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장

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장
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장

<중소기업의 중요한 역할 5가지>

중소기업 브랜드 엑스포가 지난해 12월3~4일 미국 LA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렸다. 한국의 창의적 중소기업들 74개 업체가 참여해 사업을 설명하고 거래를 트는 등 해외진출 활동을 벌였다. 물론 거래를 성사시킨 업체들도 있고 아직은 아니라도 희망을 가지고 더욱 노력하는 업체들도 있었다. 이 사업은 중소벤처기업부, 산자부, 대중소협력재단, 창업진흥원, 인천항만공사, MBC 아메리카 등이 협력했고 대기업 중 롯데홈쇼핑이 주관사로 참여했다.

해마다 해외 중요시장 2군데씩 정해 열리는 이러한 브랜드 엑스포 사업은 개별 중소업체들이 스스로 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대기업과 정부 유관기관 등이 협력해 벌이는 행사다. 중소업체들의 해외진출 가능성을 타진하고 가능하면 이를 성사시키는 사업으로 한국 중소벤처기업들의 작은 국제화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한국 중소기업이 세계시장을 대상으로 사업을 확장하려한다는 뜻이고 그만큼 질적 수준도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중소기업의 해외진출은 중국, 동남아 등 시장은 넓고 인건비는 저렴한 지역으로 확장한지 이미 오래되었다. 이제는 선진공업국으로도 시장을 개척해 수출을 늘이려 하고 있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우리나라 전체 기업수의 99.9%나 되며 고용인원의 90% 전후를 차지하고 있다. 부가가치 창출액의 합계는 대기업 전체와 비슷한 수준이다. 중소기업은 이만큼 우리 경제의 바탕이 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중소기업은 항상 어렵고 크게 발전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흔히들 중소기업은 작은 기업이고 약하기 때문에 지원해야 하고 혜택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공정한 경쟁이 중요하지 작고 약하다고 무조건 지원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여기서는 우리 중소기업이 산업발전에 있어서 왜 중요한지 그 이유를 몇가지 지적해보고자 한다.

첫째, 중소기업은 산업발전의 요람이자 텃밭

어느 나라든 중소기업, 중견기업, 대기업, 초대기업 등으로 산업지도가 구성돼 있다. 그중에서 가장 열악한 환경이 중소기업인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견, 대기업, 초대기업 등 이미 자리잡은 기업들도 출발은 중소기업이었던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중소기업에서 출발해 중견 대기업으로 성장한 것이다. 따라서 중소기업은 산업발전의 요람이자 텃밭이다.

둘째, 산업생태계에서 중소기업은 필수이며 압도적 비중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전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 물론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이지만 한국의 중소기업은 사업체수로 373만1000개로 99.9%를 차지하고 있을 만큼 압도적이다. 전체 기업종사자 1730만명 중 1553만명이 중소기업 종사자로 89.8%를 차지하고 있다. 이만큼 중소기업의 비중은 압도적이다. 중소기업 없이 대한민국의 산업이 존재할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부가가치 생산액도 총액으로 대기업과 비슷한 수준이다.

셋째, 대기업과 혁신기업도 중소기업부터 시작

대기업과 혁신기업도 따지고 보면 모두 중소벤처기업으로부터 스타트한다. 처음부터 갑자기 구글이나 삼성전자가 출현하는 것은 아니다. 시작은 작은 기업으로부터 출발해 어느 단계에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발전경로이다. 이러한 혁신적 기업이 계속적으로 출현하는 것이 결국 산업발전을 이룩하는 것이다. 지금 한국경제는 혁신적 중소기업 출현이 절실한 산업구조조정기에 들어서 있다. 지난 반세기 동안의 산업화 과정에서는 선진국들의 자본과 기술을 도입하거나 모방하는 ‘캣취업’ 시대였다면 지금은 4차 산업혁명과 같이 창의적이고 모험적인 기업들의 출현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이다. 이러한 혁신적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대기업은 대기업대로 중소기업은 중소기업대로 각각 중요한 역할들이 있다. 특히 중소벤처 기업들의 창의적 모험적 역할이 긴요한 시기이다. 이것은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기도 하다.

넷째, 일자리 창출과 양극화 해소의 중심

우리 정부는 일자리창출을 매우 중요시 여기고 이에 역점을 두어 왔다. 동시에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소득층의 소득증가도 역시 중요시 여겨 왔다. 그런데 이를 해결하는 길은 궁극적으로 중소기업의 창업과 성장에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중소기업의 부가가치 창출이 늘어나 종업원의 채용과 소득증가가 이뤄질 때 비로소 소득불균형이 해소될 수 있다. 최저임금 상승과 주 52시간제 도입 등은 소득상승과 양극화 해소를 위한 시작일 뿐 실제로 그 성과가 나타나는 것은 중소기업의 창업과 부가가치 향상이 이뤄질 때이다.

다섯째, 창의적 모험적 도전정신을 갖춘 엔터프리너의 산실

오늘날 자본주의를 정부주도형 자본주의, 대기업중심형 자본주의, 그리고 기업가형 자본주의로 나누는 학자들이 있다. 유럽과 일본 등은 대기업중심형 자본주의이며 미국 등을 기업가형 자본주의로 분류하고 있다. 그 차이는 기존 소수의 대규모 기업들이 계속 지배하고 있는가 혹은 모험적이고 창의적인 새로운 기업들이 계속 나타나는 자본주의인가 여부에 달려있다. 이 점에서 미국이 가장 기업가형 자본주의에 가깝다. 그렇게 되려면 끊임없이 신흥기업가(엔터프리너)들이 출현해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로 기업을 창업해 나가느냐 여부에 달려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실패하는 기업들도 많지만 벤처창업의 붐을 일으키면서 새로운 도전에 열중하는 엔터프리너들은 중소벤처기업에서 나타나게 된다. 이들은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을 갖춘 전문경영인일 뿐 아니라 기업을 일으키는 사업가들이다. 이러한 엔터프리너는 다양한 분야에서 많이 나타나야 좋다. 대기업은 주로 해당분야의 현상유지에 역점을 두기 때문에 이러한 도전은 새로운 중소벤처기업에서 활성화된다.

이같이 중소기업은 한 나라 경제의 모태이자 새로운 엔터프리너들의 산실이다. 그런데 항상 열악한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대기업의 하청과 착취의 대상이 돼 왔다. 이를 극복하는 일이 우리의 과제이다. 무엇보다도 공정거래 속에서 대기업과 상생이 필요하다. 부품, 소재, 원자재, 유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착취의 대상이 아니라 협력의 대상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창업과 보육은 언제나 어려운 환경에서 이뤄지므로 이를 원활하게 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특히 창의적 혁신적 기업의 창출을 위한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이를 위해 규제프리존 설치 등 새로운 적극적 시도를 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정부의 정책은 공정거래 질서를 확립하는 것은 물론 창의적 기업가들이 노력하면 성과가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땀흘려 일할 수 있는 신바람나는 기업환경을 만드는 일에 치중해야 한다.

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장

키워드
#강철규
저작권자 © 중소기업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