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투데이 홍미식 객원기자] 지난 12~13일 경상북도와 영주시가 주최하고 경상북도 관광협회가 후원한 ‘백두대간 인문캠프’가 열렸다. 이번 행사는 지난 7월 ‘유네스코’ 지정 세계유산에 소수서원을 비롯하여 9개의 서원이 등재된 것을 기념하고 이를 널리 알리기 위하여 기획되었다. ‘세계 속의 한국의 문화유산’이라는 주제로 경북 영주, 안동지역 탐방과 더불어 이원복 교수의 인문학 강의로 꾸며진 인문캠프에 필자도 동행 취재했다.

영주 부석사 [홍미식 객원기자]
영주 부석사 [홍미식 객원기자]

첫 탐방지는 지난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7곳의 산사 중 하나인 영주 부석사였다. 신라가 통일된 676년 의상대사가 창건한 부석사는 무량수전을 비롯하여 흙으로 빚은 소조여래좌상과 조사당벽화 등 국보 5점과 당간지주, 3층 석탑을 비롯한 보물 6점의 문화재를 보유한 만큼 오랜 역사의 향을 품고 있다.

특히 무량수전의 배흘림기둥이나 주심포 양식은 현대 건축가들이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로 꼽을 만큼 건축기술과 예술성이 뛰어나다고 한다. 천왕문부터 무량수전까지 108계단을 올라 무량수전 마당을 밟으면 그 기로 마음이 맑아진다는데 그래서일까, 그 앞에 서 있는 필자의 마음도 한결 맑아진 듯 했다.

이어 우리나라 최초의 서원인 백운동 서원으로 시작하여 최초의 사액서원으로 공인된 소수서원을 탐방했다. 깊은 산 속에서 가족과 떨어져 모든 유혹을 뿌리치고 오로지 학문에 정진하며 고뇌하던 유생들에게는 아주 숙연한 거처였겠지만, 복잡한 서울을 떠나 마치 딴 세상처럼 유유히 자리한 소수서원에서 선비촌의 고즈넉한 한옥과 초가 사이를 거니는 필자에겐 참으로 마음이 편안한 장소였다.

이번 ‘백두대간 인문캠프’에서 이원복 교수는 ‘세계 속의 한국의 문화유산’이란 주제로 인문학강의를 했다. [홍미식 객원기자]
이번 ‘백두대간 인문캠프’에서 이원복 교수는 ‘세계 속의 한국의 문화유산’이란 주제로 인문학강의를 했다. [홍미식 객원기자]

이후, 강물이 보이는 소수서원 야외무대에서 이원복 교수는 “이렇게 아름다운 강의실은 처음”이라며 강의를 시작했다. 유럽과 동서양을 망라해 우리문화와 연계하여 쉽게 풀어주는 인문학 강의로 인문캠프는 더욱 알차게 채워졌다. “유교적 사고를 가진 나라는 내세가 없어 경제발전은 빠르지만 불행지수도 높다”는 것과 세계에서 서양의 지배를 받지 않은 민족은 한국, 중국, 일본뿐이라는 사실도 새롭게 알았다.

중국과 일본은, 지나친 민족적 자긍심인 ‘중화사상’과 서양문화를 일본화 시키는 화혼양재로 제한적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서양문화를 그대로 받아들여서 발전시켜 ‘한혼양재’ 뿐 아니라 ‘양혼한재’가 가능하여 글로벌 시대에 맞는 K-pop, K-beauty 등 한류문화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말이 설득력이 있었다. 이어 자연과 더불어 마주한 듯 가까이 선 초대가수와 함께 노래하며 즐기는 야외음악회로 한껏 가을의 정취가 충만했다.

안동으로 넘어와, 일설에 의하면 함께 공부하는 어려운 동무를 배려하기 위해 비롯되었다는 헛제삿밥으로 저녁식사를 마치고 월영교에 올랐다. 안동댐을 가로지르는 월영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나무다리라고 한다. 나무숲 사이로 산사의 빛이 은은히 새어나오는 산을 바라보며 목조다리를 건너는 기회는 쉽게 얻을 수 없는 귀한 경험이었다. 달빛이 비치는 월영교는 유럽의 3대 야경으로 꼽히는 ‘파리’의 ‘센 강’의 야경보다 훨씬 아름다웠다.

인문정신연수원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다음날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도산서원을 탐방했다. 퇴계 이황의 학문과 덕행을 기리기 위해 지어진 도산서원은 안동댐을 내려다보고 있다. 이황 선생이 거처하며 제자들을 가르쳤던 도산서당을 보니 이황 선생의 검소한 성품이 그대로 느껴졌다. 그의 고고한 학문과 소박한 인품은 천원권 지폐로 재탄생되기도 했는데 서원 입구에 누운 듯 줄기가 길게 뻗은 나무도 꽤 인상적이었다. 이어 봉정사로 향했다. 국보 제311호인 대웅전을 비롯하여 국보 15호인 극락전은 우리나라의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이다. 대웅전과 극락전 사이에 서면 고려와 조선시대의 건축물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다. 봉정사에는 바위에 뿌리를 박고 서 있는 소나무의 모습이 특이한데 일 년에 한 번씩 막걸리를 부어 관리를 하고 있다고 한다.

점심식사 후, 서애 류성룡 선생의 병산서원을 탐방했다. 낙동강을 낀 진입로가 좁아 버스 두 대가 마주치는 바람에 약 200m 넘게 후진하는 아슬아슬함에 마음을 졸이며 어렵사리 도착한 병산서원,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조선시대 5대 서원의 하나로 손색이 없을 만큼 울림은 어느 서원보다 컸다.

낙동강을 바라보며 고고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병산서원에 잠시 앉아 유생들을 생각하며 병산서원의 향을 마음 깊이 담았다. 수려한 풍광이 청정하게 펼쳐진 잔디밭에서 이교수의 강의와 작은 음악회에 젖어들며 필자는 온전한 가을을 가슴에 품었다.

하회마을 풍산 유씨 종가 모습. [홍미식 객원기자]
하회마을 풍산 유씨 종가 모습. [홍미식 객원기자]

마지막 탐방은 하회마을이었다. 낙동강이 마을을 굽어 감싸고 있다하여 붙여진 하회마을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풍산 유씨가 600여 년간 굳건히 터를 지키며 대대로 이어온 권세를 간직하고 있다. 예술성과 기능성을 고려해 지어진 전통 가옥들의 조화와 양반문화를 그대로 보존한 가치를 인정받아 2010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듯 외국인 관광객들은 한옥의 아름다운 건축미와 하회마을만이 갖고 있는 기품에 푹 빠져 있었다.

인문캠프를 마치고, 깎아지른 절벽의 부용대 앞,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 강가에 서서 하회마을을 바라보며 이번 탐방을 정리해 본다. 우리나라에도 좋은 곳이 정말 많은데 그동안 유럽으로, 미국으로 너무 먼 곳만 찾아다닌 것은 아닌지... 강의를 통하여, 또한 실제로 영주와 안동을 돌아보며 필자에게는 우리나라와 우리 문화, 우리 것에 대한 자긍심과 사랑을 되찾는 아주 가치 있고 행복한 가을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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