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기업은행장 사태, '結者解之'해야
[칼럼] 기업은행장 사태, '結者解之'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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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복희 부국장
황복희 부국장

중소기업 육성 목적의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의 신임 행장이 취임이후 10여일째 출근을 못하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기업은행 노조가 야당시절 낙하산 인사 근절을 내용으로 한 금융노조와의 약속을 깬 현 정부와 청와대를 상대로 공식사과와 함께 근절방지 대책을 요구하며 출근저지 투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강성으로 알려진 금융권에서도 최장기 투쟁기록을 써나가면서 기업은행의 업무공백과 신인도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기업은행장은 금융위원장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하게 돼있다. 그럼에도 이번 사단이 난 데는 지난 2017년 4월, 대선(5월9일)을 앞두고 당시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이 금융노조와 맺은 ‘협약’이 주요 발단이다.

더욱이 당시 협약을 주도한 인물들이 현재 청와대와 여당에서 요직을 맡고 있다. 협약서에 사인을 했던 윤호중 의원은 현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이며, ‘낙하산인사와 관치금융은 독극물’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던 강기정 문재인 후보 중앙선거대책위 총괄수석부본부장은 현 청와대 정무수석이다.

결국 더불어민주당은 집권에 성공했고 2년여가 흐른 시점에 이번 기업은행장 임명과정에서 당시 맺은 협약이 그만 발목을 잡은 격이 됐다. 협약의 목적인 '낙하산 인사 및 관치금융 근절'을 위한 노력은 한발짝도 나가지 못한 상태에서 말이다.

기업은행 노조가 청와대와 정부를 상대로 사과하라고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울러 ‘커튼’ 뒤에서 ‘깜깜이' 인사를 할 게 아니라 공모나 후보 추천위원회 등을 통해 투명하고 합리적인 절차를 밟을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1961년 중소기업 정책자금 지원을 위해 중소기업은행법에 의해 설립된 국책은행이다. 기획재정부가 절반이 넘는 지분(53.2%)을 보유한, 금융위원회 산하 공공기관으로 정부정책을 뒷받침하는 공공성이 강하다. 하지만 1994년 코스닥시장, 2003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 돼 나머지 지분을 보유한 일반 주주이익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구태여 상장사임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특히나 정부가 마음대로 휘둘러서는 안되는 이유는 금융의 막강한 시장 지배력 및 영향력 때문이다.

우리 경제는 지난 고속성장 과정을 거치면서 정부 손아귀에서 돈줄이 좌지우지되는 ‘관치금융’의 부작용을 낳았고, 금융산업이 국가경제 발전 수준에 한참 못미치는 성장을 보인 배경 또한 거기서 찾을 수 있다. 

공공금융기관장 인선 과정 및 절차를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일은 금융시장의 건전한 생태계 구축 및 선진화를 위해 필수적으로 해결해야할 과제다. 소문만 무성하다 하루아침에 ‘툭’하고 ‘낙하산’을 내려보내는 관행은 그만둘 때가 됐다.

현 정부도 그걸 알기에 야당시절 금융노조와 ‘맹약’을 하지 않았겠나. 당시 대선을 코앞에 두고 급한 마음에 도장을 찍었다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 경제관료로 잔뼈가 굵은, 청와대 경제수석까지 지낼 정도로 검증을 받은 신임 은행장이 10여일이 넘도록 출근을 못하고있는 볼썽사나운 광경을 기업은행 구성원들은 물론이고 해당 은행의 주 고객인 중소기업인들, 나아가 국민 누구도 더는 보고싶지 않을 것이다.

‘최장 투쟁기록’ ‘낙하산 인사’ 등 선명한 용어에 가려 빛을 보지못하고 있는 ‘공공금융기관장 인선 절차의 개선’을 위한 논의가 이참에 본격화되길 바란다. 정부와 청와대는 그만 뒷짐지고 있으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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