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창립 35주년 맞은 대연, 역사는 한편 드라마
火災 1년만에 생산설비 완벽 복구, 아산시대 개막

[중소기업투데이 황무선 기자] 온천으로 유명한 도고, 시원하게 뚫린 지방도로를 벗어나 고즈넉한 시골길을 얼마쯤 달리다 보면 작은 산중턱에 위치한 대연 공장(충청남도 아산시 도고면 도송로 23)이 나온다. 기존 공장 위치했던 경기 광주와 달리, 새로 둥지를 튼 아산공장은 시골마을이 시원하게 한 눈에 들어오는 그런 곳이다.

“공장 이전은 이제 모두 마무리된 건가요?”라는 기자 질문에 김영식 회장(대표이사)은 “아휴~”하며, 먼저 긴 한숨을 내쉬었다. 갑작스런 화재로 장장 23년을 일궈온 터전이 하루아침 전소되는 경험을 해야만 했던 김 회장에게 지난 1년은 하루를 이틀처럼 살아야했던 그런 날들이었다. “정말이지 정신없이 보냈습니다. 불과 1년만에 생산설비들을 모두 복구해낸 것들을 보고, 다들 ‘기적이다’라고 하더군요.” 9월말 광주공장을 정리하고, 아산으로 생산시설을 이전한 김영식 회장을 오랜만에 만났다.

대연 김영식 회장. [황무선 기자]
대연 김영식 회장. [황무선 기자]

 “생각보다 생산시설을 둘로 나눠서 운영하는 것이 쉽지 않겠다고 판단했습니다. 미련을 가지면 안된다하는 생각에 아산으로 모든 설비를 이전했습니다.”

여전히 생산된 제품과 자재들이 뒤엉켜 어수선 했지만, 이미 대연의 주요 설비들은 세팅 마치고,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공장을 매입했을 때와 비교해 보이지 않았던 건물도 하나 더 늘어 있었다.

“뜻하지 않은 변고로 고객들에게 제품을 제 때 공급하지 못한 것이 죄송할 따름입니다. 믿고 기다려준 도시가스사를 비롯해 유통사, 해외바이어 등 고객들에게 감사할 따름입니다. 좋은 제품으로 보답하는 게 저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보답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1984년 6월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가스 및 수도용 이음관 사출금형제작 전문업체로 출발한 대연은 올해로 창립 35주년을 맞았다. 하지만 화재사고의 여파로 올해는 창립 기념일도 제대로 챙길 수 없었다. 모든 직원들이 생산설비 복구와 제품생산에 힘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최근엔 20여년을 울고 웃으며, 대연을 든든한 중소기업으로 성장시켜준 광주공장과도 아쉬운 작별을 해야 했다.

하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대연은 공장 이전으로 오히려 한 단계 도약할 발판을 갖췄다. 아산으로 이전하면서 5000톤급의 사출기를 비롯해 중대형 사출기들을 추가하며, 광주시절과 비교해 무려 10대가 늘어난 총 30대의 사출기를 보유하게 됐다. 또 1000까지 시험이 가능한 국내 유일의 대형 통인장시험기와 대형 열간내압 크리프 시험설비까지 보유하게 돼 앞으로는 제품 품질을 한 단계 높일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화재를 겪다보니 현재 생산되는 제품들도 보다 철저한 품질 유지를 위해 QC팀에서 완벽한 검사를 거쳐 제품들을 출고 시키고 있었다.

“몇 해 전 세종시 인근 공단지역으로 공장을 이전하기 위해 계약까지 마쳤지만 뜻을 이룰 수 없었는데, 결국 이렇게 공장을 이전하게 됐네요.”

새로 이전한 아산공장은 대지 5116평, 건평 1459평, 천막 가건물 150평 규모로 이전 공장 보다 배 가까이 넓은 규모를 갖추고 있다. 과거 생산설비와 금형, 완제품들로 비좁았던 광주시절을 생각하면 현재 공장은 대연이 오랫동안 고민해 왔던 문제들을 말끔히 해소시켜 준 셈이다.

