 지지한 후보연설이 끝나면 빠져버리고, 그러다보니 현장 분위기가 이상해지고, 파벌이 드러나는 점이 가장 눈에 띄었다. 또 현재 중기중앙회 선거는 자율적으로 할 수 있음에도 많은 비용과 절차상 불필요한 시간낭비를 감수하며 중앙선관위에 임의 위탁 방식으로 치르고 있다. 하지만 자율선거 보다 더 많은 후유증을 경험하고 있어 심각하게 고민해야할 부분이 아닌가 생각한다.”

선관위 위탁 대신에 자율선거를 추구하는 배경에 대해 그는 “선거를 치러보니 저녁6시 이후 선관위 직원들이 퇴근하고 난 뒤엔 신고를 해도 감시할 사람이 없어 어떤 불법이 저질러져도 조치를 취할 수가 없는 속수무책 상태”라고 부연 설명했다. 한마디로 “비용만 많이 들고 비효율적”이라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무엇보다 "중기중앙회장은 명예직이며 봉사하는 자리"라며 "바람직한 선거는 후유증이 없어야하고, 선거결과에 승복하는 후보자의 도덕적 수준이 함양된 상태에서 호선에 의한 추대방식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선거제도개선위원회는 조만간 중앙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중앙회장 선거제도 개선을 위한 ‘설문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중앙식품포장공업 대표로 한국두부류제조가공협동조합 이사장을 겸하고 있다.

의대를 가려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연세대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했다. 의사가 되고자한 꿈은 서울 신설동에서 보문효사랑요양병원을 운영하는 장남 김재원 원장이 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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