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온 물류단지가 신재생에너지 복합발전소 재탄생
국내 LNG냉열 활용도 1% 수준, 연간 7500억원 허비
버려지는 LNG냉열 활용 위한 제도 정비와 지원 시급

LNG냉열을 활용해 초저온물류단지를 조성한 유지초저온 평택 오성 초저온물류단지의 냉동창고 모습. [황무선 기자]
LNG냉열을 활용해 초저온물류단지를 조성한 유지초저온 평택 오성 초저온물류단지의 냉동창고 모습. [황무선 기자]

 

[중소기업투데이 황무선 기자] 유진초저온은 한국가스공사 평택 LNG인수기지 인근 오성 산업단지에 올 초 대규모 물류창고를 완공하며, 지난 30여년간의 ‘미완의 꿈’이던 LNG냉열을 활용한 에너지자립 사업장을 현실로 구현했다. 이곳은 지금 현재도 바다로 버려지고 있는 LNG냉열을 활용해 대규모 냉동물류창고를 운영하는 한편, 이 과정에서 기화된 천연가스로 수소연료전지를 가동해 전기를 생산하는 국내 첫 LNG냉열을 활용한 에너지 생산시설이다. 대형 물류창고 옥상에는 태양광발전시설도 함께 설치돼 운영중이며, 사업장에서 생산된 전기를 저장하는 ESS(에너지저장장치)까지도 갖추고 있다. 물류기지 역시 기존 시설들과 달리 최첨단 IT기술을 기반으로 스마트 콜드체인으로 운영되고 있는 최신기술이 집약된 최첨단 초저온 물류단지인 셈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이 사업장에서 사용하고 있는 에너지는 단 1W도 외부에서 공급되는 것이 없다는 점이다. 오히려 LNG냉열을 활용해 생산된 신재생에너지(수소연료전지+태양광에너지)로 생산된 전기가 한전으로 판매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유진초저온은 에너지 90%이상을 수입하는 우리나라가 지향해야할 친환경 발전소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연면적 15만9292.75㎡(4만8186평) 규모, 3개 동으로 구성된 자동화된 대규모 물류창고와 LNG냉열을 기초로 한 신재생에너지 발전소로 이뤄진 유진초저온(주) 평택 물류기지 그 현장을 다녀왔다. 

유진초저온 평택 오성 초저온 물류단지의 완공 기념탑. [황무선 기자]
유진초저온 평택 오성 초저온 물류단지의 완공 기념탑. [황무선 기자]

 

국내 LNG냉열의 '출발점'

1986년 10월 한국가스공사 LNG 평택인수기지 완공되면서 국내에서도 친환경에너지인 천연가스가 사용된 지도 벌써 43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수도권 인접지역인 인천 앞 바다에 1997년 인천LNG인수기지가 완공되면서부터 국내에서도 가까운 일본 등과 같이 LNG냉열을 이용하려는 시도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대규모 인구 밀집지역이 기지에서 멀지않은 만큼 그동안 LNG를 기화하기 위해 바다로 버려져 왔던 막대한 초저온 에너지를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바로 이때부터 본격화된 것이다.

당시 가스공사는 가스냉방, 아이스링크, 타이어 파쇄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한국가스냉열’이란 자회사(협력사)를 설립해 한 동안 운영했다. 그러나 이런 야심찬 구상은 일본이나 프랑스, 호주 등의 사례와 달리 국내에서는 쉽게 현실화 될 수가 없었다. 관련 기술부재와 이를 현실화 하기 위한 제도가 당시에 마련되지 못한 탓이었다.

약 10년 뒤인 2005년경에도 학계를 중심으로 ‘냉열에너지산업정책개발연구회(회장 문정기)’가 출범해 한동안 LNG냉열의 사업화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역시 당시도 그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 같은 오랜 업계의 바람이 최근 현실이 됐다. 물론 여전히 제도적 기반은 그때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그 사이 관련기술이 국내에서도 개발될 수 있었고, 신에너지 활용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확산되면서 산업통상자원부 가스산업과의 적극행정(비조치의견 통지)으로 제도적 미비점을 일단 시범적이나마 넘어설 수 있었다. 그 출발이 바로 유진초저온의 평택 초저온 물류기지다.

 

평택 오성 초저온물류단지의 시설개요.
평택 오성 초저온물류단지의 시설개요.

신재생에너지 자립섬으로 거듭난 유진초저온

유진초저온 친환경 물류단지가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간 것은 불과 9개월 전인 올해 3월이다.

유진초저온의 초저온 대규모 물류창고는 바다로 버려지던 LNG냉열을 활용해 저온의 창고의 저온상태를 유지하고, 이 과정에서 기화된 가스를 이용해 수소연료전지 발전을 통해 전력을 생산하는 세계최초 에너지 완전자립형 물류단지의 형태를 갖췄다. 옥상의 넓은 지붕에는 대규모 태양광발전시설까지 갖춰, 전 물류시설이 마치 하나의 거대한 초저온 물류창고와 함께 하나의 친환경 발전시설을 이루고 있다.

유진초저온이 자랑하는 에너지융복합형 에너시시스템은 크게 LNG설비를 기반으로 한 수소연료전지발전소, 태양광발전, 그리고 ESS시설로 구성돼 있다. 이중 에너지자립형 물류창고를 가능케 한 LNG설비는 가스공사 평택기지에서 이송해온 LNG를 저장하는 2기의 LNG저장탱크와 저온물류창고로 공급되는 냉열의 적정온도를 구현하는 LNG열교환기, 사업장을 순환하고 돌아온 남은 천연가스를 다시 액화해 탱크로 이송하는 재 액화시스템으로 구성된다. 이 과정에서 기화된 가스는 수소연료전지로 공급돼 전기를 생산하는 구조인 셈이다. 기화된 천연가스를 사용해 발전하는 수소연료전지는 9.68MW급 인산형연료전지(PAFC)다.

