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동 최재범 사장, 대성 임병익 본부장 동시 귀뚜라미 行
부진한 해외시장 진출, 단기 성과 노린 노하우 카피(?)
일각에선 최진민 회장 후계구도 구체화 행보란 시각도
노하우 중요하지만 글로벌 수준 제품과 시스템이 관건

1959년 연탄보일러를 시작으로 출발한 귀뚜라미가 최근 회사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을 마치고, 경쟁사의 경영진과 임원진을 자사 대표로 선임하며 새로운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1959년 연탄보일러를 시작으로 출발한 귀뚜라미가 최근 회사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을 마치고, 경쟁사의 경영진과 임원진을 자사 대표로 선임하며 새로운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중소기업투데이 황무선 기자] 지난해 말 지주사 체제 전환을 마친 귀뚜라미보일러가 새해를 맞아 경쟁사 임원진을 영입하며 새해부터 야심찬 변화를 꾀하고 있다. 영입한 인사 중에는 경동나비엔(이하 경동) 전직 최고경영자까지 역임한 최재범 사장까지 포함돼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결정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지주사 체제 전환과 전문경영인 영입은 최진민 회장의 후계를 염두한 포석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주)귀뚜라미는 지주회사 체제 전환에 따라 지난 6일 최재범(68) 신임 대표이사를 귀뚜라미 대표로 선임했다. 귀뚜라미가 공식적인 보도 자료를 통해 밝힌 바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회사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데 따른 결정이며 회사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경험 있는 전문경영인을 영입한 것이란 설명이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결정이 고령인 최진민 회장(78)의 후계를 염두 한 행보란 시각도 적지 않다. 최 회장은 슬하에 2남3녀를 두고 있으며, 현재는 회사경영 전반을 진두지휘하고 있으나 향후 성환, 영환 두 아들에게 승계가 이뤄질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주회사를 비롯해 귀뚜라미 등 보일러 난방분야는 큰 아들인 성환에게, 귀뚜라미범양냉방과 신성엔지니어링 등 냉방, 공조분야는 둘째 아들인 영환에게 맡기려는 구상이 아니겠냐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주사인 귀뚜라미홀딩스에 회계전문가를 둔 것과 보일러 사업분야에 경험이 풍부한 관련업계 인사를 포진한 것이 이런 구상의 배경이란 설명이다.

귀뚜라미는 지난해 투자부문 지주사 ‘귀뚜라미홀딩스’와 사업부문 자회사 ‘귀뚜라미’로 분할됐다. 기존 귀뚜라미는 분할 후 지주사인 ‘귀뚜라미홀딩스’로 전환됐고, 사업부분을 담당할 ‘귀뚜라미’가 신설됐다. 지주사 대표는 기존 귀뚜라미의 사장을 역임했던 송경석 사장이 맡았고, 사업회사 귀뚜라미는 경동나비엔 대표이사와 부회장을 역임한 최재범 사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귀뚜라미홀딩스 송경석 대표
귀뚜라미홀딩스 송경석 대표
귀뚜라미 최재범 신임 대표
귀뚜라미 최재범 신임 대표

귀뚜라미홀딩스 송경석 대표는 2012년 귀뚜라미그룹 경영관리본부장(CFO)으로 입사했다. 전형적인 회계전문가로 귀뚜라미에너지와 귀뚜라미 대표이사를 겸임하는 등 회사 전반 사정에 밝고, 재무분야 전문성까지 갖춘 전문경영인이다. 반면 최재범 대표이사는 대우일렉트로닉스 해외사업본부 본부장과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백색가전 대표이사, 메디슨 대표이사, 경동나비엔 대표이사 등을 역임했다. 여러 회사의 대표를 역임하며 조직 운영 능력을 인정받아 온 인물이며, 특히 해외 사업 분야에 정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귀뚜라미는 최 대표 영입을 통해 보일러분야의 신사업 발굴과 함께 한 발 앞선 경동나비엔의 해외시장 개척 등 노하우를 이식해 귀뚜라미의 부진한 해외시장 개척에 힘을 기울일 것이란 전망이다. 현재 1조원 규모의 귀뚜라미그룹 매출을 2023년까지는 2조원까지 끌어올리겠다는 포부다.

