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평 칼럼] 이웃사랑에 관하여
[장태평 칼럼] 이웃사랑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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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평 더푸른미래재단이사장(전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장태평 더푸른미래재단이사장(전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요즈음 우리 사회는 여러가지 갈등이 격화되어 사회 전체가 큰 진통을 겪고 있다. 그 부작용과 폐해는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공동체의 근간이 무너지고 있다. 국가발전에 가장 큰 장애요인이기도 하다. 갈등이란 사람들이 서로 부딪히고 서로 미워하는 것을 말한다. 출신 지역이 다르다 하여 다른 지역 사람들을 혐오하고, 출신 학교나 이익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파당을 만들어 사익을 추구하고 다른 집단을 배제하기도 한다. 파당 간의 갈등이 경제적 또는 사회적 이익을 추구하는 단계에 머무를 때는 그래도 내부 분열이 비관적이지는 않다. 그러나 점점 미움이 도를 넘으면, 미움의 근거를 이론화하고 더 심하면 이념화한다. 이렇게 되면 갈등 회복의 탄성을 잃게 된다. 상대방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게 되고, 투쟁만이 선이 되어 버린다.

'사랑을 위한 여행'이라는 미국 영화가 있다. 한 여학생과 떠돌이 인디언 출신 남학생, 그리고 교도소에서 갓 출소한 어른이 함께 여행을 하게 된다. 서로 전혀 알지 못하는 사이라서 처음에는 서로간에 긴장과 두려움이 있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서 서로 조금씩 알게 되고 관계가 좋아진다. 그러다가 학생들은 이 어른이 갓 출소한 살인 전과자라는 것을 알게 되어 크게 놀란다. 살인 전과자라는 외형적 ‘사실’로서는 그 어른을 판단할 때에는 두려움의 대상일 뿐이다. 그러나 영화가 진행되면서 이 전과자 어른은 순간적인 과실로 사람을 죽였고, 심성이 착한 사람이라는 ‘진실’을 알게 된다. 학생들은 이 어른의 불가피했던 사정을 알게 되어 내면의 진실을 이해하게 되면서 연민의 정을 느끼게 된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는 시인의 말과 같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친절한데, 모르는 사람에게는 유난히 불친절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에서 여행을 하다가 자동차가 고장이 나서 길가에 서 있었다. 지나가는 차들이 대부분 멈추면서 무엇을 도와줄까 물었다. 처음 사람은 10km 이상을 가서 냉각수를 사다 주었고, 구입비를 주겠다고 해도 끝내 받지 않았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돕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공동체 구성원의 책무라고 생각한다. 이웃사랑이다. 이웃이란 ‘내가 어디에 있을 때 그 가까이에 있는 사람’이다. 진정한 사랑이란 모르는 이웃도 사랑하고 심지어 나에게 껄끄러운 사람도 사랑하는 것이다. 이들은 어려서부터 그렇게 교육을 받아 왔다.

깊이 생각해 보면, 이웃을 사랑하는 것은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한 기본 요소이다. 이웃은 우리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지는 것이다. 자기가 선택한 사람만 좋아한다면 좋은 공동체를 만들 수 없다. 가족이나 친지 등에 대한 사랑은 ‘관계의 의무’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모르는 사람이나 관계 없는 사람에 대한 사랑은 ‘자발적인 배려’에서 비롯된다. 해도 되고 안 해도 되지만 내가 희생을 하면서 베푸는 행위이다. 그래서 이웃사랑이 성경에서 새로운 계명이 되는 것이다. 서양 사람들은 이를 중시하였다.

우리나라는 요즈음 자유민주주의와 시장자본주의의 발전단계에서 하나의 기로에 서 있다. 여기에서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이웃사랑이 사회적 윤리와 도덕율로 확립되어야 한다. 공동체에서 개인의 자유는 절대적이 아니라 상대적이다. 시장에서도 개인의 과욕이나 거짓이 개입되면 시장질서가 유지되기 어렵다. 상대에 대한 배려와 자신의 절제가 사회 저변에 스며들어 있을 때, 공동체 전체의 이익을 최대화할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자식 사랑이나 가족사랑은 참으로 지극하다. 소집단에 대한 충성도도 높다. 그리고 감성적인 특성을 간직하고 있다. 즉 사랑을 잘 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모르는 이웃 간에도 이런 사랑을 할 수 있도록 어려서부터 훈련이 된다면, 보다 더 훌륭한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의 갈등이 더 절망적인 상태에 이르기 전에 지도자들의 대오각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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