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평의 더불어 사는 세상] 권력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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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에 관하여

나치 독일이 수 백만 명의 유태인과 점령국 포로 등을 학살한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는 독일의 수치인 동시에 인류의 수치라고도 할 수 있다. 이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보면서 안타까운 생각뿐이었다. 몇 명이 되지 않는 수용소 관리 병사들이 수 많은 유태인과 포로들을 완전히 장악하고 통솔한다. 수용된 사람들은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으며, 혹독하게 고문 당하고, 즉결처분으로 살해되기도 한다. 그래도 불만을 제기하거나 저항하지 못한다. 모든 불법과 폭력이 당연한 일상이 된다. 그 결과 수 백만 명의 사람들이 이들 몇 십명 또는 몇 백 명의 군인들에게 집단적인 학살을 당하게 된다. 왜 그런가. 권력 때문이다. 권력이란 상대방에게 원치 않는 행동을 강제하는 능력이다.

사법권을 가진 경찰이나 검찰 요원이 수사상 필요에 의해 혐의자를 구금하고 수색을 하면, 누구나 이에 따라야 한다. 사실이 아니라도 일단 응해야 한다. 국가권력은 ‘저항할 수 없는 권력’이기 때문이다. 저항하면, 국가는 힘으로 제압한다. 그 힘이 폭력적이어도 하소연할 곳이 없다.

국가의 권력은 권한을 가진 공직자에 의해서 집행된다. 공직자의 품성에 따라 권력은 천차만별로 나타난다. 국가최고 통치자를 예로 들면, 철권통치를 하는 독재자도 있고, 국민을 편안하게 하는 자유 민주적인 지도자도 있다. 옛날 왕들은 자신이 행사하는 권력을 국민들이 당연히 받아들이도록 왕권신수설을 이론화 하였다. 권력은 하늘로부터 받은 신성한 것으로 누구도 이를 침해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절대권력을 무소불위로 사용하였다. 국민들은 폭정이라도 굴종할 수밖에 없었다. 거역하면, 반역이다. 진시황이 죽은 후 권력을 잡은 조고는 사슴을 말이라고 우기며, 사슴이라고 진실을 말하는 신하들을 제거하였다.

근대에 이르면서, 권력의 정당성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거짓과 폭압으로 소수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권력은 정당성을 상실한다. 정당성을 상실하면, 일반적인 폭력과 다름이 없다. 권력은 국민의 것이며, 왕이라 하더라도 국민의 뜻에 어긋나게 권력을 행사할 수 없고, 한계를 넘으면 국민이 이를 거부할 수 있는 저항권이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통치자의 전횡을 제한할 수 있는 제도들이 발전하게 되었다. 국민의 대표가 의회를 만들고, 행정이 왕권과 분리되고, 사법권도 독립되었다. 이렇게 권력을 다원적으로 분할하고, 이들이 서로 견제하는 민주적 제도가 마련되었다.

마키아벨리는 통치에 불가결한 요소는 군사력과 법률이라고 했고, 중국의 마오쩌둥은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고 했다. 권력의 원천은 ‘힘’에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것은 국민을 복종의 상대로 파악하는 극단적인 논리이다. 국가에 ‘저항할 수 없는 권력’을 부여하는 것은 원래 전체 국민의 이익과 국가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타인에게 피해를 입힌 자를 개인적으로 보복하는 것을 허용한다면, 사회는 서로 빼앗고 서로 죽이는 정글이 되어,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의 장이 되고 말 것이다. 그렇게 되면 강한 사람들만 살아 남는 폭력사회가 될 것이다. 공동체가 정상으로 유지될 수 없고, 결국 공멸하게 된다. 그래서 개인을 대신하여 국가에 이런 불의를 심판하고 제재할 권력을 부여한 것이다. 사회적 계약이다. 그래서 국가는 기본적으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의무를 갖게 되는 것이다. 국가의 존립 목적이기도 하다.

선한 지도자도 시간이 가면서 악해진다. 권력이 클수록 더욱 악해질 수 있다. 권력을 가지면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힘을 획득하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도 갑질논쟁이 이슈가 되고 있다. 거짓으로 점철된 조국사태 이후 정권의 정당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절대권력은 절대로 부패한다는 말이 있다. 권력의 속성이다. 그래서 권력자는 윤리성과 도덕성이 갖추어져야 한다. 공직자의 국회 청문 제도도 바로 이런 이유때문이다. 권력의 가장 강력한 정당성의 근원과 견제장치는 윤리와 도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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