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식 한국주유소운영업협동조합 이사장
중기중앙회 이사협의회 회장 겸 노동인력위원회 위원장
"뿌리산업, 벤처·개발 업종 등 주52시간 못지켜"
"공제조합 설립해 과포화 주유소업종 구조조정해야"

김문식 한국주유소운영업협동조합 이사장. 중기중앙회 이사협의회 회장 겸 노동인력위원회 위원장도 겸하고 있다.
중기중앙회 노동인력위원장을 맡아 지난해 최저임금, 주52시간제 등으로 바쁜 시간을 보낸 김문식 한국주유소운영업협동조합 이사장을 인터뷰했다. [황복희 기자]

[중소기업투데이 황복희 기자]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를 취재차 드나들다보면 유독 자주 마주치는 인사가 있다. 김문식 한국주유소운영업협동조합 이사장이 그 중 한 사람이다.

중앙회 8층에 조합 사무실이 있는데다 중기중앙회 이사협의회 회장 겸 노동인력위원회 위원장이라는 비중있는 직책을 맡고 있으니 그럴 수밖에 없지 싶다. 특히 지난해는 최저임금과 주52시간제 등 중소기업 입장에서 ‘발등의 불’을 끄기에 바빴던 만큼 소관 위원회를 맡고있는 그의 발걸음이 한층 분주했을 것이다.

다행히 새해 최저임금은 2.87% 수준에서 결정나고, 주52시간제도 1년의 준비기간을 얻어내 중소기업계로선 숨돌릴 틈이 주어졌다. 이같은 결과를 얻기까지 지난 한해 바쁘게 움직인 김 이사장을 지난 9일 중기중앙회 1층 커피숍에서 만났다.

“최저임금은 최소 동결을 주장했으나, 5%를 (노동계와의)접점으로 예상했는데 2.87%(인상)로 결론나 개인적으론 ‘개가’라고 본다. 이에비해 주52시간제는 1년의 계도기간에 더해 6개월의 시정기간을 얻어냈으나 안심할 수준은 아니다. 산업구조상 주52시간을 지킬 수 없는 업종에 대해선 지금이라도 선별해 예외를 인정해줘야한다. 뿌리산업이 대표적이고 벤처 및 개발 업종과 연구직 등은 지키기가 어렵다.”

김 이사장은 “(유예기간 등) 충분한 시간을 줘도 안되는 건 안되는거다. 막무가내 데드라인을 줄게 아니라 예외를 인정해줘야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더욱이 벌금형이라 안지키면 전과자가 된다”며 “현실에 맞게 정착시키기 위해 올해는 주52시간제 예외업종을 만들어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2016~2018년 4월까지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적이 있는 그는 최저임금의 제도적 문제에 대해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하게 언급했다.

“현행 최저임금위원회는 허울만 독립기관이지 정권의 정치논리에 따라 결정되는 모순을 안고 있다. 보수정권에선 경영계 주장이, 진보정권에선 노동계 입장이 각각 먹힌다. 공익위원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정권 입맛에 맞춰 결정하고 있다. 위원회는 심의만 하고 결정은 국회나 정부가 하는 방식으로 바뀌는게 바람직하다. 또 노동의 강도와 도시·농촌의 생계비가 다 다르다. 단일임금을 적용할 게 아니라 ‘레인지(범위)’를 줘서 업종별 지역별로 상하한선에서 결정하게 만들어주는 구조로 가는게 합리적이다.”

본인의 주 업종인 주유소 운영업으로 화제를 돌렸다. 2018년 1월부터 한국주유소운영업협동조합 이사장을 맡고 있는 그는 경기도 성남과 안성 등지에 대,여섯개의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다. 1983년 쌍용정유(현 에쓰오일)에 입사해 1992년 주유소를 차리면서 퇴직했다. 이 바닥에서만 40년가까이 잔뼈가 굵은 셈이다. 출범 47년된 한국주유소협회 회장을 지난해 6월까지 7년씩이나 한 이력도 갖고 있다.

“주유소는 현재 전국적으로 과포화상태를 넘어 구조조정이 시급하다. 2018년 기준 그 해 전국에 16개 주유소가 새로 생긴데 비해 없어진 곳은 150개가 넘는다. 요즘엔 더 악화돼 새로운 진입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기름을 몫돈 주고 사와 푼돈으로 파는 구조다보니 차입을 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대부분 기름 살 돈이 없어 문을 닫는다. 전국적으로 1000여곳이 휴업과 영업을 반복하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식휴업은 지자체 신고를 통해 3개월까지만 되는데다, 폐업을 하려해도 토양오염 정화비용과 철거비용으로 1억5000만원이 드는 까닭에 휴업신고도 안한채 방치된 주유소가 수도권과 지방 등지에 널려있고 통계도 안잡힌다는게 그의 전언이다.

현재 전국의 주유소는 1만2500개 정도로 추산되며 이 중 개인주유소는 8000여개, 나머지는 정유사 직영 주유소 등이 차지한다. 국토면적이나 산업규모로 봤을 때 7000여개가 적정하다고 김 이사장은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된데는 정부의 책임 또한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1995년 11월 이후 주유소 설치에 있어 거리제한이 풀렸다. 그 전까지 대도시는 1㎞, 지방은 2㎞ 이내 추가 진입을 할 수 없었다. 이후 주유소 수가 4배로 늘었고 특히 정유사들이 직영주유소를 통해 영역을 크게 넓혔다. 결과적으로 대기업의 먹거리가 된 셈이다.”

그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9년부터 국회와 정부 등지에 주유소 공제조합 설립의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최근엔 정부, 정유업계, 조합원들이 상호출자해 협동조합 차원에서 공제조합을 만들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하지만 ‘특정업종에 대한 특혜’라는 이유로 기획재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아 진척이 되지 않고 있다고 김 이사장은 답답한 심경을 밝혔다.

“적절하게 폐업을 하게 만들어줘야 하는데 방치가 돼다보니 흉물이 돼버렸다. 이런 주유소의 명의를 빌려 무자료 등 불법유통이 비일비재하니 정부입장에서도 손해다. 일본의 경우 한때 주유소가 6만5000개에 달했으나 15년전부터 각 현에서 폐업지원을 해줘 3만6000개로 줄었다. 우리도 공제조합을 통해 전·폐업시 비용을 지원함으로써 구조조정을 하려는거다. 정부가 먼저 최소 5억 정도 시드머니를 출자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농촌은 농협 주유소가 꽉 쥐고있고, 한국도로공사가 임대를 주는 고속도로 휴게소 주유소들이 지역 최저가를 앞세워 ‘공룡’으로 자리잡은 가운데 개인 주유소들은 갈수록 설자리가 없다고 그는 실상을 전했다.

‘개인이 주유소를 차리는 일은 더 이상 쉽지않겠다, 아니 그렇게된지 이미 꽤 됐구나’라는 인식을 하며 인터뷰를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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