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5만개 주문받은 뒤 취소, 신뢰추락
자문위원, 비대위원 줄줄이 사퇴로 뒤숭숭
중간간부 5명 보직해임 상태서 사고 터져
조직개편은 회장 측근 심기 위한 포석(?)
홈앤쇼핑 실권주 처리 투명하게 공개해야

홈앤쇼핑 전경
홈앤쇼핑 전경

[중소기업투데이 박철의 기자] 지난 30일 홈앤쇼핑이 고객들로부터 마스크 주문을 받아 방송을 한 뒤 곧바로 취소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홈앤쇼핑은 이날 우한발(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마스크가 품귀현상이 빚어지자 긴급 방송을 편성한 뒤 소비자들로부터 대략 5만여개를 주문받은 뒤 배송하려고 했지만 정작 물량 확보가 되지 않은 상태여서 방송을 한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마스크 주문전화량이 5만콜로, 주문량은 5만건을 훨씬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홈앤쇼핑 조직개편 이후 상당수 중간 간부들의 보직해임에 따른 업무상 공백이 이런 사고로 이어졌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에 홈앤쇼핑의 이미지 추락은 물론 그 불똥이 홈앤쇼핑 대주주인 중앙회와 경영진으로 튀고 있는 양상이다.

홈앤쇼핑 관계자는 “홈앤쇼핑 MD(상품기획)가 ‘마스크 5만개 확보가 가능하다’는 벤더의 말을 믿고 방송편성 및 송출을 했으나 이후 제조사가 물량을 공급하지 않아 벌어진 일이다”며 “제조사가 가격을 올리기 위해 벤더를 속인 것 같다”고 이번 사고의 책임을 제조사에게 돌렸다.

이에 대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홈쇼핑에 방송을 하기 위해서는 미리 제품선정에서부터 제품 촬영, 스텝 확보 등 하루 이틀에 해결이 불가능하다”며 “입체 마스크를 방송하기 위해서는 최소 6개월, 일자형 마스크는 최소 한 달 이상이 소요된다”고 밝혔다. 홈앤쇼핑의 입장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대목이다.

특히 입체마스크는 수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공장에서 금형으로 찍어 낼 수 없는 제품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이어 “이번 사태의 본질은 물량확보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방송을 한 것인 만큼,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고가 터진 날 홈앤쇼핑은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 호텔에서 최상명 홈앤쇼핑 비상경영대책위원장과 40여개 협력사간 오찬 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최 위원장은 “협력사들은 오월동주가 아니라 한배를 탄 동지”라고 간단한 인사말을 한 뒤 개인적인 일로 간담회장을 떠났다. 통상적으로 매년 초 열리는 간담회는 협력사 입장에서는 일 년 농사를 가늠하는 잣대가 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자리다.

협력업체 한 관계자는 “간담회에서 홈앤쇼핑의 정책방향과 비전 등을 물어본 뒤 올해 사업방향을 정한다”며 “이렇게 중요한 자리에 사장이 개인적인 일로 빠져 나갔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한마디로 협력사에 대한 홈앤쇼핑의 갑질이 아니냐고 일갈했다.

최 위원장은 “정부기관과의 간담회 일정이 잡혀 이를 취소하거나 변경하기 어려워 간담회장을 끝까지 지키지 못했다”며 “비상경영대책위원회에서 어떤 언론과도 인터뷰를 하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본지는 ‘욕심을 버리십시오. 비상대책위원장님!’이라는 제목의 출처불명 유인물을 입수했다.

해당 유인물은 “비대위원장의 본분은 교수다”며 “그동안의 수고스러움은 전 직원 모두 알아주고 있다. 이때가 물러날 때이니 명예롭게 본교로 돌아가라”고 권고했다. 유인물의 핵심 내용은 비대위원장이 경영권에 집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홈앤쇼핑의 사태는 지난해 말 불어 닥친 사회공헌기금 유용사태에서 시작됐다. 지난해 11월 20일 최종삼 대표가 사회공헌기금의 불투명한 집행에 따른 도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이에 홈앤쇼핑 사외이사 8명 가운데 3명이 참가하는 비상경영대책위원회(위원장 최상명)를 긴급 출범시켰다. 이어 홈앤쇼핑 대표이사였던 이효림씨가 자문위원으로 전격 발탁됐다. 대표이사의 공백을 메꾸고 내부조직을 추스르기 위한 방편이었다.

하지만 오는 13일 대표이사 선임을 위한 이사회를 앞두고 지난달 말 이효림씨가 출근을 하지 않고 있다. 비대위원인 오동윤(홈앤쇼핑 사외이사)씨도 1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비대위의 수명이 다 하지 않았느냐”는 말로 사퇴를 염두한 발언을 했다. 비대위의 역할은 대표이사의 경영공백을 메꾸고 후임 사장선임이 완료된 뒤 물러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효림 자문위원은 “막상 홈앤쇼핑에 가보니 특별하게 내가 할 일이 없었다”며 “이에 당초 계획보다 한 달 앞당겨 회사를 나왔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홈앤쇼핑은 지난달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기존 5본부 3팀 12실 체제에서 2개 부문(경영지원부문, 영업지원부문) 5실 32팀으로 전환되면서 상당수 직원들이 보직을 박탈당했다. 이 과정에서 본부장 5명이 보직 해임된 상태다.

이런 가운데 홈앤쇼핑 경영지원부문장(전무급)으로 중앙회 본부장급인 L씨가 내정됐다는 소문이 알려지자 홈앤쇼핑 노조에서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2조4000억원대를 취급하는 대기업의 실질적인 운영자로 적합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본지는 L씨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 영업지원부문장은 현재 공석이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지난해 중소기업중앙회 수장이 바뀌면서 자기사람을 심기 위한 전략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지난해도 이와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김기문 회장이 취임 한 뒤 중앙회 몫으로 홈앤쇼핑 사외이사에 중앙회 출신인 P씨 등 2명을 천거했으나 자격 미달 등 여러 석연치 않은 사유로 통과되지 못했다.

이런 와중에 지난 연말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일가의 홈앤쇼핑 주식문제가 언론에 터지자 중앙회는 “모든 주식취득과정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앙회 일부 이사장들은 “중소기업이나 협동조합과 거리가 먼 인사들 상당수가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다”며 “홈앤쇼핑의 실권주 처리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내용이 밝혀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앙회는 물론 홈앤쇼핑을 둘러싼 잡음이 계속되고 있다. 화불단행, 좋지 않은 일이 끊임없이 이어진다는 사자성어다. 이래저래 중앙회와 홈앤쇼핑의 앞길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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