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기업들은 베트남을 두 개의 나라로 봐야”
[인터뷰] "한국기업들은 베트남을 두 개의 나라로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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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상구 K&K트레이딩 회장···베트남 진출 1세대
베트남 전역에 현지 식품점 'K마켓' 100곳 운영
최근 중기중앙회로부터 중소기업 해외자문대사로 선임
지난해 여수 세계한상대회장 지내
최근 중소기업 해외자문대사로 선임된 고상구 베트남 K&K트레이딩 회장을 만나 인터뷰했다. [황복희 기자]
최근 중소기업 해외자문대사로 선임된 고상구 베트남 K&K트레이딩 회장을 지난 10일 광화문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황복희 기자]

[중소기업투데이 황복희 기자] 한국기업이 물밀듯이 진출하고 있는 나라 베트남. 그곳에서 성공한 한인사업가로 대표되는 고상구 K&K트레이딩 회장이 한국에 ‘떴다'하면 찾는 사람이 줄을 잇는다. 베트남 ‘정보통’인 그를 특히나 기업에서 가만 놔둘 리가 없다.

“현지에 한국기업들이 9000개 넘게 들어가있다. 몇몇 대기업 빼고 거의가 중소기업이다. 세계에서 한국기업이 가장 많이 진출해있고, 베트남에서 투자1위 국가다. 또 선방하고 있고. 지금도 들어오고자하는 기업들이 많이 있다. 이번에도 SK건설에서 자문을 의뢰해 만났다. 건설 쪽은 잘 모르지만 내가 가진 네트워크를 이용해 현지의 좋은 건설회사와 파트너가 될 수 있게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려한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로부터 동남아·베트남 자문대사로 선임돼 겸사겸사 한국을 찾은 고 회장을 출국당일인 지난 10일 광화문에서 만났다. 바쁜 시간을 쪼개 틈을 낸 인터뷰 도중에도 그의 전화벨은 쉼없이 울렸다.

“해외진출하고자 하는 중소기업들을 자문대사들이 가이드하고 돕는 역할이다. 처음 진출할 때 한국기업이 최소한 실수하지 않도록 기본적인 도움을 주고, 대사관 등과 오랜 관계를 유지해온 만큼 중간에 연결역할을 해주면 아무래도 쉽게 진입을 할 수 있다. 그 나라의 법과 관습, 문화가 있는데 대기업들도 잘 모른다. 그래서 실책을 범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고 회장은 2002년 베트남으로 건너간 현지 진출 1세대다. 현재 베트남 전역에 ‘K마켓’이라는 상호의 직영마트를 100개 가까이 운영하고 있으며 그 숫자는 계속 늘고 있다. 초기에 투자로 들어가서 완전히 파산하다시피 한 실패를 딛고 인삼유통으로 돈을 벌어 한국식품 유통사업에 쏟아부은 결과, 베트남 100대 기업에 들 정도의 성공을 일궜다.

“인삼사업을 할 때부터 현지화를 주장했다. 한국사람만 상대해선 시장을 키울 수가 없다. 아무리 세월이 지나도 구멍가게 수준을 면치 못한다. 지금은 베트남 교민이 20만이 되긴 했으나, 당시 교민수가 1000명도 안될 때 사업을 시작했다. 한국사람만 상대해선 도저히 장사를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현지화를 한다는거는 처음에 상당한 리스크가 따른다. 정착되기 전까지 많은 투자와 리스크를 감당해야한다. 그걸 못견디면 망하는거다.”

고 회장은 우리 교민 뿐아니라 현지인을 상대로 한국식품과 현지 식품을 함께 취급하는 현지화 전략을 썼다고 했다. 그 과정에서 고생을 많이 하긴 했으나, 100개 품목이라도 안착이 되자 그것을 동력으로 힘을 받아 하나둘 품목을 늘리면서 현지화가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현지화는 끈기가 있어야하고 밀어부칠 수가 있어야한다. 대기업은 전략적으로 할 수 있으나 중소기업이나 영세 소기업이 그렇게 하기는 쉽지않다. 그래서 수익이 좋을 때 다른 아이템에 투자하는 전략을 썼다. 인삼으로 돈을 많이 벌 때 식품으로 넘어갔다. 인삼에서 번 돈을 3년간 한국식품 시장을 만드는데 갖다부었다. 지금 인삼은 거의 손을 뗐고, 그때 공들여 현지화에 성공한 K마켓이 오늘의 기업을 만들어준거다.”

