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케미칼, 호반건설 등 심사 진행 중
구체적 심사지침 마련…연말께 시행 예정
이익공제 주체·객체 등 구체적 규정
심사면제기준, 적용제외사유도 명확화

조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0월 7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0월 7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중소기업투데이 박진형 기자] 공정위가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에 칼날을 겨눈 모양새다. 지난 9월 취임한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그간 경제 주체간의 간담회에서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부당 내부거래)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하겠다는 경고성 발언을 이어왔다.

지난 10월 대한상공회의소에서의 간담회에서도 조 위원장은 “대기업이 일감 몰아주는 과정에서 계열사 성장을 촉진시킬 수는 있겠지만, 이 같은 거래에서 배제되거나 일감을 빼앗기는 중소사업자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일감 몰아주기로 발생할 수 있는 폐단을 바로잡기 위한 ‘엄정한 법 집행’을 밝힌 바 있다.

한화케미칼, 입증 쉽지 않아

공정위는 한화그룹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누나인 김영혜 씨가 최대주주로 있는 물류회사(한익스프레스)에 부당하게 일감을 몰아줬다는 혐의로 조만간 심사보고서를 보낼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과거 유사한 사례에서 혐의 입증이 어려웠다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한화그룹의 한화케미칼이 한익스프레스에 물류 업무를 위탁하면서 타 거래처보다 물류 가격책정을 높이는 방법으로 김영혜 씨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한 것으로 공정위는 보고 있다.

이에 한화그룹은 공정위의 조사는 받았으며, 그룹 차원이 관여한 것이 아닌 한화케미칼과 한익스프레스 간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1979년 설립된 종합물류회사인 한익스프레스는 전국에 물류거점을 구축, 육상화물운송과 국제운송주선, 창고운영 등을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다. 주요 주주로는 김영혜 씨가 지분 25.77%를, 아들인 이석환 씨 지분 20.60%을 갖고 있다. 문제는 한화그룹 계열사가 주요 거래처라는 점이다.

공정위가 들여다본 문제는 바로 한익스프레스와 한화케미칼과의 물류가격 산정이 예상보다 높게 책정돼 있다는 것이다. 한익스프레스가 상당히 유리한 가격조건이라는 점에서 과다한 경제적 이익을 제공받음으로써 이익을 받은 회사가 속한 자율경쟁시장이 왜곡될 수 있다는 점을 조사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공정거래법에서 명시한 ‘부당지원금 규제’에 해당한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다만, 과거 2016년 이와 유사한 사건에서 법원에서 입증을 하지 못한 사례가 있어 이번에는 공정위가 ‘얼마 만큼 입증을 할 수 있겠느냐’가 관건이다.

호반건설, 국감에서도 지적

지난 8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송언석 의원(자유한국당)은 LH가 아파트 등의 공동주택 용지로 개발해 추첨으로 분양하는 땅을 호반건설을 비롯한 중견 건설사 5개사가 비정상적으로 싹쓸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게 받은 택지를 사주 자녀들에게 몰아줬다는 의혹이다.

이에 지난달 7일 국회 정무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국감에서 김병욱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호반건설에 대한 조사를 하는지 조성욱 공정위원장에게 질의했고, 조 위원장은 “검토하고 있다”고 답변을 한 바 있다.

당시 송언석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LH가 세종·동탄 등 2008년부터 2018년까지 분양한 473개 공동주택 용지 가운데 30%를 호반건설을 비롯한 중흥건설, 우미건설, 반도건설, 제일풍경채 등 5개 중견 건설사들이 나눠가졌다. 공동주택 용지 총 가격은 10조5666억원에 달했으며, 아파트를 지어 분양해 거든 이익은 6조2813원에 이른다.

