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무선 기자
황무선 기자

[중소기업투데이 황무선 기자] 꽃다운 열아홉 고교졸업생 10명의 친구중 3명의 목숨을 앗아간 강릉펜션 가스보일러 CO중독사고(2018년 12월 17일, 이하 강릉사고)가 발생한 지도 만 1년을 한 달여를 앞두고 있다. 함께 있던 7명 친구들은 구사일생으로 생명은 건졌지만, 재판에 나선 유가족의 이야기로는 지금도 트라우마를 심하게 겪고 있다고 한다.

강릉사고 재판은 현재도 2심이 진행중이다. 한동안 강릉사고는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며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지만, 11개월의 시간이 지나 이제는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진 사건이 되고 있다. 

재판에서는 사고 원인과 책임을 놓고, 피의자들간 치열한 공방이 계속되고 있지만 '이미 일어난 사고는 다시 되돌릴 수 없다'는 점에서 이제 우리에게는 더이상 동일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할 의무가 숙제로 남았다.

겨울이 가까워오며 보일러를 가동하는 세대가 늘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가스보일러의 CO중독 사고를 걱정해야할 시기가 다시 찾아왔고, 그 첫 사고가 얼마 전 발생했다.

결과만 놓고 보면 해당사고는 경상자 2명 뿐인 사소한 사고였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 보면 이 사고는 강릉사고와 많이 닮은 유사한 사고였다.  더욱이 사고 피해자는 세계적 유명세를 타고 있는 방탄소년단의 ARMI(방탄소년단 팬클럽)였다는 점에서 만일 사고로 인해 사망자라도 발생했다면 사고는 국내만 아니라 세계적인 유명세를 탈 뉴스가 될 수도 있었다.

지난달 28일 새벽 1시경 서울 강서구 한 모텔에서 올 겨울 첫 사고가 발생했다. 사건이 발생한 모텔에는 방탄소년단의 서울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26, 27, 29일 3일간 진행될 파이널콘서트를 보기 위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20여명이 투숙해 있었다.

다행히 8층 건물중 7층에 투숙한 일본인 2명(부부)중 한 명이 새벽에 돌아와 샤워를 마친 후 몸에 이상을 느껴 안내데스크를 찾았고, 병원으로 옮겨 체혈을 통해 CO중독사고를 빨리 인지할 수 있었다. 강릉사고 후 병원에서는 환자에게 CO가 검출될 경우 곧바로 경찰에 그 사실을 알리도록 시스템이 바뀐 덕에 해당시설 가스보일러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이전보다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조사결과 밝혀진 사고원인은 간단했다. 지하에 설치된 업소용 중대형 보일러(18만kcal, 2013년 교체설치) 배기통이 막혀 외부로 배기도지 못한 CO가스가 실내로 역류한 사고였다. 공기와 비슷한 비중을 가진 보일러 배기가스는 데워진 체로 계단을 타고 건물 꼭대기까지 올라갔고, 다시 온도가 떨어지면 아래층으로 확산돼 맨 위층부터 피해자가 발생한 경우였다.

다행히 잠들지 않았던 피해자가 먼저 이상을 인지했기에 더 이상 사고를 막을 수 있었지만, 추운 날씨로 보일러를 계속 가동해야할 상황이었거나 피해자 마저도 잠든 상황이었다면 사고는 자칫 최악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었다.

가스안전공사 사고조사팀이 시설을 확인한 결과 해당 시설은 오래된 건축물로 배기통은 건물 연돌(조적식 굴뚝)로 연결된 상태였다. 노후한 건물 벽체에서 떨어진 잔해들이 배기통 내부에 쌓여 어느 순간 배기통을 막아버린 경우였다. 더구나 해당 모텔은 강릉사고후 가스안전공사의 일제점검을 받았던 시설이었지만 해당 건축물의 구조상 육안으로 배기통의 문제점을 확인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결국 앞선 공기관의 일제점검도, 가스공급자의 정기적인 안전점검도 무용지물이었다. 만약 다시 유사한 시설에서 동일한 유형의 사고가 발생한다면 현행 제도나 점검 시스템만으로 문제점을 확인하고 사전에 예방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결국 강릉사고가 발생한지 1년이 가까웠지만, 여전히 우리의 사고대책은 허술 했고, 이 순간에도 겨울은 어김없이 찾아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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