고 회장은 하노이에 17개, 호치민에 10개 매장이 추가로 오픈을 앞두고 있다고 전했다.

K마켓 로고

20년 가까이 베트남에서 직접 몸으로 부딪혀 터득한 만큼 고 회장이 우리 기업들에게 건네는 조언은 몰랐다간 낭패를 당하기 쉬운 ‘산지식’들이다.

“베트남에서 한국기업들이 실수하는 것 중 하나가 높은 사람만 알면 밑에까지 자동으로 연결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치않다. 거기서 다 브레이크가 걸린다. 사회주의 관습에선 ‘내 밥그릇, 네 밥그릇’이 다르다. 장관이 본인 허가사항에 대해 사인을 하더라도 나머지 절차는 별개다. 따로 밟아야된다. 크고 작고간에 각자 역할에 대해 대접받길 좋아한다. 누가 시킨다고 안듣는다. 뇌물이 성행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인사’를 잘 못하면 고생한다. 평소에 인사를 잘해야하고 그 작은 인사가 나중에 비즈니스할 때 큰 도움이 된다.”

고 회장은 다음으로 유념해야할 사항으로 철저한 시장조사를 강조했다. ‘시장분석 없이 한국서 되니까 무조건 잘될거다?’, 고 회장은 “천만의 말씀”이라며 “물론 그런 경우가 있긴 하나 대다수가 틀릴때가 많다”고 했다.

“베트남은 나라가 길다. 북부와 남부간에 날씨, 환경, 문화와 관습이 다 다르다. 호치민은 1년내내 덥지만, 하노이는 4계절이 있어 지금가면 춥다. 하노이가 동북아 영향을 받았다면 호치민은 동남아 영향을 받은 지역이다. 이런데선 전략이 달라야된다. 이런 것을 알고 베트남시장을 공략해야되는데 나라를 통틀어 하나로 봤을 때 분명히 문제가 생긴다. 한국기업들은 베트남을 두 개의 나라로 봐야한다.”

인터뷰 도중 박항서 감독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화제는 자연히 박 감독 얘기로 넘어갔다.

“박항서 감독이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또 월남전으로 피해를 본 베트남 중부지방 사람들의 응어리를 많이 풀어주었다. 축구를 매개로 베트남 국민을 하나로 만들었다. 박 감독의 역할이 굉장하다. ‘박항서’라는 보배가 있을 때 교민들이 베트남을 소중하게 대하고 그들을 내 사람으로 만들어야지, 투자 좀 했다고 함부로 대했다간 실패의 원인이 된다. 자존심 강한 민족이다. 조상을 숭배하고 가족을 소중히 생각하며 배움을 귀하게 여기는 유교적 문화가 강해 우리가 진출하기 딱 좋은 나라다.”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얘기를 물었더니,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한상(韓商)가족을 대한민국 정부가 소중하게 여겨달라”고 말했다.

“해외 185개국에 나가있는 750만 재외동포와 한상들은 국가의 엄청난 자산이다. 그런데 이용할 줄 모른다. 정부에서 뭔가 도움을 받아야 애착을 갖고 뭔가 할텐데, 예를들면 하노이에 한국학교가 2개인데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해 수업료를 못내는 자녀들이 있다. 내가 한인회장때 기업을 하나씩 연결해 수업료를 대신 내준게 30여명이다. 또 지난해 베트남 현지에 물류센터를 크게 지었는데 한국식품 수출 전진기지를 만들면서도 정부로부터 한푼 지원받은게 없다. 베트남은 대출이자가 8~9%나 된다. 국내 중소기업들이 받는 저리대출이라도 되면 시장을 더 크게 키울 수 있는데, 해외있다는 이유로 안해준다. 그러면서도 여기서 돈벌면 세금은 내야한다.”

‘해외교민에 대해 정책적으로 홀대한다.’ 지난해 세계한상대회장을 지낸 고 회장의 솔직한 속내였다.

고상구 K&K트레이딩 회장이 지난해 10월 열린 여수 세계한상대회 개막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고상구 K&K트레이딩 회장이 지난해 10월 열린 여수 세계한상대회 개막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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