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무선 기자
황무선 기자

[중소기업투데이 황무선 기자] “도시가스 갑질 기사 봤는데, 자료를 보내줄 수 있습니까?”
“자료를 가지고는 있지만 제공자의 의향을 확인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물어보고 전화를 드리겠습니다. 아니면 협회(대한기계설비시공협회 가스시설시공업협의회)에 직접 요청을 하시죠?”
“연락처 안 가르쳐 주실 꺼잖아요. 자료 주시면 안 되나요?”
“알려드리겠습니다. 출처를 밝혔는데 당연히 연락처를 못 알려드릴 것 없죠.”

‘도시가스 40년 갑질, 시공업계 뿔났다’는 기사와 관련해 서울 한 도시가스사 직원의 전화였다. 근거 자료를 보고싶다는 요청이었지만 전화기 넘어 들리는 목소리만으로도 불만이 잔뜩 묻어났다.

나중 가스시공협회에 확인해 보니 전화가 없었다고 했다. 이미 세부 자료를 전국 모든 도시가스사에 등기로 보냈는데 아마 확인도 해보지 않고 전화한 것이란 이야기였다.

도시가스사들의 시공업계에 대한 업무처리 방식이 보통 이런 식이란 불평도 했다. 시공자들을 '을'로 생각하고 있으니 도시가스협회와 가스시공협회가 양측을 대표해 수차례 회의를 통해 조정한 합의 사항이 마련 됐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지켜지지 않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이란 반응이었다.

보도가 나간후 도시가스사를 비롯해 정부, 가스안전공사, 시공업계 관계자들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전화와 메시지를 받았다.

도시가스사와 도시가스협회측은 ‘시공업계에 대한 일방적인 주장이다’, ‘편들어주는 기사가 아니냐?’, ‘내용을 다루려면 공평하게 지면을 배분해 같은 양의 보도를 해야 공정한 것이 아니냐’는 불만이 이어졌다.

그렇다고 모든 도시가스사가 한 결 같이 항의만한 것은 아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은이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젠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말과 함께 ‘우리 회사에도 문제가 없는지 챙겨보겠다’고 약속해 줬다.

개인적으로 한동안 많은 전화와 민원에 시달려야 했지만, 다행스러웠고 나름 뿌듯함을 느꼈던 취재와 보도였다.

도시가스사와 가스시공업계는 사실 '실과 바늘'같이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더구나 가스시공업 1종 시공사대부분이 도시가스사의 협력업체로 등록돼 있거나, 협력업무를 수행하는 입장이다.

이같은 상하 협력관계에도 불구, 최근 시공업계가 덩치 큰 도시가스사를 상대로 불만을 터트린 것은 그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건설경기 하락과 경기불황에 도시가스산업도 최근 정점에 이르다 보니 최근 도시가스분야의 공사 물량은 과거에 비해 현격히 줄어들었다.

여기에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도 업계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고, 힘들고 어려운 일을 기피하는 현상까지 겹쳐 최근 현장에서는 경험있는 인력을 구하기도 힘든 상황에 내몰리다 보니 시공업계의 사정은 이전만 못한 것이 당연한 상황이다.

“공사가 많고, 사업이 잘나갈 때야 큰 고객인 도시가스사가 조금 무리한 요구를 하더라도 수용할 여유가 있었죠. 아시겠지만 지금은 이만저만 힘든 것이 아닙니다.” 한 시공업체 대표의 말처럼 최근 시공업계는 벼랑 끝에 서있는 상황이다.

도시가스사측의 주장처럼 시공업체 역시 불량시공, 불법시공 등 현장에는 반드시 고쳐야할 고질적 문제점도 존재한다. 시공협회측도 ‘문제가 있는 시공업체들까지 보호할 생각이 없다’며 이번 사태와 선을 분명히 그었다. 또 모든 도시가스사가 시공업체를 대상으로 갑질를 일삼는 것도 아니며 회사의 방침이 그런 것도 아니다. 

하지만 단속되지 않는 일부 도시가스사 직원들의 관행과 횡포가 현장에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점은 현시점 다시 환기해야할 문제이다. 이번 사건이 서로를 보다 깊히 이해하고 서로를 존중하는 보다 건전한 관계를 구축하는 새로운 출발점이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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