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태  북경화쟈대학교 겸임교수
박춘태 북경화쟈대학교 겸임교수

며칠 전 재일동포 한 지인이 호주의 프리멘탈(Fremental) 지역에서 카카오톡으로 메시지를 보내 왔다. 지난해 12월 중순에 일본에서 출항한 크루즈가 호주에 도착, 일정을 마친 후 바로 출항할 예정이었으나 3일째 출항하지 못하고 있으며, 출항예정일도 예측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물으니, 아마 호주에서 발생한 산불 때문일 것이라는 답변이었다. 호주의 산불이 크루즈의 출항까지 지연시킬 정도라니 심상치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지난해 9월 호주의 2개 주(州)인 뉴사우스웨일스(NSW)와 퀸즈랜드에서는 공교롭게도 동시다발적으로 산불이 발생했다. 문제는 이 산불이 초대형 산불을 만들어, 여러 지역의 주에 걸쳐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해를 넘겨서도 꺼지지 않고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호주는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상황이 이러하다보니 호주는 물론 전 세계는 단순히 산불 자체로만 치부할 수 없게 됐으며, 대규모의 자연 재해·재앙으로 인식하게 됐다. 초대형 산불로의 진화는 불의 강도가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는 점인데, 여름 날씨가 고온건조한데다가 최대 시속 80km의 강풍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이미 5개월째 상당 기간 동안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거대한 화염은 수많은 유적지 파괴, 수많은 야생동식물의 피해를 야기시키고 있다. 특히 포유류 및 조류의 피해가 엄청난데, 4억8000만마리가 죽었을 것이라고 한다. 화재 위험 지역의 학교는 휴교령이 내려졌으며 주민들은 해변가 등 대피처로 대피하고 있다.

산불과의 전쟁이다. 이는 무엇을 시사하고 있는가. 기상이변·기후변화의 현실과 대응 방안에 대한 심오한 과제를 부여해 주고 있다. 사실 지구 온난화 및 기후변화에 대한 경고는 이미 오래전부터 기상학자 및 과학자들이 끊임없이 지적해 왔다.

그 가운데 한 방편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노력에 세계 많은 국가에서 동참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이 이런 거대한 재앙을 일으키게끔 하는가. 아무리 과학이 발달하고 과학자들의 과학적 식견이 높다고 해도 기후 변화를 부인하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부류가 있다는 점이다. 인식의 부족이라기 보다는 공감대 형성의 부족과 견해 차이가 상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후 변화 낙관론자들은 기후변화가 가져 올 위험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 이제는 인식의 전환과 공감대 형성이 적극적으로 필요하다, 왜냐하면 기후변화 대응책을 정교하게 계획해 실행에 옮겨야 하기 때문이다. 손 놓고 있다가 미래를 암울하게 만들 수는 없지 않은가.

호주 곳곳에서 번지는 산불의 영향은 최근 이웃나라 뉴질랜드의 대기환경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연기가 대기 중에 바람을 타고 뉴질랜드로 이동해 오기 때문이다. 그 결과 뿌연 연기가 하늘을 덮고 있는 것이 목격되기도 한다. 새해 아침에 관광지로 유명한 뉴질랜드 남섬의 퀸스타운에서는 이상한 일출 광경이 목격되었다. 떠오르는 태양이 때로는 흐릿하기도 했으며, 때로는 붉게 목격되기도 했다.

아울러 호주 산불로 생긴 재 미립자들은 호주의 타스만 바다를 건너 뉴질랜드 북섬 해안지역의 자동차 위 또는 집 위에 내려 앉기도 했다. 이를 본 뉴질랜드 지역 주민들은 아연실색했다, 뿐만 아니라 남섬의 스키장까지 재가 날라와서 하얀 눈이 카라멜색으로 변했을 정도다. 세계적인 청정환경을 자랑하는 뉴질랜드로서는 소스라칠 일이다.

생태계 존재는 국가 및 지역 경제 전체의 활력소이다. 그러나 산불이 번지면 거대한 지역 생태계는 위태롭게 파괴된다. 이는 궁극적으로 경제를 떠받치는 핵심 동력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가 온화해졌다. 어쨌던 이번 호주의 초대형 산불은 미온적 반응 및 미흡한 대처의 결과물이다. 기후의 대변화에 익숙해져 있기 보다는 호주의 사례를 통해 적극적인 대처방안으로 미래를 투시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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