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중앙회, ‘관용’과 ‘혁신’이 무언지 고민하라
[발행인 칼럼] 중앙회, ‘관용’과 ‘혁신’이 무언지 고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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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의 본지 대표‧발행인
박철의 본지 대표‧발행인

최근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타계하면서 김동연 전 부총리가 생각났다. 2015년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세계한인경제인대회에서 김 전 회장과 김 전 부총리가 나란히 강연자로 나선 적이 있다.

당시 김 전 부총리는 전 세계 흩어져 있는 한상들을 대상으로 ‘유쾌한 반란’이라는 주제의 특강을 했다. 그런데 지난 6월 중소기업중앙회가 주최한 하계포럼에 김 전 부총리가 참석해 똑같은 주제로 강연을 했다고 한다. 당시 중소기업중앙회 이사장들은 “김 부총리의 특강에 적지 않은 감동을 받았다. 추후 시간이 되면 꼭 연결이 되게 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이런 분이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했던 걸로 전해진다.

하계포럼에 필자는 참석을 하지 못해 대신 4년 전 싱가포르에서 들었던 내용의 취재수첩을 꺼내 든 이유다.

김 전 부총리는 젊은 날 경제적인 형편으로 인해 상고를 다녔고 낮에는 은행원으로, 밤에는 야간대학을 다니는 등 힘겹게 공부를 했다. 독서실 쓰레기통에 버려진 ‘고시계’라는 잡지 한 권을 접하면서 고시에 도전해 합격하고 이후 고위공직자가 됐다. 어느 누가 봐도 성공적인 삶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누구이며 지금까지 뭘 하고 살았는가’에 대한 회의가 밀려오면서 미칠 만큼 후회를 했다는 고백을 했다. 속물적이고 세속적인 성공, 그것은 사회나 주위 사람들의 기대치였다는 결론을 내렸다. 결국 ‘자신의 자신을 위한, 삶이 아니었다’는 것.

그래서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정말 그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나서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이를 위해 자신을 뒤엎어야 했다. 지금까지 익숙했던 것들과의 결별, 즉 공부하는 태도에서부터 방법, 나아가 해야 할 일의 우선 순위, 그리고 인생관마저 바꾸려고 노력했다. 공직에 복귀해서도 마찬가지로 자신과 주변 환경은 물론 사회에 대한 반란을 꿈꾸고 실천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기획재정부 차관 시절이다. 강원도 산골의 한 중학교에서 강의를 한 적이 있다. 그는 내용이 각기 다른 21권의 책을 구입해 이름을 써서 학생들에게 선물하고 강의를 했다. 강연의 핵심은 허황된 꿈이라도 좋으니 꿈을 가지라는 주문이었다. 하지만 마음 한 켠이 편치 못했다. 가난과 사회적 지위의 세습이 대물림되는 불공정한 사회에서 신분상승이나 계층이동의 장벽에 가로막혀 가난한 학생들의 꿈이 꺾이지는 않을까 생각했기 때문이다. 특히 가난하고 힘없는 소외계층을 위해 계층이동의 사다리를 만들겠다는 사회에 대한 반란은 평생 화두가 됐다.

각 신문사에 고정 칼럼을 연재하는 것은 물론 각종 강연회와 봉사활동을 통해 그는 자신이 던진 질문(환경, 자신, 사회)에 대한 해답을 찾고 있다. 사회의 인센티브 시스템에 대한 반란 역시 단호하다. 독과점 시장, 공공부문, 사회적 지대(rent)를 누리는 특정 직역(職域)사회 등 엘리트 카르텔의 벽을 낮춰야 공정사회가 된다는 말이다. 이를 위해 시장에서의 초과이윤에 대한 개혁을 주장했다. 공무원이나 공기업, 대기업 등 인기직종의 시험에 한번 합격하면 평생에 걸쳐 철밥통을 얻는 우리 사회의 현주소가 바로 초과이윤의 한 단면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마크 트웨인의 <왕자와 거지>, 영화 <왕이 된 남자 광해>를 예로 들면서 “힘든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따뜻한 가슴이 없다면 진정한 엘리트가 될 수 없다”는 말로 엘리트의 각성을 촉구했다.

또한 “리더십의 핵심은 ‘겸손’이며 진정한 엘리트는 전문성이 아니라, 품성에서 나온다”는 짐콜린스의 말을 인용하며 “약자에게 따뜻한 손길이 전해질 때 우리사회는 공정경쟁의 사회가 된다”고 강조했다. “인류역사상 로마·몽골·영국·네덜란드·미국 등 5대 강대국의 조건이 바로 ‘관용’과 ‘혁신’이었다”는 김 전 부총리는 ‘관용이란 나와 다른 것을 받아들이는 일이며, 혁신은 새로운 것을 시도해서 바꾸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6대 중소기업중앙회가 출범한지도 10개월을 눈앞에 두고 있다. 10개월간 어떤 혁신을 했고 선거과정에서 쪼개진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어떤 관용을 베풀었는지도 세심하게 뒤돌아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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