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봉 中企 옴부즈만···40년 경력의 기업인 출신
한국종합화학이 전신인 (주)케이씨 회장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산화알루미늄·알루미나 국내 유일 생산업체
삼성전자·LG전자 유리원료의 80% 공급

기업인 출신의 박주봉 중소기업 옴부즈만이 내달 취임한지 만2년을 맞이한다.
기업인 출신의 박주봉 중소기업 옴부즈만이 내달 취임한지 만2년을 맞이한다. 지난 1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박 옴부즈만이  그간의 공직 소회와 새해 계획을 밝히고있다. [황복희 기자]

[중소기업투데이 황복희 기자] 중소기업인들이 기업하는데 있어 ‘가려운 곳을 찾아서 긁어주는’ 역할을 하고있는 박주봉 중소기업 옴부즈만은 탄탄한 중견기업을 여러개 일군 40년 경력의 기업인 출신이다. 기업인들의 애로사항을 '캐치'하는데 있어 공무원들이 따라갈 수 없는 야생의 ‘촉각’을 지닌 셈이다. 기업인 태생의 그가 차관급인 중소기업 옴부즈만이 된지 내달이면 만2년이 된다.

박 옴부즈만은 지난 10일 여의도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지난해를 결산하는 동시에 새해 계획을 밝혔다. 민간인 출신 답게 비교적 허심탄회하게 그간 공직에서 일한 경험을 털어놨다.

“기업을 했을 때와 여러 가지로 차이가 있었다. 가장 큰 차이는 실질적으로 기업은 오너가 직접 지시하면 빨리빨리 이뤄지는데, 여기(관가)는 여러 가지 규정이나 규제, 단계적 보고사안들이 있다보니 느리다. 그런 부분들을 시정하고자 나름 노력했다. 가능성 있는 거를 가능으로 바꾸고, 조그만 거를 큰 걸로 바꿔내고, 작은 경험도 큰 현실로 만들어내는거, 기업하면서 중요하게 여긴 가치들을 접목시켜 일한게 도움이 되지않았나 생각한다.”

이같이 기업가정신을 접목시켜 일한 결과, 지난해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고 그는 자평했다. 요즘엔 특히 대면협의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닫고있다고 한다.

“올해는 각 부처 및 기관을 상대로 대면협의를 강화할 생각이다. 부처에서 보기에 껄끄럽고 힘이 없는 기관이다보니 만나주지 않는 등 지금까지 대면협의가 적었다. 이메일 등을 통한 공문협의가 10% 정도의 성과를 본다면, 대면협의는 30% 정도 해결이 되더라. 이에 직원을 보강하는 등 제도적 장치를 해서 대면협의 여건을 만들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현재 중소기업 옴부즈만실에는 박 옴부즈만을 포함해 40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공무원과 민간인 출신이 각각 절반을 차지한다.

그는 올해 창업 활성화를 위한 연대보증 면책 소급적용, 야생동물 살처분에 따른 환경 민원 해결, 전국 14개 규제자유특구 사업의 빠른 진행 등을 중점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소기업에 큰 부담이 되고있는 화관법·화평법 관련해선 “환경부와 민주당 정책위에 여러차례 건의한 만큼 기업인이 원하는 쪽으로 상당부분 될걸로 생각한다. (법에 맞추려면)시설을 많이 해야되는데 우선은 좀 (규제수치 등을)약하게 완화하면 그 시설을 안해도 된다. 너무 강하게 한꺼번에 하는거 자체가 무리수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각 부처가 협조는 해주나 대부분 적극적으로 해주지 않는게 사실이다. 경제장관회의 때도 장관들에게 ‘정부기관으로서 우리가 중소·중견기업의 애로사항을 처리하는 마지막 보루다. 우리가 안되면 해줄 데가 없다. 기업인들이 하소연할 데가 없다’고 얘기한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해결 쪽으로 노력을 해야하는데 심도있게 받아주지 않는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그같은 악조건 속에서도 지난 한해 강원도 고성에서 연어알을 수입해 부화시키는, 전 세계 시장규모 65조원의 연어양식사업에 관한 규제를 풀어 2~3년뒤 중국 등지로 2조원 넘게 수출을 내다볼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관세청과 협업해 자가용 및 전세기 전용공항인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의 국내선 운영을 허용함으로써 자가용비행기로 방문하는 기업인들이 짐 검색 등을 위해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를 반드시 거쳐야만 했던 큰 불편 또한 해소했다.

박 옴부즈만은 중견 강소기업을 여러개 일군, 강한 개척정신의 기업가다.

1980년대초 트럭 한 대를 갖고 무연탄운송사업에서 출발해 1988년 대주개발(현 대주중공업), 1989년 구월철강(현 대주이엔티), 2000년 케이디종합건설을 설립한데 이어 2001년 당시 공기업이던 한국종합화학공업를 인수해 현 케이씨를 일구었다. (주)케이씨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인 수산화알루미늄과 알루미나를 국내 유일하게 생산하는 업체로 삼성전자와 LG전자에서 필요로 하는 유리원료의 80%를 공급하고 있다.

전기자동차의 핵심소재이기도 한 이 분야에서만 지난해 2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 연말까지 설비확충이 끝나면 1조원 안팎의 매출을 내다본다. 현재는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그는 이처럼 휴대폰과 전기자동차 등에 쓰이는 특수소재인 알루미나 제조기술을 개발한 일화를 들려줬다.

“깨지지않는 유리를 만들려면 우리가 생산하는 고성능 알루미나를 반드시 써야한다. 10여년전 일본의 퇴직 기술자를 데려와 기술개발 연구를 시작했다. 당시 일본으로부터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삼성과 LG에서 조차 불가능하다며 믿지를 않았다. 알루미나를 많이 쓸수록 깨지지가 않는데 5년전쯤 우리가 개발함으로써 공급가격을 30% 낮췄다. 두 대기업 제품의 가격을 떨어뜨린게 바로 우리라고 할 수 있다.”

중간에 모 대기업에서 기술인력을 빼가는 고초를 겪기도 한 그는 지금은 국내 유일의 알루미나 제조업체로서 정부가 얼마전 선정한 핵심 소재부품기업 4곳 중 한 곳에 들기도 했다.

그는 ‘본업’으로 다시 화제를 돌려 “보건복지부·산자부·공정위 등 주요 부처 가운데 옴부즈만실에 인원을 파견하지 않은 곳들이 있다”며 “(농림축산식품부·산림청 처럼)소중하게 발굴한 규제애로들을 부처에서 성의없게 대응했을 때 상당히 마음이 아프다”고 수차례 아쉬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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