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우성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한상의 자본과 네트워크가 남북경협의 물꼬 틀 것”
해방 전 ‘재중국동포(조선족)’은 자주독립에 앞장섰고
해방 후 재일동포는 경제발전에 기여한 공로 인정해야
동포와 다문화 가족들 포용정책이 인구절벽의 대안

[중소기업투데이 박철의 기자] ‘한상(韓商)’, 듣기만 해도 가슴 설렌다. 한편으로는 찡하다. 그들은 말도 문화도 통하지 않는, 그야말로 190여 국가에서 달러를 벌어들인 과정이 한편의 드라마 같은 감동을 주고도 남기 때문이다.
지난해 인천 송도에서 열린 제17차 한상대회에서 문재인 대통령도 “낯선 땅에서 한민족 특유의 창의성과 성실함으로 기업의 성공을 일군 여러분이 참으로 자랑스럽다. 우리 ‘한상(韓商)’이야말로 이들을 뛰어넘어 세계 경제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저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격려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대통령이 이날 수차례에 걸쳐 언급한 ‘한상(韓商)’에 대해 정부나 내국인의 시선은 어떨까. 한마디로 삐딱선(비뚤어진 시선)이다. 정부의 수혜는 물론 정책적 지원에서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해외에서 받은 냉대와 차별의 딱지가 모국에서도 이어지고 있다는 한상들의 불만이다.
이런 가운데 오는 22일부터 24일까지 전남 여수에서 개최되는 제18차 한상대회를 앞두고 이번 행사를 주최하는 한우성 재외동포재단이사장을 최근 만났다. <아름다운 영웅 김영옥>의 저자이기도 한 한 이사장은 한상들에게 고 김영옥 대령의 말씀을 인용해 “용기를 잃지 마라. 처음 가졌던 비전을 버리지 말라”고 당부했다. 특히 최근 악화된 한일관계를 고려, 재일동포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했다. <편집자 주>

한우성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한우성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Q: 글로벌시대의 한상(韓商)을 한국경제의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A: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현재 한상에 대한 정의가 명확하지 않다. 정부의 정책수립이나 전략에 앞서 한상에 대한 정의가 내려져야 전략을 세울 수 있고 그 전략은 또한 철학이 뒷받침 돼야 한다.

Q: 중국이 G2국가로 발돋움하는 데는 화상(華商)자본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한상 역시 화상처럼 조직화된 네트워크와 함께 구체적인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어야하지 않나?

A: 현실적으로 한상을 화상과 비교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다. 우선 규모면에서 그렇다. 100명과 1명이 게임을 할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750만 재외동포가운데 한상대회에 참가하는 인원이 고작 1000명 안팎이다. 현재 한상의 사업규모나 인원 등도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한상의 자본화는 인력과 예산을 집중해서 투입해야 한다. 물론 예산만 가지고 모든 걸 해결할 수는 없지만 ‘무엇을 할 것인가’가 먼저 선행돼야 한다.

Q: 재외동포재단에서 중국의 알리바바나 아마존 같은 K-상품 플랫폼을 만들 수는 없나.

A: 재외동포재단은 국가기관으로 영리행위를 못하게 돼 있다. K-상품 플랫폼은 한상들 사이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장사가 된다면 할 거고 그렇지 않다면 안할 것이다. 철저하게 시장논리에 의해 만들어져야 한다. 재단은 선의의 기부금조차 모으지 못한다.

Q: 미국에서 일본인들의 로비영향력은 막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재미동포들을 한국의 로비스트로 활용하자는 이야기도 나온다.

A: 거주국 마다 사정이 다르지만 러시아나 중국에서는 한상들이 정치력을 발휘하기는 당분간 쉽지 않을 것이다. 서구에서는 상황이 좀 다른 만큼, 한상네트워크가 광범위하게 넓혀지고 경제규모가 커지면 거주국에서 정치적 영향력이 확대될 것임은 분명하다.

Q: 한상자본이 북한으로 유입돼 남북경협의 불쏘시기가 될 수도 있는데

A: 재중국동포(조선족)들이 북한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다. 명확한 통계를 잡기는 어렵지만 내국인들이 상상할 수 있는 금액을 훨씬 초월하고 있다고 보면 틀리지 않을 것이다. 재미동포들 역시 연변과학기술대를 통해 평양과학기술대를 세우는가 하면 인도주의적인 차원에서도 적지 않은 후원을 하고 있다.

Q: 재외동포들에 대해 간단한 평가를 내린다면.

A: 디아스포라(해외이주)150년 중에 130년은 재외동포사회가 한국의 독립운동과 한국의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나머지 20년은 한국이 잘살게 되면서 재외동포를 도와주기 시작했다. 지난 100년 동안 재외동포가 한국에 끼친 것은 모두 잊어버리고 최근 20년의 한국정부의 공(功)만 생각한다면 잘못이다. 한국의 독립과 해방을 위한 재중국동포(조선족)의 역할은 결코 작지 않다. 해방전에는 재미동포, 재중국동포(조선족)이, 해방후에는 재일동포, 재미동포, 재유럽동포들이 한국의 발전에 지대한 공을 세웠다.

Q: 최근 베트남에서 온 이주여성이 이주 후, 베트남으로 돌아가면서 양육문제 등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코피노가 또 다른 사회적인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해결책이 있는가

A: 베트남의 국제결혼이주여성과 필리핀의 코피노의 문제는 본질이 좀 다르다. 코피노는 필리핀을 방문했던 한국 남성들의 개인적인 선택으로 인해 불거진 문제다. 이 문제로 필리핀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필리핀에서 코피노는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지 않고 있다. 코피노에 대해 국가기관이 어디까지 개입할지는 모르겠지만 당분간 이 문제해결에 적극 나서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반면 베트남 국제결혼이주여성문제는 국가가 적극 나서야 할 문제라고 보고 있다.

Q: 한국의 인구절벽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그 대안으로 해외동포 유인과 다문화에 대한 포용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A: 세계 각국은 인구감소를 막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미국은 이민정책을 통해 인구를 유지하고 국가경쟁력의 근간을 만들었다. 중국은 화교를 경제성장의 자산으로 삼고 있고, 이스라엘 역시 해외 거주 유대인들이 경제·안보에 큰 도움을 준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적극적인 이민정책을 펼치지 않고 있다. 재외동포정책에 대한 큰 그림을 다시 그려야 되지 않나 생각된다. 우리나라도 향후 50년 내로 4000만명이하로 떨어진다는 것이 통계청의 예측이다.

Q: ‘한상대회’와 ‘세계한인경제인’대회를 통합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A: 국회에서도 이문제가 제기된바 있지만 정부가 인위적으로 개입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동포들이 자연발생적으로 만든 조직으로 출발점이나 구성원 등이 조금씩 차이가 있다. 두 단체가 당장 통합이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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