그리고 간부들을 위한 아파트와 직원을 위한 기숙사까지 갖췄다. 김 회장은 현재 공장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확장할 규모까지 고려해 생산공장과 떨어진 곳에 완제품을 보관하기 위한 창고까지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완성된 부품들을 살펴보고 있는 김영식 회장. [황무선 기자]
완성된 부품들을 살펴보고 있는 김영식 회장. [황무선 기자]

 사실, 대연의 35년의 역사는 한편의 드라마다. 대림산업에서부터 코스모, 현대파이프 등 주요 파이프제조사의 금형을 제작하면서 PE배관과의 인연을 맺었고, 이후 정밀도 높은 금형기술을 기반으로 수입품에 의존하던 전자식 이음관(E/F)을 국산화하며, 김 회장은 현재 대연을 일궈냈다. 3차례 크고 작은 화재사고를 비롯해 협력회사의 부도, IMF 금융위기 등 여러 위기들을 겪어냈다.

더욱이 공장이 전소되는 피해를 입힌 지난해 화재는 600평의 자재창고를 새로 확장한 지 불과 20일만에 일어났다. 가연성 제품을 보관하는 특성상, 화재사고를 우려해 각종 소화설비와 함께 창고에는 LED등 3개만을 설치했다. 하지만 바로 옆 가구공장에서 시작된 불은 출고를 앞둔 제품으로 옮겨 붙었고, 반나절 만에 생산시설을 모두 집어 삼켰다.

그러나 새로 들여온 사출기와 사무동까지 화재가 확산되며 막대한 피해를 입힌 화마 속에서도 대연이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던 것은 중요한 자산이자 핵심자산인 금형들이 무사했기 때문이었다. 35년째 이음관을 비롯해 각종 피팅류와 밸브를 생산하고 있는 대연은 현재 ISO와 ASTM 규격의 전기융착식 PE이음관과 630 세계 최대 구경의 PE볼밸브까지 약 600여종에 이르는 제품을 생산중이다. 이중에는 연간 수십개 팔리는 소구경 제품들도 있다. 하지만 이처럼 다양한 제품들을 모두 구비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대연의 모태가 된 금형기술이 기반이었다. 

결국 대연은 현재 아산공장을 인수하면서 새로운 공장과 중대형 사출기들을 신속하게 확보하게 됐고, 비록 막대한 투자비는 들었지만 단시간 생산설비들을 복구해 낼 수 있었다.

2005년 세계일류상품기업에 선정된 이후 대연은 2014년 1000만불 수출탑 수상에 이르기까지 숨 가쁜 성장가도를 걸어 왔다. 오사카가스와 뉴욕도시가스를 비롯해 현재는 일본, 미국, 중국, 러시아 등 30여개국으로 제품들을 수출하며 전체 매출의 60%를 수출에서 달성하고 있다. 더욱이 세계최초로 개발한 630 대구경 PE 볼밸브는 호주 도시가스사 등을 비롯해 이미 세계 여러 곳으로 100여개 이상이 팔려 나갔고, 대연의 기술력을 세계적으로 입증했다. 현재도 10개의 주문이 들어온 상태다.

“지금도 미국 바이어들이 제품검사를 위해 공장에 와 있습니다. 이전한 공장과 설비에 대단히 만족해하고 있고, 이미 출고해 현지 테스트도 완벽하게 통과했습니다.”

김 회장은 최근 화재와 공장이전 등으로 인해 품질을 걱정하는 고객사가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35년을 지켜온 대연 역사를 믿어 달라고 당부했다. 그리고 내년에는 올해 보다 배 이상 성장하는 대연을 만들겠다는 각오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 다짐했다.  김영식 회장은 “그동안 대연은 아무리 사소하고 작은 제품이라도, 고객이 필요하다면 먼저 만들어 공급하는 회사였다.”며 “앞으로도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국내 PE산업과 함께 성장하는 세계적인 명품 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김영식 회장. [황무선 기자]
김영식 회장. [황무선 기자]

 

출고를 앞둔 도시가스 대구경 전자식 이음관(E/F). [황무선 기자]
출고를 앞둔 도시가스 대구경 전자식 이음관(E/F). [황무선 기자]
출고를 앞둔 대형 PE볼밸브. [황무선 기자]
출고를 앞둔 대형 PE볼밸브. [황무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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