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의 본지 대표‧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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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투데이 박철의 기자] “한국의 경험이 메콩의 역동성과 손을 잡으면 ‘한강의 기적’이 ‘메콩강의 기적’으로 이어질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부산에서 열린 제1차 한·메콩 정상회의에서 밝힌 말이다. 최근 메콩강경제권이 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ADB(아시아개발은행)는 2022년까지 메콩강 경제권 인프라 수요가 660억달러(약 73조원)에 달한다는 보고서를 냈다. 도로와 교량에 200억달러, 철도에 350억달러 투자가 필요하다고 추산한 바 있다.

‘메콩강경제권’은 태국, 베트남,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 등 5개국을 말한다. 이들은 경제 발전 단계는 뒤떨어졌지만 매년 성장률이 6% 이상인 데다 전체인구는 2만4000만명, 평균 연령은 28.8세로 아세안 내 ‘블루오션’급 시장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들 지역에서 한국의 영향력이나 존재감은 중국이나 일본과 비교했을 때 아직은 절대적으로 미미한 수준이다. 중국은 정부차원의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사업과 화교를 이용한 네트워크를 활용해 메콩강 경제권에 공격적으로 투자해 왔다.

캄보디아 남부 시아누크빌 일대의 항구와 경제특구, 호텔은 물론 고속도로까지 중국 돈이 싹쓸이 하고 있다. 시아누크빌 경제특구에 입주한 기업 110여개 가운데 90%는 중국기업이다. 중국은 또한 미얀마 양곤에서 400㎞ 북서쪽에 위치한 차우퓨 심해항 건설은 물론 중국 국경에서 미얀마 중부 만달레이시를 연결하는 철도 건설을 위한 타당성 조사에도 들어갔다. 라오스에선 중국까지 이어지는 약 421㎞ 구간에 고속철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일본은 10년 전인 2009년부터 매년 일·메콩 정상회의를 개최, 이 지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고 있다. 지난해 제10차 정상회의에서는 ‘도쿄 전략 2018’을 선언하고 협력방향으로서 연계성 강화, 사람중심 사회, 녹색 메콩을 제시한 바 있다.

특히 자국 기업이 7000여개 진출한 태국을 중심으로 메콩강 경제권 일대에 생산기지를 늘리고 있다. 일본 도요타통상은 지난해 말부터 태국 국경에 위치한 캄보디아 포이펫에서 테크노파크를 본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대 메콩강경제권에서 베트남을 제외하고 중국이나 일본과 달리 미얀마, 캄보디아, 라오스 등에 공적개발원조(ODA)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전략을 펴 왔다. 태국, 캄보디아, 미얀마, 라오스에 진출한 국내 법인은 베트남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3000여개 수준.

임성남 주 아세안대사는 “메콩강경제권에서 베트남에 치중해 있는 투자를 분산해야 한다”며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8000여개 기업을 지렛대 삼아 제2‧3의 베트남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콩강경제권 국가들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식민지배와 무수한 전쟁을 치러왔다. 하지만 한국은 세계사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한강의 기적을 통해 세계 10대 경제국의 반열에 올라섰다. 이런 한국의 역사적 경험이 메콩강경제권 국가들에게 동병상린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아울러 이들은 중국과 일본의 지나친 시장지배력 강화도 곱지 않게 보고 있어 그 틈새를 노려볼만 하지 않을까.
 

메콩강은 세계에서 열두 번째로 긴 하천으로 티베트 고원에서 발원해 중국 윈난성과 미얀마·라오스·태국·캄보디아·베트남 등 6개국을 통과한다. 길이는 약 4900㎞, 유역면적은 약 80만㎢에 이른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다양한 생물종을 보유한 생태학의 보고다. 메콩강은 물줄기가 수천 갈래나 되고, 유역 인구 3억3000만 명의 젖줄이 되고 있다. 비옥한 농경지대와 풍부한 어업자원을 형성하며, 수력발전의 잠재력도 크다. 메콩강 유역 국가들은 특히 쌀농사를 통해 식량안보를 확보하고 있는 주요 쌀 수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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