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평 더푸른미래재단 이사장(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장태평 전 농림부 장관
장태평 전 농림식품부 장관

선거에 관하여

선거란 국민이 자신들을 대표하여 국가나 자치단체 등 조직을 운영할 관리자를 뽑는 행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누구나 18세 이상이 되면 차별 없이 선거권을 획득하며, 모든 투표의 가치는 1표로서 차등을 두지 않고, 투표의 내용은 비밀로 한다. 그리고 공직 선거는 직접선거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48년 건국 시부터 성년인 모든 국민이 선거권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모든 나라의 국민들이 이렇게 쉽게 선거권을 갖게 되지는 않았다. 민주주의의 원조인 고대 그리스에서는 전체 국민의 10% 정도만이 시민으로서 선거권을 가졌으며, 미성년자, 여성, 노예, 외국인 등은 선거권이 없었다. 세금을 내지 않아도 선거권이 박탈되었다. 오늘날 민주주의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서구 선진국들도 모든 국민들에게 선거권이 허용된 것은 예상 외로 최근이다. 프랑스는 1848년, 미국은 1870년, 영국은 1918년에 남성에게만 선거권을 주었다.

여성의 선거권은 각국에서 더 험난한 투쟁 과정을 거쳤다. 특히 정치적 대혁명을 성공시킨 프랑스도 여성운동가가 단두대에서 희생된 이후 무려 150여 년이 지나서야 1944년에 가능했다. 처음으로 여성의 투표권을 보장한 나라는 1893년 뉴질랜드다. 다음으로 호주와 북유럽 국가들이 앞장을 섰다. 영국은 1918년 30세 이상의 여성에게 제한적으로 참정권을 부여했다가 10년 뒤 21세 여성까지 확대하였고, 미국은 1870년 흑인 노예에게도 참정권을 허용했지만 여성에게는 1920년부터 허용하였다.

민주주의를 뜻하는 Democracy라는 단어는 민중을 뜻하는 ‘데모스’와 권력을 뜻하는 ‘크라토스’가 합성되어 만들어졌다. 민주주의에서는 국가의 주인이 국민이라는 뜻이다. 우리 헌법도 제1조에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선언하고 있다. 그래서 주인들이 나라살림을 관리할 일꾼들을 뽑는 것이 선거이다. 그러나 이런 생각과 정치체계는 역사적으로 수많은 희생과 피 흘린 투쟁의 결과다. 왕권신수설로 합리화한 오랜 절대왕정의 폭압에 항거한 17세기 영국의 양대 혁명, 18세기 프랑스 혁명과 미국의 독립전쟁 등을 통해서다. 그리고 루소를 비롯한 많은 학자들의 논리 확립과 계몽도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선거와 관련된 제도를 다룰 때, 우리는 위와 같은 숭고한 역사적 의미를 새겨야 한다. 제대로 된 대표를 뽑기 위해 좋은 제도가 필요하다. 국회의원 선거를 예로 들면, 먼저 중요한 것은 선거구 획정이다. 선거구는 주민의 생활권이라든지 행정구역이 고려되어 지역대표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인위적으로 왜곡하여 게리멘더링 하면 안 된다. 그리고 선거구의 인구비례가 큰 차이가 나면 안 된다. 우리나라는 현재 지역구의 최대인구와 최소인구가 3:1을 넘지 않게 하고 있는데, 과도하다. 이번에 꼼수 정치로 협잡한 비례대표 제도도 합리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제도를 잘못 만들어 위성정당이 생기게 되었고, 소수정당 배려와 득표비례 반영이 어긋나게 되었다. 또한 신뢰가 깨지고 있는 부재자투표, 사전투표와 개표방식도 문제점을 면밀히 해소하여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정당의 중앙조직이 공천권을 행사하는 것이 문제이다. 지역갈등이 심한 현 상황에서 인물본위 보다는 정당 위주로 투표하게 되어 지역에 따라서는 공천이 당선을 결정하게 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전략공천이라든가 험지출마라 하여 그 지역의 이해와 무관한 사람들이 공천되고, 비례대표로 엉뚱한 사람들이 결정된다. 이는 현대판 매관매직에 다름 아니다. 이는 민주주의의 신성성을 훼손하는 것이다. 중앙당의 몇몇 실력자들이 과거 영주나 귀족과 같은 위력으로 국민주권과 거리가 먼 귀족정치를 하는 것이다. 중앙의 공천권을 조속히 폐지해야 한다.

선거를 통해서 바른 대표들을 뽑는 것이 민주주의의 근간이다. 그러나 히틀러도 선거를 통해 집권했다. 선거 때마다 포퓰리즘이 난무하고, 혹세무민하는 후보들이 많다. 이에 흔들려 선거를 잘못하면, 국가와 집단이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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