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평 칼럼] 지배구조에 관하여
[장태평 칼럼] 지배구조에 관하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태평 더푸른미래재단이사장(전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장태평 더푸른미래재단이사장(전 농림수산식품부장관)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대부분 임기가 끝난 후 사법적 절차가 진행되는 불행을 겪고 있다. 원인이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이 무소불위의 제왕적 대통령제도 때문이라 주장한다. 권력이 막강하다보니 함부로 휘두르게 된다. 더 무서운 것은 참모들이나 주변 사람들이 호가호의하며 권력을 남용하게 된다. 현실적으로 그 권력을 통제할 사람이나 조직이 없기 때문이다. 강한 권력 주변에는 그 권력을 이용해 이익을 추구하려는 나쁜 사람들이 몰려들게 마련이다. 그래서 문제가 발생한다. 동서고금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대통령제의 절대 권력을 분산하여 분권형 대통령제로 보완하던지 또는 내각제로 완전 개편하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이런 문제가 통치구조의 개편만으로 해결될 일은 아니다.

우리 기업의 경우에도 최근 일부 기업 오너들의 갑질 행태로 문제가 야기되었다. 이는 제왕적인 기업 운영방식의 극히 일부가 외부로 표출된 것에 불과하다. 대개 기업의 지배구조가 독단적인 경우가 많다. 예전에는 기업 CEO가 기업을 전적으로 경영하였지만, 최근에는 주주와 근로자 등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반영하는 제도적 장치가 보완되고 있다. 그리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확대됨에 따라 감사제도가 강화되고, 채권자 등 이해관계자, 시민단체와 지역사회와의 관계도 고려되고 있다.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사적 조직만이 아니라, 사회 속에서 다른 주체들과 공존하는 사회적 존재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조직 원리는 가부장적 전통이 강하다. 조직의 수장에 대해 절대권한을 부여하고, 그 권한을 행사할 때 과도하게 월권하더라도 주변에서 견제와 균형을 추구하기가 어렵게 되어 있다. 권한이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는 교육을 교육부가 완전 통합하여 운영하고 있다. 외국은 대개 대학은 대학 자율로 운영하고, 고등학교까지의 교육은 지방자치단체가 지방 실정에 맞게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정부의 입법 제안과 법률 해석을 법제처가 독점하고 있다. 외국은 대개 각 부처에서 자체적으로 그 업무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는 기관장이 모든 업무에 대외 대표권을 행사하고 있다. 그러나 선진 외국의 경우에는 위임된 업무는 그 담당자가 전권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육체도 뇌의 지시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조직도 있지만, 자율신경계나 내장의 활동은 자동으로 움직인다. 그것이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정부조직이나 민간조직도 자율기능이 많아야 한다.

최근 우리나라는 검찰개혁으로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집권세력은 검찰 권력이 너무 막강해서 정치화 되어 있어 그 권한을 약화시키겠다고 한다. 그래서 고위공직자에 대한 검찰기능을 신설하고, 경찰에게도 검찰권의 일부를 부여하겠다고 한다. 반대세력은 그렇게 되면, 검찰권이 정치에 예속되어 더욱 문제가 많아진다고 주장한다. 검찰 기능이나 경찰 기능은 사법적 집행 기능이므로 법원과 같이 자율적으로 법의 지배를 받도록 해야 한다. 정책적 고려나 정치적 간섭이 있어서는 안 된다.

얼마 전부터 거버넌스(governance)라는 개념이 사용되고 있다. 과거에는 정부결정이 정부주도로 이루어졌으나, 지금은 정부, 민원인, 이익단체, 전문가, 비정부기구 등 다양한 주체들이 협의와 합의를 통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이러한 지배 체계를 거버넌스라고 한다. 이 거버넌스는 임의적이거나 비정형이 아니라, 권한이 있는 조직과 의미 있는 과정 등으로 제도화 되어야 한다. 즉 이해관계의 협의가 정부의 혜택이 아니라, 의무이고 법의 지배가 되어야 한다.

권력의 주인은 국민이다. 선거를 통해서 입법부와 행정부를 구성하지만, 사법부는 정치로부터 독립시키고 있다. 사법부와 유사하게 선거관리, 방송통신, 정당, 지방자치 등도 상당한 독립성을 확보시켜 주고 있다. 앞으로 입법과 행정기능도 거버넌스가 더욱 민주화되고 다원화되어야 한다. 이와 같이 분권과 상호견제가 정부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국민의 권익을 보장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