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현 대일특수강주식회사 대표이사
한국금속공업협동조합 이사장 겸 중소기업중앙회 이사
경영마인드와 실력 갖춘 보기드문 中企人

이의현 대일특수강(주) 대표 겸 한국금속공업협동조합 이사장. 그는 어딜가서 강의나 설명을 들으면 수첩에 전부 메모하는 습관을 지켜오고 있다고 했다. 이 이사장이 수년간 기록한 일정 및 메모수첩이 수북이 쌓여있다. [황복희 기자]
이의현 대일특수강(주) 대표 겸 한국금속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을 서울 구로동 회사에서 인터뷰했다. 그는 어딜가서 강의나 설명을 들으면 수첩에 전부 메모하는 습관을 지켜오고 있다고 했다. 이 이사장이 수년간 기록한 일정 및 메모수첩이 수북이 쌓여있다. [황복희 기자]

[중소기업투데이 황복희 기자] ‘해박했다.’ 이의현 한국금속공업협동조합 이사장(65·대일특수강주식회사 대표이사)과 인터뷰하면서 든 생각이다. 요즘같은 대변혁기에 기업의 CEO가 기본적으로 어떤 ‘애티튜드’(태도)를 갖고있어야하는지 단단하게 정립하고 있는 듯 했다.

지난 24일 오후, 1시간여의 인터뷰 내내 전 직원과 동시 소통이 가능한 그의 책상위 TRS(무전기)는 수시로 울렸으며, 대화소재가 바뀔때마다 대표이사실을 빙둘러 채운 책장으로 가서 관련자료를 꺼내왔다. 능동적이었고, 본인이 어필하고자하는 바를 적극 표현했다. 기업을 경영하면서 오랜기간 대학강단에 서온 ‘지식전달자’다웠다. 인하대 겸임교수, 중앙대 산업창업경영대학원 창업학과장을 역임하는 등 21년간 산학협력을 위해 노력해왔다.

사전에 꼼꼼하게 인터뷰 준비를 해온 이 이사장은 “뿌리산업 지정을 좀더 유연하고 현실성있게 개선해야한다”는 필요성을 가장 먼저 제시했다.

“뿌리산업으로 주조, 금형, 용접, 소성가공, 표면처리, 열처리 등 6개 업종이 지정돼 정부지원을 받고 있다. 과거 일본의 제도를 그대로 따와 오래전 지정된 것으로 지금은 산업지형이 많이 바뀌었다. 금속공업협동조합 회원사가 생산하는 제품들은 이들 6대 공정 중 몇가지를 거쳐 생산되는 제품들이다. 하지만 현재 뿌리산업 업종은 특정 품목을 중점적으로 생산하는 품목에 한정하고 있어 조합 회원사 대다수가 뿌리기업 지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초 홍남기 부총리가 중소기업중앙회 조찬포럼에서 그러한 사항을 충분히 반영해 현 6개 업종 외에 ‘기타’로 해서 뿌리산업 지정이 되게 하면 된다고 했는데 아직까지 개선이 안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답답해하는 사안은 또 있었다. ‘중소기업기술보호법’으로 화제를 이어갔다.

“최근 중소기업 기술탈취 문제가 자주 거론되고 있는데, 중소기업기술보호법이 이미 마련돼 있는데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는 것 같다. 분쟁해결기구까지 다 담겨있다. 절차도 간단하다. 해당 법에 의한 분쟁해결제도를 이용하면 민사재판을 하지 않고도 좀 더 쉽게 해결할 수 있다. 기업간 상거래에 의한 분쟁의 경우도 대한상사중재원의 중재제도를 이용하면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면서 쉽게 해결할 수 있다.”

그는 이러한 제도를 중소기업들이 잘 모르고 이용하지 못한다며 안타까워했다.

이 이사장은 기자와 만나기 전 인천 경서동 주물단지를 다녀오는 길이라며 “아주 심각하다”고 그곳 분위기를 전했다. 바로 옆에 LG연구소가 있는데 직원 한명이 대구를 갔다와 코로나 감염이 돼 올스톱됐다고 했다.

“중소기업들은 특별한 대책도 없다. 대기업, 1·2차 밴드들이 같이 하니까 거기 돌아가는거 예의주시하고 있지,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게 없다. 이 상태로 두,세달 가면 과연 견딜 수 있을까, 쉽지않을 것 같다.”

