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일 앞으로 다가온 中企 주52시간제 시행 앞두고
정부가 지난 11일 보완책을 내놓긴 했으나
"정부가 현장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한목소리
"인력 줄이고 자동화로 대처할 생각"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50~299인 기업 주52시간제 안착을 위한 보완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황복희 기자]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50~299인 기업 주52시간제 안착을 위한 보완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황복희 기자]

[중소기업투데이 황복희 기자] “7월부터 주52시간제를 해보니, 매출규모에 맞춰 생산성이 나와줘야하는데 근로시간이 줄어드니까 너무 힘들다. 정치인이나 고위관료들이 현장을 너무 모른다.” (노영일 한국공원시설업협동조합 이사장)

“스마트공장 등 생산설비 최적화로 생산성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 사람에게 의존할 수가 없다. 중소기업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정부가 현장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이의현 한국금속공업협동조합 이사장)

“경기가 나쁜데 원청에서 추가주문이 떨어질 일이 뭐가 있나, 정부는 중소기업의 40%가 주52시간제 준비가 안됐다고 하는데 중소기업계가 조사한 바로는 57% 이상이 준비가 안됐다.”(서병문 한국주물공업협동조합 이사장)

10여일 앞으로 다가온 50~299인 중소기업에 대한 주52시간제 시행을 앞두고 정부가 지난 11일 계도기간 1년 부여 및 특별연장근로 확대 등의 보완책을 내놓았으나, 정작 근로시간 단축을 실행에 옮겨야하는 산업현장에선 대체로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마디로 “법과 정책을 만드는 국회와 정부가 현장을 너무 모른다”고 일관되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다. 정부가 나름 고심해서 보완책을 내놓은 듯하나, 현장의 실상 및 기업인들의 생각과 괴리된 ‘책상머리’ 정책이라는 것이다.

정부가 보완책을 내놓은 당일 중소기업중앙회가 “국회 입법미비 상황에 대비한 정부의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비교적 긍정 쪽에 가까운 공식 입장을 밝히긴 했으나, 정작 기업현장의 반응은 이와는 온도차가 컸다.

이번 정부 보완책의 핵심은 ‘계도기간 1년 부여’와 ‘특별연장근로 사유 확대’, 두가지로 압축된다.

서병문 중기중앙회 부회장 겸 한국주물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정부가 궁여지책으로 마련했으나 크게 효과가 없다. 1년 계도기간은 큰 도움이 안된다”고 잘라 말했다. 서 부회장은 “엄격히 따지면 근로자들이 고소하면 처벌받는거 아니냐”며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어 “인력이 부족한 기업에 외국인력을 지원하겠다고 했으나 최소 3개월 전에는 배치가 돼야 훈련을 시켜 현장에서 일을 시킬 수가 있고 또 근로자들이 근로시간 단축으로 급여가 줄어 그만두게 되면 새로 외국인력이 오더라도 인수인계가 안되는 데 무슨 도움이 되겠냐”고 말했다.

이날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주52시간제에 대해 중소기업들이 가장 애로를 호소하는 부분은 원청(대기업)의 갑작스런 주문에 따른 초과 연장근로의 불가피성”이라고 밝혔었다. 이에 서 부회장은 “경기가 나쁜데 원청에서 추가주문이 떨어질 일이 뭐가 있겠나”고 냉소적으로 평가했다.

공원시설물 시공업체를 운영하는 노영일 이사장 또한 “경기가 최악이다. 그런데다 주52시간제까지 겹치니까 설상가상으로 힘들다”며 “있는 직원도 줄여야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경기가 급속도로 나빠지다보니 정부가 정책을 만드는 시점과 내놓는 시점의 상황이 또 다르다는게 기업현장의 얘기다.

노 이사장은 “주로 지자체나 공공기관에서 수주를 받는데 일이 몰릴 때는 몰리고 또 한가할때가 있다보니 직원을 더 뽑을 수가 없고 조달청 납품조건상 직접 생산을 해야해서 외주를 줄 상황도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그나마 우리 업체는 디자인이나 특허 등 산업재산권이 많아 물량확보라도 하고 있으나 전통적인 설비를 갖춘 제조회사들은 거의 ‘그로기’ 상태”라고 허탈해했다. 특히 “뿌리산업은 야근도 해가면서 일이 들어오는대로 물량확보를 해야하는데 그것마저 안되면 누가 어려운 일을 하려고 하겠냐”고 반문했다.

정부는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인력부족을 신규 채용으로 대응하길 기대하나 이 또한 현장분위기를 전혀 모르는 정책이라고 기업인들은 입을 모았다.

노 이사장은 “정부에선 인원충원을 하라는데 인원을 줄이고 자동화설비를 확충해서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업을 최소화하는 정책을 내놓고 있으나 정작 기업인들은 자동화를 높이고 인원을 줄일 생각을 많이 갖고있다는 것이다.

노 이사장은 “우리나라 인건비가 아시아권에서 제일 높다. 중국이나 대만과 30~40% 차이가 나다보니 인건비 대비 생산성이 안나온다”며 “그러다보니 과거에는 사소한 자재라도 국내 조달을 했으나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자재들을 저렴하게 사와 국내서 가공 조립해서 판매하는 전략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출구전략을 외국 OEM이나 원자재 수입확대를 통해 찾고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매출규모 500억 이하 업체들은 경쟁이 안되는 사업은 축소하거나 해외기업 유치를 과감히 하고있는 베트남 등지로 공장을 내보내고 있다”고 그는 전했다.

이어 “정부가 귀족노조나 시민단체 얘기만 듣지말고 현장에 와서 속을 들여다보고 정책을 만들어야한다”며 “여러 업종에 걸쳐 파급력이 큰 건설경기 부양 등 생산적인 쪽에 예산을 투입하는 등 경기부양책을 써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특수강 업체를 운영하는 이의현 이사장은 “장비를 성능좋은 자동화기기로 계속 교체해나가지 요즘 직원을 새로 쓰려는 기업인은 거의 없을거다”며 인력수요 축소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우리 회사만 하더라도 기계전시회에서 과거 2시간반 걸리던 일을 17분만에 하는 자동화 기계를 보고 두 대 구입했다”며 “대당 수억원 짜리 기계이긴 하나 2~3년이면 투자회수가 되고 밤새도록 돌릴 수 있지 않나”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지나간거 위반했다고 하면 문제가 될거니까 올해 1월부터 근로시간 단축을 하고 있는데 지키고싶어 하는게 아니라 1차 밴드들이 일이 없어 하청이 안내려온다”며 “이번 토요일에도 일정부분 교대근무를 하는데 과거에는 전부 나와서 일을 했었다”고 밝혔다. 게다가 “인건비, 원자재값 오르고 경쟁 또한 심화되면서 매출이 같아도 수익률이 전년 대비 20~30%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정부가 여러 가지로 하는 거는 많으나 피부로 느끼기에는 별 도움이 안된다”며 “반찬이 열두가지 나오면 뭐하나 두,세가지라도 입맛에 맞는 반찬이 나와야 하듯, 돈을 풀고 여러 가지 지원하는 것 보다 마음 편하게 기업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목청을 높였다.

중소기업들로선 최저임금 인상이란 강력한 후폭풍을 한차례 겪은데다 나아질 기미조차 보이지않는 경기불황 속에서 근로시간 단축이란 또다른 대형 파도를 앞에 두고, 정부가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보완책 정도로는 어림도없다는 반응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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