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 LA 코리아타운은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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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한인타운 아로마스포츠센터 1층 스타벅스 매장. 내부에 있던 탁자와 의자를 다 치워버렸다.
LA 한인타운 아로마스포츠센터 1층 스타벅스 매장. 내부에 있던 탁자와 의자를 다 치워버렸다.

[LA=미주헤럴드경제 황덕준 기자] “영화에서나 보던 일인데…”

미슐랭 가이드가 인정한 LA 한인타운의 맛집 전원식당의 전용원 사장이 한숨과 함께 뱉어내는 말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방지 대책으로 LA시가 식당과 술집, 극장 등의 영업을 제한하거나 중지시킨 행정명령이 발효된 첫날인 지난 16일(현지시간) 코리아타운은 말 그대로 스산했다.

날씨조차 비가 오락가락하고 바람도 제법 매서웠다. 월요일 점심시간 무렵인데도 평소 차량으로 붐비던 코리아타운 중심가 윌셔블러바드는 공휴일처럼 한산한 분위기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유명 칼국수집은 배달이나 투고음식조차 취급하지 않는 듯 아예 셔터를 내려버렸다.

한인과 타인종에게 두루 인기 있는 BCD순두부 윌셔본점 매장. 넓은 주차장이 휑하다. “투고만 가능하다”는 주차 관리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식당으로 들어서니 테이블 위에 의자가 올려져 있다. 10여명의 종업원들은 유니폼을 개인옷으로 갈아입고 벌써 퇴근하는 듯 서둘러 주차장으로 빠져나간다. 매장내 손님 서빙이 금지된 첫날인지라 일단 출근했지만 할 일이 없어진 게다.

올림픽길의 전통 있는 칼국수집도 점심 때면 자리잡기 어려운 곳. 낮 12시가 조금 지난 시간인데 발렛파킹하던 사람조차 없다. 서너대 있던 차량 한곳에서 중년의 한인 한분이 쟁반에 빈 그릇을 담은 채 내린다.

“이 집 칼국수 먹으려고 2시간이나 차를 몰고 왔는데 투고만 된다해서 할 수 없이 차안에서 먹었지요” 

LA에서 100여마일이나 떨어진 외곽에서 모처럼 나들이했다가 옹색한 차안에서 점심을 때우는 신세가 된 모양이다.

스포츠센터인 아로마스포츠 건물. 1층 스타벅스는 안쪽의 탁자와 의자, 소파를 모두 치워버렸다. 테이크아웃 손님 서넛만 주문대기줄에 서 있다. 엘리베이터 벽면에는 ‘코로나19로 시의 조치에 따라 이달말까지 체육관과 스파, 골프연습장 문을 닫는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지하에 있는 대형 노래방과 2층의 일식당, 3층의 골프연습장까지 둘러보는 동안 사람 한명 만나지 못했다. 사우나 입구는 희미한 조명 아래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다. 마치 폐건물에 들어선 느낌이다.

문닫은 스파.
문닫은 LA의 한 스파.

“저만 겪는 일이 아닌데 받아들여야지 어쩌겠어요. 이참에 좀 쉬어야죠. 다들 너무 달려왔으니 맘 편히들 먹고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적어도 2주동안 아예 문을 닫게된 노래방 사장은 놀라울 정도로 담담했다.

비에 젖은 낙엽이 지저분하게 도로를 뒤덮은 윌셔길을 잠깐 걷다가 단골 술집에 전화를 걸어본다.

“에유! 우린 투고 손님도 없어서 일찍 문닫고 집에 들어왔어요. 소주 한잔 하고 싶다고요? 농담하시는 거죠?”

그렇군. 소주 마실 곳이 없어졌다. 빗줄기가 굵어졌다. 돈이 아니라 술집이 없으니 집에 가서 빈대떡이나 부쳐 먹어야….  2020년 3월의 하루가 좀비영화같은 도시에서 저물어갔다. 살면서 이런 일을 겪게 될 줄은 정말이지 꿈에도 몰랐다. 악몽이라면 차라리 좋으련만.

LA 한인타운의 퓨전레스토랑 ‘콘체르토’. 마치 문을 닫은 듯한 분위기다.
LA 한인타운의 퓨전레스토랑 ‘콘체르토’. 마치 문을 닫은 듯한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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