“귀뚜라미가 최재범 사장을 영입하려 한다”는 소문은 사실 업계 내에서 지난해 말부터 은밀하게 회자돼 왔다. ‘귀뚜라미가 경쟁사인 경동나비엔의 최고 경영자를 역임한 최재범 사장을 신임 사장으로, 대성쎌틱에너시스 임병익 본부장을 해외영업본부장으로 영입키로 했다’는 이야기가 돌면서 진위 여부와 함께 그 배경에 대한 숱한 추측과 분석들이 오고갔다. 사실 경쟁사의 대표를 영입하는 사례는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해도 상도의상 전례를 찾기 힘든 경우이기 때문이다.

소문을 확인한 후 사실 여부를 확인키 위해 귀뚜라미에 수차례 연락을 취했다. 하지만 지난해 강릉펜션사고가 발생한 직후처럼 귀뚜라미 홍보팀 담당자는 모든 전화를 회피했다.

다양한 경로를 통해 진위를 확인한 결과 “귀뚜라미 본사에서 최재범 사장을 보았다”는 목격담까지 전해지며 소문이 사실임을 확인해 주는 다양한 증언을 들을 수 있었다.

사실을 처음 전해준 업계 관계자는 “귀뚜라미 내부사정을 잘 아는 지인을 통해 확인한 사실”이라며 “경동나비엔 최재범 전 사장은 조만간 사장에 취임키로 했다. 대성쎌틱 임병익 본부장은 이미 해외영업본부장으로 출근을 시작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관련 협회 임원진 역시 “동일한 소문을 들었다”고 확인해 줬다.

한 협회 임원은 “귀뚜라미에서 사실을 확인해 주지는 않았지만, 주변인들을 통해 확인한 결과 소문이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며 “그 배경에는 경쟁사의 해외시장 진출 노하우를 이식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협회 관계자 역시 “다른 회사를 통해 이야기를 들은 바 있다”며 “최재범 사장을 영입키로 했다는 사실에 자신도 많이 놀라고 당황했다”고 말했다.

이외도 대리점 영업을 담당하는 한 관계자는 “지인이 귀뚜라미에서 최재범 사장을 목격한 사례를 구체적으로 들었다”며 “귀뚜라미 최진민 회장을 만나고 나오면서 최재범 사장이 90도로 인사를 하는 모습을 보고 의아했다. 소문을 듣고 나니 전후 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도 말했다.

결국 이번 경쟁사 대표와 관련 임원의 영입은 해외진출에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귀뚜라미가 현재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내린 결단이란 분석이다. 해외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경동이나, 최근들어 가시적 성과를 보이기 시작한 대성의 노하우를 해당 회사의 경영진을 영입함으로써 손쉽게 이식하겠다는 전략이란 설명이었다. 특히 최재범 사장은 경동의 대표를 역임하고 퇴임한 지 3년이 지났고, 임 본부장은 최근 회사를 퇴직해 자리를 옮긴 상황이라 해당 회사들의 해외진출 과정, 영업라인, 전략 등을 모두 파악하고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귀뚜라미 역시 미국을 비롯해 중국,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등 오랫동안 해외진출을 위해 적지않은 공을 들여왔다. 그러나 막대한 투자에도 불구 최근까지 제대로 된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대부분 수출 제품들도 OEM 또는 반제품이나 부품 형태에 머물고 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해외영업을 담당하고 있는 한 업계 관계자는 “야심차게 진출했던 우즈베키스탄 역시 파트너 문제로 적지 않은 고전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해당사를 우리도 파트너로 검토했으나, 나중 문제가 있는 회사로 파악돼 포기한 경우였다”고 밝혔다.

결국, 이 같은 배경이 귀뚜라미가 경동나비엔의 해외진출 성장을 이끈 최재범 사장을 최고 경영자로 영입하고, 최근까지 미국 현지시장에서 근무했던 대성쎌틱 임병익 본부장까지 영입한 직접적인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 같은 결정에 대해 관련 업계에서는 “회사 대표나 임원이 업무를 총괄하고 방향을 결정할 수는 있겠지만 글로벌 수준에 맞는 제품과 회사 시스템이 뒷받침 되지 않는 한 해외수출에 대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기는 힘들 것”이라며 “최 사장과 임 본부장의 능력이 아무리 출중해도 결국 실질적 경영과 관련한 최고의사결정권자인 최진민 회장이 업무에 대한 전권을 부여하지 않는 이상 귀뚜라미가 지금 한계를 극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귀뚜라미는 경동나비엔에 이어 국내 가스보일러 시장에서 린나이와 어깨를 나란이 하며 2~3위의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유독 해외시장에서는 부진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귀뚜라미는 경동나비엔에 이어 국내 가스보일러 시장에서 린나이와 어깨를 나란이 하며 2~3위의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유독 해외시장에서는 부진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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