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보일러 의무화, 콘덴싱보일러 판매량 증가 뚜렷
국내 가스보일러 Big3 시장, 이제는 ‘1강3중’으로 재편

미세먼지 사태로 시작된 정부의 친환경 보일러 보급 확대 정책에 힘입어 국내 가스보일러 시장이 새롭게 재편되고 있다.
미세먼지 사태로 시작된 정부의 친환경 보일러 보급 확대 정책에 힘입어 국내 가스보일러 시장이 새롭게 재편되고 있다.

가스보일러 소비자 선택기준이 바뀐다

[중소기업투데이 황무선 기자] “친환경 콘덴싱보일러로 바꾸면 최대 20만원을 지원해 준다고 하던데, 그런데 어떤 보일러로 바꿔야하지?” 서울 동작구에 거주하고 있는 S씨는 K사가 제조한 강제급배기식(FF) 일반보일러를 13년째(2006년 설치) 사용중이다. 느닷없이 멈춰서는 보일러 때문에 지난겨울 고생을 한 터라, 올해는 겨울을 앞두고 보일러 교체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정부에서 친환경 콘덴싱보일러로 교체할 경우 최대 20만원의 지원금을 준다고 하니, 이번에는 제품을 바꾸자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막상 어떤 제품이 좋을지가 고민이다.

여전히 소비자에겐 쉽지않은 가스보일러 

정부가 미세먼지 대책으로 친환경보일러에 대한 보급 확대 정책과 함께 보조금 지원을 시작하면서 최근 사용중인 가스보일러를 교체하려는 집들이 늘고 있다. 더구나 올해는 ‘가정용 친환경 콘덴싱보일러 보급 지원 사업’ 확대와 함께 내년 4월부터 대기관리권역내에서는 친환경 콘덴싱보일러 설치가 의무화되면서 그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소비자에겐 제품을 고르는 일부터 쉽지 않다. 경험담을 얻기 위해 블로그를 찾아 보기도하지만 저마다 평가와 이야기가 다르다.

광고성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니 인터넷의 경험담은 좀처럼 신뢰가 가지 않는다. 인터넷만 믿고 제품을 구매했다가 설치하는 과정에서 생각지도 않은 비용을 요구해 봉변을 당했다는 이야기들도 많다.

한국품질만족지수(KS-QEI, 한국표준협회 한국품질경영학회), 대한민국 올해의 브랜드 대상(한국소비자포럼 한국경제신문사), 한국산업의 브랜드 추천(BRAND, 한국능률협회컨설팅), 한국산업의 서비스품질지수(KSQI, 한국능률협회컨설팅), 한국산업의 브랜드파워(K-BPI, 한국능률협회컨설팅), 한국서비스품질지수(KS-SQI, 한국표준협회 서울대학교 경영연구소), 한국산업의 고객만족도(KCSI, 한국능률협회컨설팅), 브랜드 고객충성도 대상(한국소비자포럼 Brand Keys, MBLM), 국가브랜드 경쟁력지수(NBCI, 한국생산성본부) 등 각종 평가기관들의 보일러제조사에 대한 평가와 조사결과도 해 마다 발표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저마다 모두 ‘1위’와 ‘대상’을 차지했다는 홍보뿐이니 소비자들에겐 역시 변별력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일반 백색가전이나 전자제품과 달리 가스보일러는 마트나 인터넷 가격비교 사이트를 활용해 손쉽게 품질평가와 가격대를 구분할 수 있는 제품군이 아니다.

유통과정도 다르다. 일반가전의 경우 소비자가 직접 백화점이나 양판점, 홈쇼핑이나 인터넷을 통해 제품을 손쉽게 구매하는데 비해 가스보일러는 제품구매 외에도 설치를 위한 전문적인 시공과정이 수반돼야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소비자들은 제조사의 대리점이나 전문 판매점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최근 가스보일러도 비슷한 여건을 가진 에어컨처럼 보일러도 일부 이지만 홈쇼핑이나 마트, 양판점에서의 판매가 시작했다. 그러나 여전히 한정된 구매 채널과 쉽지않은 제품의 선택과정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저해하는 심각한 요인이 되고 있다.

 

‘Big3 시장’ 뒤바꾼, 보일러 업계 ‘핫이슈’

국내 가스보일러 시장규모는 얼마나 될까? 업체마다 평가가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연간 적게는 110만대에서 많게는 145만대에 이를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공식적인 데이터에 근거한 분석도 비슷하다. 국내에는 도시가스 보일러가 약 1440만대(2016년 말 기준, 한국가스안전공사 자료), LPG 보일러가 약 1/10수준인 150~200만대가 설치돼 사용중에 있다. 보일러의 평균 수명을 대략 10년 정도(권장사용기간 8년, 한국가스안전공사)로 계산하면 연평균 보일러 교체수요는 약 140~160만대가 될 것이란 계산이 가능하다. 

