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인터뷰] 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
국내외 경제여건, 대기업-벤처 손잡을 때
정부, 4차산업시대 맞춰 법·제도 고쳐야
벤처확인제도 민간이양 위한 법 개정안 필요

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
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

[중소기업투데이 박진형 기자] “벤처기업이 마음껏 활동할 수 있는 벤처생태계 조성 없이 개별기업에 대한 지원은 거대한 창업자의 무덤만 초래할 뿐입니다.”

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은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인근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하고 “7만여 벤처기업들이 나래를 펼 수 있는 한국형 혁신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먼저 안건준 회장은 기업인으로서 현재의 우리나라 기업환경부터 이야기를 꺼냈다.

“모두 4차산업혁명 시대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법과 제도는 아직도 2차산업혁명 시대에 머무를 정도로 전혀 다가오는 시대에 대해 대비를 못하고 있는 위기상황입니다. 벤처기업인들의 기어의지와 혁신동력을 흔들고 있는 것은 바로 갈라파고스 규제체계와 퇴행적 제도입니다.”

사실 혁신생태계 조성은 벤처인들이 하루 이틀 주장해 온 이야기가 아니다. 벤처기업협회에서도 2년 전부터 대기업과 벤처의 생태계를 화학적으로 결합한 ‘한국형 혁신생태계 조성’과 이를 통한 ‘TEAM KOREA’ 전략을 주창해 왔다.

다만, 이러한 전략은 당시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의 사회적인 분위기 등으로 참여 주체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지 못해 흐지부지 된 바 있다.

안건준 회장은 “TEAM KOREA 전략은 협회차원의 단순 정책발표가 아니였다”면서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삼성, SK, LG, 현대차그룹, 롯데 등 대기업들과 꾸준히 접촉해 이들 대기업도 관련 사항에 대해 충분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국내외 상황도 적기라는 것이 안 회장의 판단이다.

“최근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일본의 우리나라에 대한 경제보복 등은 새로운 돌파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정부를 비롯해 학계, 산업계 등에서 TEAM KOREA 라는 새로운 생태계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더욱이 현재 재벌 대기업 총수가 직접 발로 뛰며 경제위기 돌파구를 찾는 모습에서 이전과 다른 큰 변화를 느낄 수 있다고 안 회장은 설명했다.

“바로 이러한 대기업의 전향적인 태도변화가 우리 벤처인들이 수십년간 바라고 기대했던 부분입니다.”

안건준 회장은 지금이 TEAM KOREA 전략을 통해 우리나라 산업경쟁력을 강화해야 하는 적기라고 말하는 이유다. 그는 “지금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대기업이 자발적으로 나서고 있는 만큼 대기업과 벤처의 손바닥이 부딪쳐 소리를 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기존의 인식을 벗어버리고 새로운 길로 가야할 때”라며 “우리나라가 혁신국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뿐 아니라 모두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민간 중심의 벤처생태계 조성을 위한 법적 정비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특히 ‘벤처확인제도’가 포함된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벤특법) 개편안의 조속한 처리를 강조했다.

벤처확인제도는 1997년 제정된 벤특법에 근거해 2006년과 2016년 10년씩 각각 1,2차 연장을 했다. 벤처기업협회는 자율적 시장원리를 위해 벤처확인제도를 민간으로 이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안건준 회장은 “벤처확인제도는 중국에서 배워가 벤처기업 육성의 근간이 됐다”면서 “자율적 시장원리에 기반 해 제도를 운영하고 관리를 하게 되면, 혁신성과 성장성을 갖춘 기업들도 벤처기업으로 확인받을 수 있고 그렇게 추진되는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을 비롯한 벤처기업인들이 참석해 현재 경제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박진형 기자]
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을 비롯한 벤처기업인들이 참석해 현재 경제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박진형 기자]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 대해서도 ‘엄지척’하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안 회장은 “개인적으로 정치인 출신이라 산업에 대해 이해를 할까라고 우려를 했지만, 이야기를 나누고 박 장관의 생각의 깊이, 수준, 관심, 추진 정책 등을 보면 우려를 불식시키고 기업인으로서 굉장히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특히, 박 장관이 추진하는 ‘자상한 기업’(자발적 상생협력 기업)에 대해서도 기대를 많이 했다.

안 회장은 “상생협력을 위한 굉장히 순수한 정책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대기업의 맏형격인 삼성이 자상한 기업에 참여하게 된다면, 다른 대기업들도 참여하게 되는 도화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후인 11일 중기부로부터 제7호 자상한 기업으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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