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태 북경화쟈대학교 겸임교수

박춘태 북경화쟈대학교 겸임교수
박춘태 북경화쟈대학교 겸임교수

워킹 홀리데이(working holiday)가 장밋빛 미래를 보장하는가

뉴질랜드에서 한국인의 본격적인 이민이 시작된 시기는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초부터라 할 수 있다. 현재 뉴질랜드 거주 한국인은 약 38,000명에 이르고 있다. 그러하기에 한글 간판을 보는 것은 어디서나 그리 어렵지 않다. 한국마트 또는 한국식당을 자주 방문하는 현상은 비단 한국인뿐만 아니라, 한국 음식에 길들여진 현지인이나 외국인에게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한국 마트를 자주 이용하는 데는 한국인이 선호하는, 한국 음식을 만들 때 사용되는 모든 식재료를 뉴질랜드 현지 마트에서는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일하는 직원 중에는 꽤 많은 한국의 젊은이들이 있다. 이른바 ‘워킹 홀리데이’(간단히 ‘워홀’로 명명함) 자격으로 와서 일하는 젊은이들이다. 워홀을 떠나는 이유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매력과 가능성 때문이다. 한국에서 워홀로 해외로 가는 대학생 숫자가 한 해에 약 4만 명에 이르고 있다. 이 가운데 뉴질랜드로 오는 인원은 약 3천 명이다. 이처럼 많은 인원이 워홀을 지원하는 데에는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 대한 호기심과 세상을 탐험하고 싶다는 희망 때문이 아닐까. 워홀의 목적은 일과 여행을 통해 젊은이들에게 상대국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교류를 증진하기 위함이다. 특이한 점이라면 반드시 취업을 해야 된다는 조건이 없다. 따라서 취업과 무관하다. 하지만 워홀 대부분이 취업을 하는 실정이다. 체류허가기간이 1년인데, 이 기간 동안 여행만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워홀은 장소를 옮겨가며 취업을 할 수 있어서 지역 문화 또한 다양하게 체험할 수 있다. 그래서 뉴질랜드 북섬 오클랜드 또는 웰링턴 등지에서 몇 달간 일을 한 후, 남섬으로 와서 일을 하는 경우도 많다. 대부분의 워홀이 뉴질랜드로 오는 목적은 영어습득과 취업이다. 해외체류와 취업을 함으로써 국내 취업 시 유리한 점이 작용할 것이라는 선형적인 희망도 있다.

그러나 뉴질랜드가 첫 해외 방문지인 경우 여러 가지 문제가 있을 수 있다. 환경의 바뀜으로 인해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때로는 난해하고 때로는 고달픈 경험을 할 수 있다. 워홀로 온 젊은이가 한국인이 운영하는 업체에서 일을 하는 경우, 얼마나 영어습득을 할 수 있을까. 자주 사용하는 말만 되풀이하는 수준으로 무척 제한적이다. 그 이유는 한국인을 많이 상대하므로 영어보다 한국어를 훨씬 많이 사용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현지 문화를 제대로 체험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특히 언어문화적 측면에서는 예측할 수 없는 문화충돌이 일어나기도 한다.

필자가 몇 달 전 크라이스트처치의 한 쇼핑몰을 방문한 적이 있다. 한국 가게를 지나고 있는데, 마침 가게 안에서 고함 소리가 들렸다. 한국인 젊은 여성과 뉴질랜드 할머니가 말다툼을 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젊은 여성에겐 영어 말하기에, 할머니에겐 영어 듣기에 문제가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뉴질랜드 영어가 아닌 한국식 영어(콩글리시)로 말을 했는데, 이를 크게 오해한 할머니가 물건을 집어 던지는 극한의 상황을 벌인 것이다.

뉴질랜드는 120여 민족이 어우러진 다민족 국가이다. 그래서 개인과 민족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편이다. 설령 영어 표현에 다소 어색함이 있더라도 이해하려고 한다. 그러나 그 표현이 상대방으로 하여금 인격적 모독에 가까운 표현으로 들린다면 참지 못한다.

뉴질랜드에서의 워홀 경험을 살려 국내에서 취업으로 연결하고자 한다면 우선 영어능력부터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전공과 관련된, 또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과 관련된 뉴질랜드 현지 업체에 취업을 해야 한다. 물론 이를 워홀들이 모를리 없다. 그럼에도 대부분이 뉴질랜드에 도착해서 한인신문이나 카페 등을 보고 한국인이 운영하는 업체의 일자리를 구한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가. 근본적으로 영어능력 때문이다.

뉴질랜드 현지인이 운영하는 회사에서 일을 하기가 쉽지 않다. 또 일을 하더라도 영어가 별로 쓰이지 않는 곳에 배치를 한다.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뉴질랜드 문화, 언어, 생활방식 등에 대한 선행 학습이 있어야 한다. 뉴질랜드에서의 워홀 자체가 장밋빛 미래를 보장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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