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선방 덕에 2% 성장 지켜
2% 밑돈 적은 석유파동, 외환위기, 금융위기 등 3차례 불과
반도체 업황 둔화 등 민간경제 침체 속
정부 재정 퍼붓기가 성장 떠받쳐
[중소기업투데이 황복희 기자] 지난해 한국경제가 2.0% 성장에 간신히 턱걸이했다. 10년 전 금융위기(2009년) 당시 0.8%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잠재성장률(한은 추산 2.5∼2.6%)에도 크게 밑돌았다. 4분기 성장률이 건설투자 증가와 정부 재정집행 효과에 힘입어 그나마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낸 덕에 2% 성장을 가까스로 지켰다.
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GDP는 전년보다 2.0% 증가에 그쳤다. 4분기(10~12월) 성장률이 3분기 대비 1.2% 성장해 예상을 웃돈 덕분이다. 당초 민간 전망기관에선 2%대가 아닌 1.9% 성장률을 예상했다.
과거 성장률이 2%를 밑돈 적은 제2차 석유파동이 터진 1980년(-1.7%), 외환위기 때인 1998년(-5.5%), 금융위기 때인 2009년(0.8%) 등 3차례에 불과하다.
이렇틋 한국경제가 지난해 경제위기 조짐을 보인건 민간경제의 침체 탓으로 분석됐다. 반도체 업황 둔화에다 미중 무역갈등 여파가 지속된 영향이다. 건설경기 조정으로 건설투자 역시 감소했다.
지출항목별 성장기여도를 보면 정부 부문 기여도가 1.5%p이고, 민간 부문 기여도는 0.5%p에 그쳤다. 지난해 경제성장의 75%를 정부가 담당했다는 의미다. 전년 대비 설비투자(-2.4%→-8.1%)가 고꾸라지고 민간소비(2.8%→1.9%)와 수출(3.5%→1.5%) 역시 쪼그라든 와중에 정부가 소비를 5.6%에서 6.5%로 늘린 데 따른 것이다. 이 중 수출은 주력품목인 반도체와 주력시장인 중국에 대한 수출부진으로 1.5% 증가하는데 그쳤다.
4분기 성장 회복세는 민간소비, 건설투자, 설비투자가 함께 개선되면서 수출둔화를 만회한 영향이 컸다. 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재정 집행률을 높이는 데 총력을 기울인 점도 요인 중 하나다. 4분기 성장률(1.2%) 중 정부 부문의 기여도는 1.0%p를 차지했다.
정부의 재정 퍼붓기가 부진을 메운 일등공신이었다. 정부소비는 전년대비 6.5% 증가해 2009년 6.7%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민간소비는 1.9% 증가에 그쳐 2013년 1.7%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한은 관계자는 “작년 4분기 민간소비, 건설투자, 설비투자가 나아졌다는 점에서 경기개선 조짐이 일부 나타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지난해) 연간 2% 성장은 시장의 심리적 마지노선을 지켜냈다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홍 부총리는 이날 오전 인천 소재 정밀화학소재기업 경인양행에서 소재·부품·장비 경쟁력위원회를 주재하며 "2%대 성장을 통해 시장의 우려를 차단했고 경기반등 발판 마련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