따라서 국내 가스보일러 시장은 경동나비엔(이하 경동), 귀뚜라미, 대성쎌틱에너시스(이하 대성), 롯데기공(이하 롯데), 린나이코리아(이하 린나이), 알토엔대우(이하 대우) 등 6개 제조사(가나다 순)가 연간 약 110~145만대(업계 추정) 시장을 놓고,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는 계산이다.

회사별 제품 점유율은 얼마나 될까? 제조사들에게는 매우 민감한 부분이지만 서로가 가장 궁금해 하는 부분이다. 제품의 판매량과 시장점유율은 결국 그 제조사의 신뢰도와 정비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제조사의 판매량이나 시장점유율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방법은 없다. 그나마 얼마전까지는 통계청이 각 제조사의 생산량을 집계해 이를 근거로 대략적인 시장점유율을 판단할 수 있었으나 지금은 그마저 어려워 졌다.

통계가 집계되던 몇 년 전까지 국내 보일러시장은 경동, 귀뚜라미, 린나이 등 3개 제조사가 Big3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상위 3개사가 시장의 약 80%를 점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국내 시장은 몇몇 중대사건과 새로운 변화의 계기를 맞으면 새롭게 재편되는 과정에 있다는 것이 업계 일반적인 시각이다. 2014년 ‘공정위의 5개 제조사 담합에 따른 과징금 부과 사건’과 이듬해 벌어진 ‘허위 과장광고에 대한 시정명령’을 시작으로, 2016년 중국의 대규모 불매운동을 촉발한 ‘중국의 사드 보복 사태’, 올초 일본 무역규제로 벌어진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이르기까지 국내 보일러시장 역시 크고 작은 사건들로 출렁거렸다. 여기에 최근까지 계속되고 있는 ‘건설경기 불황’에 인한 신축시장 물량감소와 미세먼지 이슈로 등장한 ‘친환경 콘덴싱 제품의 돌풍’도 국내 시장의 서열과 판도를 재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각 제조사가 바라본 시장점유율

제조사마다 견해차는 존재하지만 일반적으로 국내 가스보일러 시장은 기존 Big3 시장에서 1강 3중 2약으로 재편됐다는 평가다. 해외수출 신장을 기반으로 국내 시장에서도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는 경동나비엔을 선두로, 귀뚜라미와 린나이, 대성이 중위권을 형성하고 있고, 롯데와 알토엔대우가 하위권에 위치하고 있다는 게 보편적 시각이다.

이 같은 평가는 실제 5개 제조사들의 자체 평가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알토엔대우를 제외한 5개사를 대상으로 각사가 분석한 국내 시장점유율(MS)을 조사한 결과, 롯데를 제외한 4개사가 공식적인 답변을 보내왔다. 제조사마다 자사 점유율을 다소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제조사들의 분석치는 1개 사(귀뚜라미)를 제외하고 평균적으로 유사한 경향성을 나타냈다.

각사가 보내온 답변서에 따르면 경동나비엔은 자사의 시장점유율을 35.1%로 평가했고, 린나이 23.2%, 귀뚜라미 21.8%, 롯데 4.5%, 대우 1.5%로 분석했다. 린나이 역시 경동을 33.6%로 현재 시장점유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평가했고, 린나이 27.8%, 귀뚜라미 21.2%, 대성 13.2%, 롯데 3.2%, 대우 1.0%를 점유하는 것으로 꼽았다. 대성도 점유율은 조금 낮았지만 경동을 30.4%로 점유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평가했고, 린나이와 귀뚜라미는 동일한 22.4%, 대성은 19.2%, 롯데는 4.0%, 대우는 1.6%로 각각 분석했다.

자사 시장점유율을 35~40%로 1위로 꼽은 귀뚜라미(자사 점유율만 제공)를 제외한 3사의 시장 분석은 세부적인 수치에 차이가 있지만 결국 비슷한 견해를 보였다. 특히 제조사들의 분석결과를 기반으로 국내 시장 점유율을 다시 분석하면 비교적 공정한 점유율 평가가 가능했다.

먼저, 시장점유율을 모두 제시한 경동, 린나이, 대성의 시장점유율을 평균치로 계산한 결과는 경동이 33.0%, 린나이 24.8%, 귀뚜라미 21.8%, 대성 15.1%, 롯데 3.9%, 대우 1.4%를 점유했다. 여기에 귀뚜라미가 제시한 수치와 나머지 제조사들의 평균치에 다시 각사의 점유율을 적용해 계산하면, 시장점율은 경동이 33.5%, 린나이 24.4%, 귀뚜라미 22.9%, 대성 13.6%, 롯데 4.1%, 대우 1.4%의 순으로 분석됐다.

