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시장, 지난해 협의체 구성 등 대안 ‘약속’
하지만, 지켜지지 않아 소상공인 ‘불만’ 쌓여
시행사, 소상공인에게 내용증명 보내 ‘압박’
거리에 내몰린 소상공인 생존권 사수 나서

청계천·을지로 재개발과 관련해 박원순 시장은 지난해 연말까지 협의체를 구성해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이는 공염불에 그치고 말았다. 이에 소상공인연합회 백년가게수호국민운동본부를 중심으로 청계천 생존권사수비상대책위원회,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한국산업용재협회 서울지회 등이 참여한 가운데, 지난달 31일 청계천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서울시의 즉각적인 조치를 촉구했다. [박진형 기자]
청계천·을지로 재개발과 관련해 박원순 시장은 지난해 연말까지 협의체를 구성해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이는 공염불에 그치고 말았다. 이에 소상공인연합회 백년가게수호국민운동본부를 중심으로 청계천 생존권사수비상대책위원회,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한국산업용재협회 서울지회 등이 참여한 가운데, 지난달 31일 청계천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서울시의 즉각적인 조치를 촉구했다. [박진형 기자]

[중소기업투데이 박진형 기자] 지난해 청계천·을지로 일대 재개발이 급속히 진행되면서, 인근 산업용재 소상공인들이 사업을 접거나, 이전을 해야 하는 등의 피해를 고스란히 받았다. 이러한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자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해 연말까지는 협의체를 구성하는 등 해결책 마련을 약속했다. 하지만, 해가 넘어서까지 서울시의 어떠한 행동도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오히려 시공사가 일방적인 철거계획을 통지해버렸다. 이에 생존권이 걸린 소상공인들이 다시금 거리로 나왔다.

소상공인연합회 백년가게수호국민운동본부(위원장 송치영, 이하 백년본부)는 지난 31일 서울 청계천 관수교 인근에서 청계천 인근 재개발과 관련한 시공사의 일방적 철거계획 통지에 대한 서울시의 대안제시와 산업생태계 보전을 위한 협의체 구성 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청계천생존권사수비상대책위원회,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한국산업용재협회 서울지회 등과 함께 했으며 소상공인연합회 최승재 회장, 김임용 수석부회장 등과 박주현 민주평화당 최고위원, 인근 소상공인 등이 참석했다.

송치영 백년가게수호국민운동본부 위원장은 이날 “청계천에 뿌리내리며 공구 메카로 이곳을 키워온 소상공인들이 일방적 재개발로 인해 6000여 사업자와 수 만명의 종사자들 모두 거리에 나앉을 상황에 처해있다”며 위급함을 알렸다.

송 위원장은 “지난해 1월 박원순 서울시장은 청계천·을지로 일대 재개발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선언하고, 산업생태계 보전을 위한 대안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오히려 재개발은 속도를 더하고 있다”면서 “시행사와 지주들의 압박 강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서울시는 이곳 산업생태계 보전을 위한 협의체 구성과 대안 마련에 즉각 나서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청계천·을지로 지역은 2018년 11월부터 2019년 1월까지 세운재정비촉진지구 3-1, 3-4, 3-5구역의 400여개 소상공인 점포가 철거됐다. 석 달 만의 일이다. 이런 와중에 시공사인 한호건설은 소상공인들에게 수억에서 수십억의 달하는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사업자 통장을 차압하는 등 강하게 밀어 부쳤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해 11월 산업용재협회 서울지회, 청계천생존권사수비상대책위,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등에게 국장급 인사가 포함된 정기적인 협의체 운영을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이러한 협의체는 구성되지 않았다.

이런 와중에 재개발 시행사인 한호건설은 소상공인들이게 내용증명을 보내는 등 또 다시 궁지로 내모는 공문을 보내 압박을 가하고 있다.

문제점은 이 뿐만이 아니다. 인근의 빈 점포는 재개발로 밀려난 일부 소상공인들이 몰리다보니, 주변 임대료보다 치솟는 문제가 발생했다. 더욱이 타 지역으로 이전한 소상공인들도 생기면서, 철공소와 공구사 등의 사업네트워크가 깨지면서 폐업을 하는 악순호나이 발생했다. 현재까지 쫓겨난 점포의 20%가 넘는 100여 곳이 문을 닫았다.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는 송치영 소상공인연합회 백년가게수호국민운동본부 위원장. [박진형 기자]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는 송치영 소상공인연합회 백년가게수호국민운동본부 위원장. [박진형 기자]

송치영 위원장은 “청계천 재개발이 공공의 이익이 되는 재개발이 아닌, 기존의 산업생태계를 해체하고, 도시재생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청년 활동가들의 의욕을 꺾는 일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 위원장은 “현재의 일방적 재개발이 아닌, 지역내 소상공인들의 생계뿐 아니라 지역 고유의 문화와 역사를 지키는 상생의 재생이 돼야 한다”면서 “서울시가 즉각적으로 협의체 구성은 물론이고 대안 마련을 해주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날 세운3-2구역 인근 토지주인 백남국 씨도 “왜 세입자를 내보내야만 하냐”고 따져 물었다.

백남국 씨는 “토지주지만 약 40년 동안 개발제한에 묶여 어떠한 재산권 행사도 하지 못해 왔는데, 어느 날 강제 수용된다는 말과 함께 오랫동안 함께한 세입자들이 내 쫒기게 생겼다는 말을 들었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백 씨는 “왜 내 땅이 강제 수용이 돼야 하고, 왜 세입자를 내보내야 하는지 억울한 마음이 가득하다”면서 “지역 토지주와 세입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지역 보존을 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간절함을 전달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도 이날 “청계천 소상공인들은 우리나라 산업발전을 뒷받침해온 산업역군임에도 대책 없이 나가라는 통보를 받고 있다”면서 “공구업계 소상공인들의 터전이자 산업문화유산인 청계천이 보전하는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특히 상권을 일군 소상공인들이 쫓겨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국회에 계류중인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개정안 처리를 위해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임용 소상공인연합회 수석부회장 ▲신창기 (사)한국산업용재협회 회장 ▲홍영표 (사)한국산업용재협회 서울지회장 ▲백남국 씨(토지주) ▲박은선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활동가 등의 현장 발언이 이어졌다.

기자회견 후에는 참석자들이 청계천 재개발 중단과 서울시 협의체 구성을 촉구하는 거리행진을 하며 청계천 산업생태계 보전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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