특히 호반건설은 473개 중 44개(9.3%)를 편법으로 낙찰받았다. 송 의원에 따르면, 27개 전매필지 가운데 70.4%에 달하는 19개를 계열사에 팔았는데 이중 17개가 자녀 세명이 대주주로 있는 계열사에 팔렸다. 이때 호반건설은 LH가 2009년 6월 경영난으로 건설가의 분양가격 이하 조건의 다른 회사로 주택용지를 전매하는 것을 허용한 부분을 악용했다는 송 의원의 주장이다.

미래에셋그룹, 새지침 규정상 예외될 듯

공정위는 미래에셋그룹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혐의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조치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심사보고서를 보냈다.

미래에셋그룹의 계열사들이 부동산 펀드를 조성해 포시즌서울호텔, 블루마운틴컨트리클럽(CC) 등의 임대관리 수익 발생케 투자한 후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등 총수 일가의 회사이자 지주사 미래에셋컨설팅에 운영을 맡기는 방식으로 수익을 몰아준 것으로 공정위는 판단하고 있다.

미래에셋컬팅이 계열사와의 거래로 올린 매출이 지난해 42억원 가량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심사지침안을 보면, ‘총수 일가 사익편취 심사기준액’인 50억원을 밑돌아 규제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행위 금지제도 개요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행위 금지제도 개요

새로운 ‘심사지침안’ 마련, 행정예고

공정위는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행위 심사지침’ 제정안(이하 심사지침안)을 마련해 지난 13일부터 27일까지 2주간 행정예고를 했다. 심사지침 내용을 확정해 연내 시행할 계획이다.

일감 몰아주기는 ’14년 2월 시행된 ‘공정거래법 23조 2항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 등 금지’ 조문이 적용된다. 도입 초기에는 기업들의 자발적 법 준수를 유도하기 위해 ’16년 12월 ‘총수 일가 사익편취 금지규정 가이드 라인’을 제정했다. 하지만, 법 집행에 있어 법 위반 판단기준이 애매하다는 점에서 꾸준히 개정이 요구돼왔다.

이번 심사지침안의 핵심골자는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행위의 주체 및 객체, 법 적용 시기 등 ‘규정 적용요건’을 구체화했다.

이익제공행위는 ▲정상적인 거래조건에 비해 상당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 ▲회사가 직접 또는 지배하는 회사를 통해 수행할 경우 상당한 이익이 될 사어기회 제공 ▲합리적 고려나 비교없는 상당한 규모의 거래 등을 규정했다. 이익제공행위 제공객체로는 특수관계인(동일인 및 친족)이 상장 30%, 비상장 20%이상 지분을 보유한 회사를 ‘특수관계인 회사’로 규정했다.

심사지침안에는 심사면제기준과 적용제외 사유에 해당이 되는 경우를 예시로 상세히 제시한다.

먼저 심사면제기준(시행령 별포 1의3)은 ▲정상가격 대비 7% 미만이고 해당연도 거래총액 50억원(상품용역은 200억원 미만 거래) ▲사업기회 수행능력이 없는 경우, 정당한 대가를 지급받은 경우, 그 밖의 합리적 사유로 거부한 경우 ▲해당연도 거래총액 200억원 미만이고 제공객체 평균매출액의 12% 미만 거래 등이다.

적용사외 사유(법 제23조의2 제2항)는 ▲효율성 증대효과가 있는 거래 ▲보안성이 요구되는 거래 ▲긴급성이 요구되는 거래 등 예외사유별로 요구되는 요건들에 대한 세부기준을 마련했다. 예를 들어 수출규제조치를 경기 급변 등 회사 외적 요인에 의한 긴급한 사업상의 필요에 따른 거래의 규정 적용을 받지 않는다.

서울고등법원은 “제23조 2항의 경우 공정거래 저해성은 요구되지 않으나 ‘부당한 이익’ 귀속에 대한 입증이 필요하고 경제력 집중 우려를 기초로 부당성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한바 있다. (’17년 9월 1일)

공정위는 이번 심사지침안에서 ‘부당한 이익이 귀속됐음이 입증되면, 공정거래 저해성을 입증할 필요가 없다’로 수정해 법원 판례와 부합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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