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을 버려야 얻을 수 있어”
부채 제로의 알짜 학교 만들어
투명경영과 성실함이 성공비결

신경호 수림외어전문학교(일본 도쿄) 이사장
신경호 수림외어전문학교(일본 도쿄) 이사장

[중소기업투데이 박철의 기자] 인생은 뜻하지 않는 길을 걷는 경우가 허다하다. 일본의 동경 소재 금정학원 신경호 이사장이 그렇다. 그는 고2때 5.18광주 민주항쟁을 목격한 것이 계기가 되어 일본 유학길에 올랐다. 신이사장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탁월한 언변과 지도력을 인정받았고 의협심도 남달랐다. 동경에서 유학중이던 형님이 자칫 동생이 ‘사고 치겠다’싶어 일본으로 낚아 챈 것. 바라던 저널리스트의 꿈은 깨지고 대학교수로 진로를 바꿔 유학생활을 시작한다.

하지만 김희수 전 수림문화재단 이사장을 만나면서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걷게 된다. 한때는 김 전 이사장은 30조원의 거상이었지만 신 이사장은 늘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김 전 이사장의 사업을 돕느라 정작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못했기 때문이다. 이렇다보니 박사학위도 40세가 넘어서야 땄다. 이 기간 동안 아내는 식당에서 돈을 벌면서 남편을 내조해야 했고 아이들의 학비를 조달해야 하는 인고의 세월을 보냈다. 오뉴월 하루 햇빛을 쬐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2002년 김 전 이사장은 신 이사장을 중앙대 후계자로 지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이 오히려 가시밭길이 됐다. 김 전 이사장의 재산을 노리는 검은 손들의 계략으로 법정에 서야 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훗날 김 전 이사장은 신 이사장에 “내가 빨리 신 군(신경호 교수)을 중앙대로 내 보냈더라면 ..”하고 아쉬움을 토로했다고 한다.

신 이사장은 1999년 고쿠시칸대 시간강사를 시작해 현재는 종신교수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2005년 수림외어전문학교 이사장에 취임하게 된 배경이 궁금했다.

“IMF당시 김 전 이사장이 세운 일본의 수림외어전문학교가 부도위기에 몰렸습니다. 300명의 학생들이 모두 보따리를 싸고 본국으로 돌아가 버린 거예요. 남은 학생은 고작 30여명이었죠. 폐교를 하자니 35억원을 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신 이사장은 부랴부랴 중앙대에 2+2 캠퍼스를 제안했다. 당시 중앙대는 서울과 안성캠퍼스에 일본어교육과와 일어일문학과가 있었다. 그래서 3~4학년 학생들에게 일본의 학교와 위성교육을 해서 비용을 보전해 달라는 요청을 했다. 파격적인 아이디어였지만 보기 좋게 퇴짜를 맞았다.

“통역 1명만을 대동한 체 중국으로 넘어갔습니다. 흑룡강성과 요녕성 등 조선족자치주를 비롯해 베트남의 호치민과 하노이까지 쫒아 다니면서 유학생들을 모집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신 이사장은 3번의 대상포진에 걸리기도 했다. 3년이 지나자 신 이사장은 김 전이사장에게 용돈을 줄 정도로 여유가 생겼다. 그러던 어느 날, 신 이사장은 ‘나설 때와 물러날 때를 아는 사람이 아름다운 삶‘ 이라는 인생잠언을 새기고 살아왔던터라 김 전 이사장에게 자신의 입장을 전달했다. 김 전 이사장은 ”자네가 백방으로 노력한 결과, 학교도 정상궤도에 올라가는데 무슨 이야기인가”라며 ”신군이 없으면 이 학교의 미래는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태로 추락할 수 있다”고 버럭 화를 냈다. ‘혹 떼려다 혹을 붙인 격‘으로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도전과 모험의 길로 들어선다. 이후 신 이사장은 수림일본어전문학교와 기숙사 등을 세우면서 탁월한 경영능력을 인정받아 수림외어전문학교와 수림일본어전문학교를 총괄하는 금정학원 이사장과 학교장으로 공식 등극한다. 앞서  신 이사장은 IMF당시 35억원의 부채를 갚으면서 경영능력은 어느정도 검증된 상태나 다름없었다. 그는 이사장에 취임하면서 모든 예산을 공개하자 김 전 이사장이 “괜찮겠나”라고 물을 때 “이사장님! 겁나는 게 있습니까? 던져야 비로소 얻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라고 대답했다. 김 전 이사장은 “니 학교니까 니 알아서 해라”고 응답했다. 최근에는 동경 우에노역 근처에 제 3캠퍼스 설립을 위한 부지도 마련했다. 한 번 물면 놓지 않는 사자의 근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최근 틀어진 한일관계로 인해 금정학원으로 유학을 오려는 학생들이 위축되면서 곤혹을 치루고 있지만 신 이사장은 이를 기회로 삼겠다는 다부진 포부를 피력하기도 했다. 동종업계 최고의 브랜드 가치에다 부채제로인 금정학원 경영자로서의 자신감이 아닐까.

김 전 이사장이 영면에 들어간지도 7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보다는 늘 김 전 이사장을 전면에 내세운다. 동경의 외곽 하치오지 도립공동묘지에 모셔진 김 전 이사장과 경남 창원의 선영도 신 이사장이 관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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