이 같은 에너지 설비를 기반으로 유진초저온은 LNG의 냉열을 활용해 1차 열교환기를 거쳐 -85℃의 온도로 SF/F급 초저온 냉동창고를 운영한다. 또 여기서 회수된 저온에너지는 다시 기화기를 거치면서 C급 냉동 창고와 상온창고에서 다시 활용되며 이 과정에서 생산된 기체 상태의 천연가스는 수소연료전지를 활용해 전기로 생산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무엇보다 LNG냉열을 활용해 운영되는 초저온 창고의 우수성은 물류창고에서 필요로로 하는 저온의 적정수준의 온도를 저렴한 비용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친환경 LNG 에너지융복합형 에너지인프라를 활용할 경우 기존 전력을 사용하는 저온 물류창고와 비교해 70% 이상 전기료를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더욱이 물류창고의 가장 기본이 되는 최적 온도유지관리는 물론 식품의 맛과 신선도를 결정한다. -60℃의 초저온 급속동결 기술은 궁극적으로 보관하는 식품유통기한과도 직결되는 기술인 셈이다.

실제 LNG냉열을 활용한 저온물류창고의 에너지소요비율은 기존 전기식 냉동기를 사용하는 시설과 비교해 28%(-40℃기준)에 불과한 수준이다. 더욱이 동결실의 저온성이 높을수록 에너지 소비효율은 더 큰 차이로 벌어진다.

 

평택 오성 초저온물류단지의 시설 개념도.
평택 오성 초저온물류단지의 시설 개념도.

 

연간 7500억 규모, 버려지는 LNG냉열

파이프 라인을 통해 산지에서 수요처로 곧바로 공급되는 유럽 국가와 달리 우리나라는 남북한이 대치하고 있는 지정학적인 위치로 인해 일본과 같이 바다로 고립된 섬과 같은 환경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우리나라는 친환경 에너지인 천연가스를 활용하기 위해 LNG를 선박을 이용해 도입해 사용하는 산업구조를 갖추게 됐다. 

산지에서 -162℃로 액화된 LNG는 천연가스 운반선을 통해 국내에 도입, 인수기지에 저장됐다가 다시 각 수요처로 공급된다. 이렇다보니 초저온 액체 상태로 도입된 LNG는 해수를 활용한 기화기를 거쳐 고압의 천연가스로 전환된다. 가스로 기화된 천연가스는 고압으로 각 도시가스사로 정압기로 공급되고, 다시 중압과 저압의 가스로 전환돼 보다 안전한 상태로 각 사용가로 공급된다.

국내 연간 LNG 소비량은 약 3200만톤(2017년 기준)으로 일본에 이어 세계 2위 규모를 자랑한다. 하지만 도쿄가스와 오사카가스의 LNG냉열 이용률은 90%에 이르는 반면 국내 냉열이용규모는 현재까지 1%도 안되는 실정이다.

2017년 기준 국내에는 전국적으로 연면적 3000평 이상 규모의 전기식 냉동창고가 800여개 이상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곳에서 사용하는 냉열량은 연간 약 340만Gcal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결국 국내 냉동창고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의 2배에 달하는 LNG냉열이 현재도 사용되지 못하고 바다에 버려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전기요금으로 환산할 경우 약 75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LNG냉열을 활용할 수 있는 산업분야는 사실 무궁무진하다. 유진초저온과 같은 물류창고는 물론 현재 개발된 기술만으로도 다양한 분야에서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활용이 가능하다는 게 학계와 산업계의 설명이다.

먼저, 공기 등 냉매를 직접열교환 시켜 이용할 수 있는 분야로는 냉동창고를 비롯해 ▲액화산소나 액체질소를 제조하는 공기 액화분리 분야 ▲액화 탄산가스나 드라이아이스 제조 ▲냉열발전 등이 있다. 또 간접적인 사용분야로는 냉열에 의해 제조된 액체질소나 액화탄소를 활용하는 ▲폐타이어 저온분쇄(폐기물 재자원화) ▲식물공장 등 저온재배 ▲수소제조 ▲해수 담수화 ▲초저온 송전 등이 있으며 관련산업은 앞으로 더 많은 분야로 확장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활용되지 못하고 버려지고 있는 LNG냉열을 활용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노력과 함께 법 개정을 비롯한 냉열에너지를 신재생에너지로 지정하는 등 제도적 정비와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에너지자립형 초저온 물류단지의 구성.
에너지자립형 초저온 물류단지의 구성.
LNG 냉열은 냉열을 직접 활용하거나 간접적인 이용을 통해 다양한 산업분야에 적용이 가능하다.
LNG 냉열은 냉열을 직접 활용하거나 간접적인 이용을 통해 다양한 산업분야에 적용이 가능하다.
유진초저온 초저온물류센터가 자랑하는 통합 관제 센터. 이곳은 물류 관제를 비롯해 에너지 설비의 통합적인 종합관리 업무를 수행한다. [황무선 기자]
유진초저온 초저온물류센터가 자랑하는 통합 관제 센터. 이곳은 물류 관제를 비롯해 에너지 설비의 통합적인 종합관리 업무를 수행한다. [황무선 기자]
물류센터내 LNG시설의 모습. [황무선 기자]
물류센터내 LNG시설의 모습. [황무선 기자]
국가별 LNG냉열 이용현황.
국가별 LNG냉열 이용현황.
초저온물류센터 내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황무선 기자]
초저온물류센터 내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황무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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