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한상대회가 남긴 ‘빛과 그림자’
여수한상대회가 남긴 ‘빛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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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의 본지 대표‧발행인
박철의 본지 대표‧발행인

지난달 22일부터 24일까지 전남 여수에서 제18차 세계한상대회가 열렸다. 이번 대회엔 전 세계 52개국에서 온 1000여명의 한상을 비롯해 4400여명의 국내외 경제인들이 참가해 1만2300여건, 2억달러 규모의 비즈니스 상담을 진행됐다. 관람객은 3만여명 정도가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한우성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은 “비즈니스면에서 지난 17년간 어떤 대회보다도 가장 내실있는 대회였다”고 자평했다. 외형적으로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문화나 역사 등에 대한 행사는 전무하다시피 했다.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1000여명의 한상들에게 각인될 만한 프로그램이 보이지 않았다.

한상들 대다수는 사비를 들여 모국을 방문한다. 일부는 비즈니스를 위한 방문도 있지만 눈도장을 찍기 위한 한상들도 적지 않다. 한상들 가운데 매출규모 1000억원 이상의 회사가 국내 중소기업의 제품을 가져다가 해외시장에 내다 팔았다는 소식은 아직까지 거의 들어본 적이 없을 정도다.

한마디로 재단이 수십억원의 예산을 들여 이벤트 행사를 한다는 비아냥을 듣는 이유다.이에 국회에서도 재외동포재단 주최 한상대회와 세계한인무역협회 주최 세계한인경제인대회를 통합해 치루자는 목소리도 지금까지 수차례 나왔다. 물론 태생적인 한계는 있다. 한상대회는 외교부 소속 재외동포재단이, 경제인대회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민간단체가 주최하기 때문에 물리적인 한계는 있다. 여기에는 밥그릇 싸움도 엄연히 존재하는 게 현실이다.

이번 한상대회를 지켜보면서 23억원이라는 국민세금으로 치루는 행사치고 씁쓸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여러 곳에서 눈에 띄었다. 재단이나 한상들은 늘 한민족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정체성을 강조해왔다. 여수시는 4.3항쟁의 도화선이 된 여순사건의 장소이자 공산당에 맞서 순교한 손양원목사기념관이 있는 역사의 현장이다. 아울러 일제에 항거한 여성 독립운동가도 있으며 멀리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의 활약상 등 곳곳에 한민족의 정체성을 담보해 낼 소중한 자산들이 많이 있다.

장애(곱추)를 안고 대학을 졸업해 화단에 돌풍을 일으켰던 요절작가 손상기씨도 있다. 손상기씨는 차별과 냉대를 딛고 일어섰다는 점에서 한상의 정신과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이런 인물들을 조명하고자 하는 소소한 배려는 없었다. 3박4일(공식행사 2박3일)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속에 이런 정신을 계승할 만한 프로그램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 이유다. 이번에 방문한 1000여명의 한상들이 다시 여수를 찾는다는 것은 쉽지 않다는 점에서 더더욱 아쉬운 대목이다.

여수시 관계자는 “주로 재단에서 행사를 기획하고 여수시나 전남도는 재단을 따라가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한마디로 ‘거의 들러리 수준이 아니냐’는 푸념이다. 여수시는 연간 130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이번 행사를 지켜보면서 일부지만 숙박업소와 식당 등 서비스업종에서의 손님맞이 태도는 기대 이하였다. 관광 여수의 미래가 결코 밝지 않다는 생각이다.

이번 행사의 비용은 재외동포재단이 13억원, 전남도와 여수시가 각각 3억원, 매일경제가 2억원 등 총 23억원이 소요됐다. 지방의 중소기업에게도 글로벌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해준다는 주최측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지역에서 치러지는 행사인 만큼,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어야 함은 불문가지(不問可知). 일년에 한번 치루는 한상대회를 두고 설왕설래(說往說來)가 오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재단에서 60%가량 예산을 지원하고 나머지는 지자체에 소요예산을 전가시킨 뒤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허울을 씌우는 게 아닌가 하는 의혹도 적지 않다. 여수시에는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입주해 있다. 주로 대기업이 출원해 중소기업들의 창업지원을 돕고 있는 단체다. 한상대회가 이런 단체와 연대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면 더욱 내실 있는 중소기업대회가 됐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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