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원 중재원장 인터뷰
중재는 법원판결과 동일한 효력의 단심제,
소송비용 저렴하고 비밀유지 장점..
계약서에 ‘중재조항’꼭 넣어야 이용가능
2억 이하 소액은 일정 비용도 지원

이호원 대한상사중재원장을 만나 인터뷰했다.
이호원 대한상사중재원장을 만나 인터뷰했다.
이호원 대한상사중재원장을 만나 인터뷰했다. [황무선 기자]
 

[중소기업투데이 박철의 기자] 국내 중소기업들이 거래를 할 때는 기본적으로 계약서를 작성한다. 그리고 분쟁이 발생하면 법원이나 검찰을 찾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 과정에서 소송비용에 따른 경제적인 손실은 물론, 결론이 날 때까지 2~3년이 소요된다. 이로 인해 적지 않은 기업들이 도산과 폐업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발생한다. 특히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그렇다. 이에 민‧상사의 분쟁을 법원이 아닌 공적기능의 대한상사중재원(이하 중재원)에서 처리할 수 있다.

중재의 경우, 법원처럼 2심, 3심도 없는 단심제로 법원과 똑 같은 효력을 가진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다만 기업들이 계약서를 작성할 때 ‘본 계약 건에 대해서 분쟁이 발생할 때 대한상사중재원의 중재규칙에 따른다’라는 단서를 달아놓아야 중재로 분쟁을 해결할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 2016년 법무부로 주무부처가 바뀐 사단법인이다. 1966년 설립돼 올해로 56년째를 맞고 있는 중재원에 대한 인지도가 낮다는 게 가장 큰 문제이자 애로사항이다.

본지는 지난 11일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 소재 대한상사중재원에서 이호원 원장을 만났다. 이 원장은 자신이 판사출신이라고 소개한 뒤 “상거래 등 민‧상사에서 발생하는 분쟁은 재판보다 중재를 이용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며 “국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에게 다양한 채널을 통해 중재의 장점을 홍보하겠다”고 밝혔다.

Q. 중재의 장점에 대해서 설명해 달라.

A. 우선 중재는 단심제이기 때문에 2억 미만의 분쟁은 6개월이면 거의 끝난다고 봐도 무방하다. 또한 중재판정은 법원과 똑같은 효력을 지니고 있고 법원과 달리 분쟁당사자가 원하는 중재인을 직접 선임할 수 있다. 중재에 따른 비용도 구간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평균 청구금액의 4.5%에 불과하다. 다시말해 중재비용은 변호사 선임 등 제반비용을 제외한 절차진행비용이다.이와 함께 중재는 분쟁 당사자 간 철저한 비밀이 보장된다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2억 이하 소액사건은 중재비용까지 지원하고 있다.

현재 연간 국내 법원에 접수되는 민·상사의 분쟁은 대략 100만건이다. 1500여명의 재판관이 개인당 연간 667건을 처리하다보니 법원의 문턱이 높을 수밖에 없고 제대로 된 법률서비스를 받을 수가 없다.

Q. 지난해 중재로 민·상사 분쟁을 해결한 건수가 얼마나 되나?

A. 지난해 443건을 중재로 해결했다. 금액만도 1조2000억원으로 건당 대략 25억~30억원 규모다.

특이한 점은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분쟁(전속계약)이 전년대비 10%가 늘어난 40여건에 이르고 있다. 특히 연예인들의 경우 분쟁이 발생하면 이미지에 큰 타격을 주기 때문에 중재가 비밀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엔터테인먼트업계가 이를 선호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건설 중재도 전체 중재 건수에서 대략 30%를 차지하고 있다.

Q. 국내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들에 대한 법률서비스가 부족한 현실이다. 중재원에서 보다 홍보에 치중해야 하지 않나.

A. 중재원은 현재 분쟁해결지원센터와 기업현장 방문 설명회를 갖는 등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이 겪는 법적 분쟁을 중재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울산경제자유구역청에서 관내 중소기업을 위한 분쟁상담을 의뢰해 현재 매주 1회씩 출장지원을 하고 있다.

Q. 전문 중재인의 자격요건은 무엇인가.

A. 1200여명의 중재인 가운데 절반이 변호사다. 나머지는 대학교수, 기업인 출신 등 다양한 전문가 집단으로 구성돼 있다. 우선 중재인을 모집할 때 지원 분야에 대한 까다로운 심사를 한 뒤 그에 합당한 자격유무를 결정한다. 건설을 비롯해 엔터테인먼트, 정보통신(IT), 무역, 해사 등 전문중재인 위촉을 통해 전문성 제고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5월 문을 연 중재교육원도 이런 트렌드에 맞춰 설립했다.

Q. 중재산업진흥법이 제정되면서 중재가 산업으로 재편되고 있는데 현실은 어떤가?

A. 중재산업진흥법이 제정되면서 대표적으로 2018년 국제중재센터가 출범했다. 또한 중재원 국제중재규칙도 국제기준에 맞춰 개정하는 등 국제중재 수요 증가에 따른 발빠른 대응을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국제중재 분야에서 국내 최고 전문가라 할 수 있는 전 서울대 로스쿨의 신희택 교수님을 센터장으로 위촉했다. 현재 중재원은 싱가포르처럼 중재를 산업으로 인식하는 수준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중재산업진흥 기본계획이 수립되고 국제 사건 유치를 위한 Seoul ADR Festival을 개최했다. 또한 지난해 서울에서 유치한 IBA총회에 적극 참여하기도 했다.

Q. 중재원이 국내 중소기업 진출이 두드러진 베트남과 중국 등지에 지사를 두었는데.

A.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기업이 8000여개로 알려졌다. 이중 절대 다수가 중소기업이다. 이에 중재원도 지난해 하노이에 사무소를 개소했고 현재 사건유치 활동과 분쟁사건 상담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베트남 기업을 상대로 한 분쟁 뿐만 아니라, 사업장은 베트남에 있지만 분쟁 당사자들이 한국인인 경우 특히 편리하다. 또한 국내 중소기업들이 중국기업과 거래시 중재원을 통한 분쟁해결 조항을 넣으면 중재원에서 절차를 진행할 수 있어 우리기업에 매우 편리하다. 실제 중국기업을 상대로 한 국제중재 사건에서 우리 기업이 승소하고 집행이 완료된 사건들도 적지 않다. 국제 중재판정은 뉴욕협약(외국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에 관한 UN협약)에 따라 집행력이 보장되고 중국에서도 중재원 판정에 대한 집행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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