또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다소 높게 책정된 각 제조사의 점유율을 제외한 상태로 평균치를 계산한 결과는, 경동이 32.0%, 린나이 23.3%, 귀뚜라미 21.8%, 대성 13.0%, 롯데 3.9%, 대우 1.4%로 역시 유사한 시장점유율을 나타냈다.

분석결과는 근거로 추론해 보면 경동이 30%대로 1강을, 귀뚜라미와 린나이, 대성이 10~20%대를 점유하며 3중을, 롯데와 대우가 1~4%대를 점유하며 2약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2015년 이후 국내 시장은 앞서 언급한 사건들을 중심으로 제조사간 새로운 서열 변화를 이뤄가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아울러 기존보다 최근 급성장한 경동과 대성의 시장점유율은 특판시장 축소와 미세먼지 이슈를 기반으로 한 친환경 콘덴싱보일러 시장의 확장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미세먼지 이슈, 이젠 친환경이 대세

유럽처럼 이제 국내역시 콘덴싱보일러 등 친환경보일러 시장이 더욱 성장할 것이란 기대다. 환경부는 미세먼지 대응 예산 등 올해 추경으로 1조 2157억원을 증액했다. 당초 24억에 불과했던 가정용 친환경보일러 보급사업 예산도 360억원(18만대)으로 증액됐다. 보급사업도 서울, 인천, 경기지역에서 전국으로 확대됐고, 대당 지원금도 18만에서 20만원(국비 60%+지방비 40%)으로 늘었다.

서울시도 환경부의 정책에 따라 친환경보일러 지원대수를 1만2500대에서 5만대로 대폭 확대했다. 그 동안은 10년 이상 노후보일러를 교체할 경우만 보조금을 지원했지만 앞으로는 연식에 상관없이 지원 대상을 확대키로 했다.

또 건물주가 서울시민인 경우에만 보조금을 지원했지으나 이제는 건물주 주민등록지와 상관없이 건물이 서울시내 있으면 모두가 지원대상이다. 중앙집중식 보일러를 개별보일러로 전환할 때도 친환경 제품으로 교체하면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정부 적극적인 변화에 대응한 업계의 발걸음도 더 분주해 졌다. 지난 10월 새로운 TV광고 모델로 지진희씨를 내세운 귀뚜라미는 가장 먼저 TV CF를 온에어 했다. 이어 경동과 대성도 정부의 친환경보일러 보급사업에 대한 내용을 담은 TV CF를 새로 제작해 방영하기 시작하며 보일러 제조사들의 본격적인 성수기 겨울사냥이 시작됐다.린나이도 늦었지만 곧 TV CF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마케팅 대열에 합류할 것이란 전망이다.

내년 4월 시행되는 정부의 친환경 콘덴싱보일러 의무화와 보급 사업은 앞으로 노후보일러 교체와 미세먼지 감축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일러 제조사들 반응도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미 주요업체를 중심으로 친환경 컨덴싱보일러 라인업을 증설하는 등 정부 정책에 발빠르게 보조를 맞춰 나가고 있는 모습이다. 

다만, 일부 제조사가 콘덴싱보일러 설치가 어려운 세대나 지역 등 여건을 고려해 일반 저녹스 보일러까지도 의무화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반대급부로는 친환경 콘덴싱보일러 보급을 독려하기 위해 유럽과 같이 명확한 설치기준이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효율뿐만 아니라 친환경 제품을 대 대표하는 콘덴싱보일러는 저녹스보일러와 달리 녹스배출을 줄이는 것 외에도 에너지효율이 높고 궁극적으로 에너지 사용량을 줄여 CO2 등 온실가스 배출량 자체를 줄이는 다른 제품이한 설명이다.

친환경 콘덴싱보일러 보급 사업의 효과도 점차 가시화 되고 있다.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콘덴싱 제품을 찾는 경우가 크게 늘어나는 등 시장에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아직 누적보급률이 20% 전후에 불과하지만 최근들어 상승세가 가파르다.

업계에 따르면 2016년과 비교해 콘덴싱보일러의 판매는 2018년 30% 정도 증가했고, 생산비중도 35~40% 이상으로 증가했다고 전했다.

또다른 제조사에서는 현재 가정용 보일러시장에서 일반보일러와 콘덴싱보일러의 비중이 30~40%를 차지하고 있지만  현재 추세라면 올해와 내년에는 제품 판매 비율이 50~70% 이상까지 늘어날 수도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경동나비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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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나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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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뚜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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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셀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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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기공 가스보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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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토엔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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