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환경協, 승인업무 ‘늦장처리’
설치공사 못해 보조금 신청도 ‘불가’
신청자도 충전기 설치 안 돼 ‘애간장’

서울시청 별관에 설치된 전기자동차 공용 충전시설 모습. [박진형 기자]
서울시청 별관에 설치된 전기자동차 공용 충전시설 모습. [박진형 기자]

[중소기업투데이 박진형 기자] 전기자동차 완속충전기 보급사업 위탁기관의 안일한 일처리로 충전소를 설치·운영하는 충전서비스 사업자들이 고사위기에 놓였다.

최근 충전사업자 관계자들에 따르면, 충전기 설치 신청건수는 넘쳐나는데 설치공사 승인이 나지 않아 공사를 못하고 있다. 충전기 보급사업이 현재는 보조금지원으로 운영되는 사업인 만큼, 사업을 수행하는 중소기업으로서는 자금난에 내몰릴 수 밖에 없다. 신청인들도 구입한 전기차를 원하는 곳에서 충전치 못해 난감한 상황이다.

전기자동차 완속충전기(7㎾) 올해 물량은 1만2000기. 환경부 위탁기관인 한국자동차환경협회(이하 협회)는 지난 1월 ‘2019년 완속충전기 구축사업 충전서비스 사업자 공모’를 실시했다. 제안서 평가 등을 통해 ▲(주)KT ▲(주)포스코ICT 컨소시엄(삼성에스원, CJ헬로비전) ▲대영채비(주) ▲(주)에버온 ▲(주)지엔텔 ▲(주)제주전기자동차서비스 컨소시엄(에스트래픽) ▲파워큐브코리아(주)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 등 8개 업체를 선정했다.

미세먼지를 잡기 위해 친환경차인 전기차 보급계획을 늘리면서 충전기 보급사업도 덩달아 확대됐다. 추경 예산에 1만2000기 물량이 포함되면서 최종적으로 올해 물량은 2만4000기로 확정됐다.

이에 9월 ▲(주)이카플러그 ▲(주)피엔이시스템즈 ▲(주)씨어스 ▲(주)클린일렉스 ▲(주)지오라인 ▲(주)매니지온 등 5개 업체를 추가로 선정했다. 공교롭게도 새롭게 선정된 이들 5개 업체는 기존 충전사업자에게 충전기를 제공하는 제조사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2017년부터 시작된 전기자동차 완속충전기 보급사업은 환경부가 총괄을 한다. 첫해와 이듬해에는 환경공단에서 수행기관으로 참여했지만, 올해부터는 자동차환경협회가 사업자 공모와 선정을 비롯한 보조금 정산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충전기 설치 신청 절차는 충전사업자가 신청자의 충전기 설치 신청을 받아 현장조사 등을 통해 협회에 설치 승인신청을 한다. 협회는 서류검토 등을 통해 승인을 해주면 충전사업자가 설치공사를 마무리하고 보조금을 신청하면 된다.

충전기 설치사업은 수익성이 낮아 정부에서는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설치 지원금은 공용 중 완전공용은 최대 350만원, 부분공영은 최대 300만원이 지원된다. 비공용 지원금은 130만원이다.

문제는 지난 2년간 순조롭게 진행되던 보급사업이 올해부터 꼬이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4월에 한 언론사에서 환경공단에서 자동차환경협회로 바뀌면서 인수인계가 늦어져 약 두달간 완속충전기 보급사업이 진행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당시 환경부는 설명자료를 통해 ‘공용(완전, 부분) 완속충전기는 142건이 선청접수 돼 검토 중이며, 검토 후 승인이 이뤄질 것’이라는 반박자료를 냈다.

이달 초 만난 충전사업자들은 “신청서를 협회에 제출하는데, 협회 승인이 나지 않고 있다”면서 “올해 충전기 보급사업 집행률이 30%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올해가 불과 두 달여 남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내 물량 소화기 힘들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그들은 “충전사업자 입장에서는 설치를 하고 보조금을 신청하는 사이클이 제대로 돌아야 한다”면서 “현재는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충전기 보급사업과 관련해 자동차환경협회에 문의했지만, 관계자는 “관련 사항은 환경부에 문의 하라”며 자세한 사항에 대한 답변이 어렵다고 말했다.

충전사업자들은 신청인의 불만에 대해서도 어려움을 토로했다. “신청인들도 우리에게 불만을 토로한다”며 “협회의 승인이 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죄송하다’고 말하는 수 밖에 없어 죄인이 되는 느낌이다”고 말했다.

다른 충전사업자는 정부가 일관성을 갖고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환경부에서도 언제는 신청서를 선착순으로 받아 처리하겠다고 했다가 또 언제는 일정수준의 쿼터제로 하겠다고 하는 등 정책에 대한 일관성이 없다”고 일갈했다.

환경부는 내년부터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형태로 충전서비스 사업자 지정제도 변경을 추진한다. 이대로라면 시공능력 등 일정 자격만 갖춘다면 누구나 충전서비스 사업자가 될 수 있다.

이에 충전사업자들은 “전기차도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전기차 생태계가 선순환적 구조를 이루지 못한 상황에서 충전서비스 시장을 민간 경쟁 체제로 만든다는 것은 정부의 정책을 믿고 처음부터 사업에 참여한 우리보고는 그냥 망하라고 하는 것과 뭐가 다르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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