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량기 교체 이유로 가스공급 지연…예스코 검찰고발
도시가스 ‘안전상 필요’ vs 시공업계 ‘법 무시한 월권’

가스사용시설에 설치된 도시가스 미터기의 모습. (사진은 해당기사의 내용과 무관함) [황무선 기자]
가스사용시설에 설치된 도시가스 미터기의 모습. (사진은 해당기사의 내용과 무관함) [황무선 기자]

 [중소기업투데이 황무선 기자] 안전을 위한 정당한 요구인가? 가스공급권을 무기로 한 도시가스사의 갑질인가?

경동도시가스의 갑질 행위에 대한 공정위 신고로 촉발된 도시가스사와 가스시공업계 간 갈등이 최근 고소 고발 사건으로까지 비화되며 다시 폭발했다. 이번 사건은 그간 논란을 거듭해왔던 양업계 사이의 갈등을 정부와 관련 기관의 중재 노력에도 불구, 처음으로 법정으로까지 비화된 사건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그 결과에 따른 파장이 적지 않아 보인다.

지난 20일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와 가스시설시공업협의회(이하 가스시공협의회) 관계자가 현 도시가스협회 회장(회장 구자철)을 맡고 있는 (주)예스코 대표(대표이사 천성복)와 실무직원 등 3명을 ‘도시가스사업법 위반 및 업무방해’ 혐의로 서울동부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사건의 발단은 예스코가 자사의 공급권역인 서울 성동구 관내 특정가스사용시설(가스사용량이 일정량 이상인 상업시설)의 가스공급을 거부하면서 불거졌다. 즉 예스코가 가스공급에 앞서 안전점검 규정을 이유로 법 규정에도 없는 계량기 교체를 요구하며 가스공급을 하지 않으면서 사건이다.

확인결과 해당시설은 이미 모든 공사가 마무리돼 검사기관인 한국가스안전공사의 기술검토와 완성검사까지 마친 상태다. 때문에 가스시공사가 도시가스 요구를 수용해 계량기를 교체할 경우 공사 지연은 물론 설비교체에 따른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보니, 해당 사건은 결국 법정 다툼으로까지 비화됐다.

예스코를 검찰에 고발한 가스시공협의회 임충빈 본부장은 “해당 시설은 현행법(도시가스안전관리기준 통합고시 제3-2조 제1항 제9호)상 도시가스사의 공급 전 점검 대상이 아니고, 국가 가스안전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가스안전공사 완성검사까지 통과한 시설이다.”며 “공급전 안전점검을 이유로 국가기관의 검사에서 적합 판정을 받은 가스계량기(4대)를 철거하고 자신들이 원하는 제품으로 설치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명백한 월권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또 “법규에 없는 부당한 요구라 시공자가 도시가스사의 요구를 응하지 않자, 수요가 가스공급을 거절했다”며 “이는 독점적인 공급권을 가진 도시가스사가 가스수요자가 원하는 시기에 가스를 사용할 수 없게 한 혐의(도시가스사업법 제19조 제3항 위반)에 해당한다”라고 밝혔다.

현행법 기준에는 가스계량기의 최대사용압력과 용량이 시설의 최고사용압력과 가스사용량에 적합할 경우, 가스계량기 종류와 관계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공급사인 도시가스사가 사용시설의 최고사용압력이 40kPa(일명 준저압)인 시설에는 막식 계량기를 사용할 수 없다며, 이미 규정에 맞게 설치된 막식 계량기를 철거하고, 상대적으로 고사양의 로타리식 계량기로 시설을 교체토록 요구하는 것은 명백한 월권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도시가스측은 “최고사용압력이 40kPa인 사용시설의 경우 최대사용압력이 50kPa인 계량기를 설치할 경우 안전상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명확한 규정이 명시되지는 않았지만 지구정압기와 동일하게 단독정압기 후단에 설치되는 계량기 역시 안전장치 작동압력(56~60kPa)과 동일한 압력에 1.4배를 견딜 수 있도록 최대사용압력이 100kPa인 가스계량기로 교체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가스시공협의회측은 “도시가스사가 자의적인 판단으로 안전문제를 내세워 막식계량기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계량법에 따라 검정기관의 성능시험을 마친 제품을 자의적인 판단으로 사용을 금지시키는 것에 해당한다”며 “국가의 법체계를 자의에 의해 부정하는 무소불위의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또 “안전상 문제가 있다면 확실한 근거자료를 갖춰 준저압의 막식 계량기의 생산을 중지하도록 정부에 건의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며 “가스공급권을 무기로 자의적인 기준을 일선 현장에 적용해 합법적인 제품의 사용을 못 하게 하는 것은 시공업계 입장에서는 갑질에 해당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현행법 기준에서 최고사용압력의 1.1배의 기밀성능을 갖추면 적합한 것으로 인정하고 있음에도 예스코에서 과압안전장치의 작동압력(최고사용압력의 1.5배)에 견디는 계량기를 설치하라는 주장은 현행 법체계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발상”이라며, “주장이 맞는다면 가스계량기뿐 아니라 연소기 및 가스배관도 과압안전장치의 작동압력(최고사용압력의 1.5배)에 견디는 기밀성능을 갖도록 법 기준에 명시되어야 하나, 현행법 기준에서는 가스 설비(계량기, 연소기, 밸브 등) 및 가스 배관은 사용시설 최고사용압력의 1.1배에 해당하는 기밀성능을 갖도록 규정되어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예스코의 주장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또 “사건 고발 전 해당 시공업체와 가스시공협의회가 담당자와 팀장에게 수차례 가스를 공급해 주도록 사정했고, 대표에게도 문서를 보내어 수요자가 원하는 일자에 가스를 넣어 달라 간청했으나, 이를 무시해 도시가스사의 부당한 행위를 고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예스코측은 “시 공급규정에는 수요자가 가스계량기를 설치할 때 회사와 사전에 협의하도록 명시하고 있다”라며 “이를 근거로 수요자의 가스사용환경에 적합한 계량기를 설치(저압 2.3kpa로 설정하여 계량기 설치) 하도록 시공회사와 협의(’19년 8월경)했지만, 이후 현장 방문 시 시공회사가 당초 협의 사항과 달리 계량기를 설치(준저압 40kpa로 설정하여 계량기 설치)해 시공회사에 지속적인 연락을 취하여 적합한 계량기로 교체 설치하도록 안내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해당 수요가는 단독정압기가 설치된 특수한 공급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며 “1.4배(56kPa~60kPa)에서 안전장치가 작동하는 환경이기에 현재 출시되고 있는 2가지 종류의 막식계량기(50kpa/100kpa) 중 100kpa 막식계량기를 설치해야 한다고 시공회사에 요청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결국,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은 도시가스사의 안전성을 위한 충분한 요구라는 주장과 이미 법이 허용한 범위 내에서 설비를 시공자가 선정하는 것은 수요자의 선택의 문제라는 시공업계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이 같은 양 업계의 상반된 주장에 대해 관리감독기관인 가스안전공사측은 “해당 시설의 기술검토와 검사과정에는 문제가 없다. 도시가스사의 요구는 현행 법규를 과대 해석한 비약이다”며 “법 기준에 명확한 규정을 하지 않은 것은 자율성을 담보하기 위한 것으로 봐야 한다. 지구정압기의 안전밸브에서 요구하는 1.4배 압력을 규정에도 없는 단독정압기 후단 계량기에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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