그는 기업경영을 하면서도 현재까지 10권의 대학교과서를 집필했다. 중앙대·서강대·인하대 등지에서 이 교과서로 강의를 하고 있다고 했다. 중소기업 경영자들이 비즈니스 과정에서 처음 말문을 어떻게 열어야할지 고민하는 것을 보고, 스티브잡스 등 경영멘토들의 리더십을 정리한 ‘CEO 하루 한마디’(길벗)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경영학 원론, 창업전략, 사업타당성 분석, 컨설팅 등의 강의를 지속해오다보니 세상의 빠른 변화가 읽힌다고 했다.

“기업경영자는 자기가 속한 사업분야가 앞으로 어떻게 변할건가, 정확히 분석해서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열악한 환경의 중소기업 대표들이 그러한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지속경영과 견실한 중견기업으로 갈 수 있게 중앙회 차원에서 교육과정 등을 통해 방향을 제시했으면 한다. 중기중앙회와 협동조합이 어떤 일을 하는지, 더 많은 중소기업인들이 회원사로 들어올 수 있게 알릴 필요가 있다.”

이 이사장은 현 코로나 사태로 인해 안그래도 온라인으로 기울던 ‘구매패턴’이 한층 가속화되면서 유통구조의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쇼핑으로 전자상거래가 몇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치 기름을 붓는 것처럼’ 더 할거라며 ‘판을 잘 읽어야한다’고 했다. 또 국내 중간재·산업재들의 중국 의존도가 25% 정도였는데, 인도나 베트남 등 여러 나라로 수입 거래선이 다변화할 것으로도 예상했다.

“최고의사결정권자만이 내릴 수 있는 판단과 타이밍이 있다. 전체 방향이 어디로 가는지, 전체를 보고 빠른 결정을 내리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른 방법이 없다. 변화하는 환경에서 모르고있으면 도태된다.”

그는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으로 19년째 상거래 분쟁을 중재하고 있다. 일반기계, 금속산업, 전자상거래 분야 전문 중재인이다. 경영지도사·기술거래사로도 왕성하게 활동하는, 기업경영자로서의 조건을 두루 갖춘 보기드문 중소기업인이다. 대학원과 회사, 정부기관이 그가 움직이는 주요 동선이다. 골프는 안친다고 했다. “내 돈으로 친다해도 직원들 마음이 편하겠냐고.” 그는 그렇게 말했다.

이의현 이사장이 서울 구로동 대일특수강 기계설비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한국금속공업협동조합은?

1962년 설립돼 지난해말 현재 444개 업체를 회원사로 두고 있다. 자전거 보관대, 버스승강장 표지판 등을 제작하는 일반 금속가공업체부터 가드레일·철문 등 철판제품 생산업체, 볼트·자동차부품 등 선재·나사제품 생산업체 등이 가입하고 있다. 시장규모는 매출액 기준 약 3조원 정도다.

조합은 단체표준인증사업, 직접생산 확인사업 등을 통해 회원사간 공정한 경쟁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해오고 있다. 버스승강장 금속제 구조물, 조명타워 등 8가지 품목의 표준인증을 마련해 제조사와 소비자간 투명한 거래 또한 돕고 있다. 난간, 방음벽 등 중소기업간 경쟁제품으로 지정된 22개 물품에 대해선 생산확인을 직접 한다. 국내업체 이름만 빌려 해외서 생산하는 업체들의 공공입찰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2015년 부턴 공동특허사업도 하고 있다. 둘 이상의 회원사가 모여 공동으로 연구하고 특허권도 공동으로 출원하는 방식이다. 이의현 이사장은 “동남아 등지서 저가제품이 대거 들어오면서 국내 업체들도 20~30%씩 가격을 낮추느라 수익성이 악화됐다”며 “기술력있는 제품으로 수익성을 회복해야하나 독자 연구개발(R&D)을 하기엔 영세한 업체가 많아 공동특허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이 대표인 대일특수강은 1984년 서울 구로동 10평 공간에서 출발해 200여 업체에 납품하는 견실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최근 창립 36주년을 맞았다. 성형로라, 냉간금형, 슬리팅나이프, 압출금형, 열간금형 등에 쓰이는 합금공구강이 핵심인 업체다. 압출기, 알루미늄이나 각종 파이프를 만드는데 필수 소재로서 산업에는 다 쓰인다고 봐야한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대일특수강은 IS-9000 인증을 통한 엄격한 품질관리로 고객과 신뢰를 쌓아 20년 이상 거래한 납품업체들이 대부분이며 창립이후 35년간 계속 거래를 이어오고있는 업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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