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中企人들이 뽑은 새해 사자성어, ‘암중모색(暗中摸索)’
[칼럼]中企人들이 뽑은 새해 사자성어, ‘암중모색(暗中摸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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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투데이 황복희 기자] ‘암중모색(暗中摸索)’. 중소기업인들이 새해 경영환경을 빗대어 선택한 사자성어다. ‘어둠 속에서 손을 더듬어 찾는다’. 한마디로 ‘어둡고 막막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다행히도 희망의 끈을 놓치않고 해법을 모색하겠다는 의지 또한 담겨있다. 지난해말 그들이 선택한 사자성어는 ‘각고면려(刻苦勉勵)’ 였다. 고생을 무릅쓰고라도 애를 쓰며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각종 수치 보다 오히려 저 두 개의 사자성어가 기업인들이 피부로 느끼는 작금의 경제상황에 훨씬 근접한 지표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지난 1년간 정책당국이 국가경제라는 운전대를 제대로 운용해왔는지 저 두 사자성어를 놓고 한번 풀어보자.

올해는 ‘각고면려(刻苦勉勵)’였고 내년은 ‘암중모색(暗中摸索)’이다. 지난해 이맘때 기업인들이 바라본 경제전망 보다 1년의 시간이 흐른후 그들이 바라보는 내년 경제전망은 불행히도 한층 암울해졌다.

올해는 현 정부가 집권 전반기에서 후반기로 넘어간 해였다. 하여 청와대와 정부가 어려운 대내외 경제상황을 의식한듯 실제로 눈에 보이는 성과를 창출하겠다며 무수히 많은 정책들을 일견 방만하게 쏟아냈다. 그 가운데는 현 정권이 끝나고나서도 한참 이후의 시점까지 포괄한 중장기 정책까지 포함돼있다. 예를들면 지난 6월 문재인 대통령이 경기도 안산 스마트제조혁신센터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 선포식’에서 밝힌 ‘2030년까지 세계 4대 제조강국 진입’ 청사진 같은 것들이다. 기업인들은 물론 국민들 입장에선 전혀 ‘손에 잡히지가 않는’, 선언에 그쳐도 그만인 정책들이었다. 경제는 ‘꿈’과 ‘희망’이기 앞서 먹고사는 문제가 걸린 ‘현실’인데 말이다. 그같은 비전 선포 이후 어떤 진전이 있었고, 뭐가 달라졌는지 묻고싶다.

새로운 사업 하나를 벌이려해도 각종 규제에 막혀 ‘포기’라는 문고리를 잡았다 놓았다 고민해야하고, 당장 눈앞에서 실적이 뚝뚝 떨어지는 것을 지켜봐야하는 기업인들 입장에선 정부수장이 현실을 모르는 건지, 외면하는 건지 이도 저도 아니면 부인하는 상태에서 냅다 던져주는 ‘희망고문’ 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512조원대 ‘수퍼예산’만 하더라도 기업인들의 불안감을 달래기엔 역부족이다. 상당수 예산이 생산적인 요소 보다 선심성·복지성 예산에 편중돼있음을 모를리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부가 집권 여당의 총선승리를 위해 경제를 들러리로 세우지않을까하는 우려 또한 큰게 사실이다. 벌써 그같은 우려가 현실화되는 조짐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온갖 경제지표들을 손에 쥔 정책당국이라 하더라도 경제상황을 감지하는데 있어 기업인들의 ‘촉(觸)’을 따라갈 수는 없다고 본다.

중소기업인들이 바라보는 내년도 경기전망을 나타내는 수치가 지난 19일 나왔다. 중소기업중앙회가 2945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0년 경기전망 및 경영환경 조사’ 결과 새해 중소기업 경기전망지수(SBHI)는 전년도 대비 1.9p 하락한 81.3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4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저수준이다. 경기전망을 수치화한 SBHI가 100보다 낮으면 경기전망을 부정적으로 본 업체가 긍정적으로 본 업체보다 더 많다는 뜻이다.

이에 대다수 중소기업인들의 새해 경영목표는 다름아닌 ‘현상유지’(81.3%)인 것으로 조사됐다. 전진은 고사하고 ‘현상유지라도 잘하면 다행’이라는 의미인 게다. 그것도 ‘암중모색’을 통해서 말이다.

‘사업확장’을 하겠다는 응답은 9.4%에 불과했고, ‘사업축소’를 고려한다는 응답이 이에 맞먹는 9.3%였다. 이는 경제위기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불안감을 반영한다고 중기중앙회는 분석했다.

필자는 지난 15일 본지 보도(‘책상머리 정부정책’에 중소기업 속탄다)를 통해 기업현장의 분위기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현장과 괴리된 정부정책으로 인해 기업인들의 경영의지가 날로 약화되고 있다는 내용을 전달한 바 있다.

우리 경제의 중추를 담당하고있는 중소기업인들은 며칠남지 않은 2019년을 ‘속타는 심정’으로 마무리하면서, 내년 한해 또한 ‘어두운 밤길을 더듬는 심정’으로 어떻게든 버텨내겠다고 한다.

정책당국은 기업인들이 정작 무슨 생각을 하고 있고, 무엇을 원하는지 제대로 살피는 일부터 시작하기를 바란다. 하여 국민의 생계가 걸린 ‘경제’라는 밥상 위에선 적어도 ‘동상이몽(同床異夢)’을 보는 일이 없기를, 저물어가는 기해년(己亥年) 끝자락에서 진심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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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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