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은-기은 등, 안팎 혹은 '낙하산 인사' 등 하마평 무성
실적 돟은 지주회장은 모두 '파란불'
국정감사가 기준점 될 가능성 높아

한국수출입은행

[중소기업투데이 정민구 기자] 국책은행으로부터 시작되는 시중은행장을 비롯 잇따르는 금융지주사 대표 인사에 은행권 전체가 ‘가을 태풍’에 휩싸였다.

가을부터 내년 초까지 이어지는 인사철에 자천타천 하마평을 퍼뜨리고 있는 예비 후보자들이 넘쳐나는 가운데 줄 댈 곳 없는 인사들은 ‘동아줄’ 찾기에 여념이 없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3일 임기가 만료돼 새 행장을 선임했어야 됐던 국내 1호 인터넷은행 케이뱅크는 심성훈 행장 체제를 4개월 더 이어가기로 했다. 자본금 확충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상황에서 최고경영자(CEO) 교체가 부담이 된다는 안팎의 의견을 수렴해서다. 지난 4일 케이뱅크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 회의를 열고 은행장을 포함한 사내이사 3명과 사외이사 2명 등 후보를 확정하며, 이 같은 결론을 내린 것이다. 그리고 지난 23일 케이뱅크는 주주총회를 열고, 내년 1월 1일까지 심성훈 행장의 임기 연장 건에 대해 최종 확정했다. 이에 따라 차기 케이뱅크 행장 논의는 연말에나 본격화할 양상이다.

■ 輸銀 행장, 행시 29회 출신 ‘격전장’

가장 가까운 인사는 한국수출입은행이다. 은성수 전 한국수출입은행(수은)장이 금융위원장으로 영전한 이후 공석이 된 수은 행장직은 이달이나 늦어도 내달 선임될 것으로 알려졌다. 언제나 그랬듯 기획재정부 산하로 고위 경제관료 출신들이 특히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최근 금융권‧관계에 따르면 차기 수은 행장 후보군은 두세 명으로 압축됐다. 이미 청와대와 관계 기관이 후보군을 최종적으로 검증하고 있으며, 저울질이 곧 끝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현행 한국수출입은행법 제11조(임원의 임면) ①항을 보면, “은행장은 기획재정부장관의 제청에 의하여 대통령이 임면한다”고 명시했다.

유력한 후보군의 면면은 기획재정부‧금융감독원 출신, 특히 행시 29회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보인다. 그중 가장 빈번하게 조명되고 있는 사람은 최희남(60)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이다. 한양대학교 경제학 학사, 피츠버그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박사를 취득했다. 대부분 관료 경력을 국제금융분야에서 일했다. 기재부 국제경제관리관,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에서 각각 상임이사로 재직했다. 확인할 수는 없었으나 기재부 쪽 최 사장에 대한 기대가 큰 것으로 전해졌다. KIC 사장 자리가 비게 되면, 순차적으로 적체인사에  시달리는 기재부 쪽에서 그 자리를 차지하는 ‘연쇄인사’를 바라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다른 후보 유광열(55)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도 행시 출신이다. 서울대학교 경제학 학사, 서울대 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 텍사스대학교 오스틴캠퍼스 대학원 경제학 박사 출신이다. 기재부에서 출발, 국제금융심의관과 국제금융협력국장 등을 거친 이후 금융위원회(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에서도 경력을 쌓았다.

두 사람이 정통관료 출신이라면 최근 '갑툭튀'로 떠오르고 있는 전병조(55) 전 KB증권 사장은 의외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학사,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 아이오와대학교 대학원 경영학 박사 출신이다. 역시 행시 29회 출신으로 행시 동기 3명이 수은 자리를 놓고 싸우는 형국이다. 다만 전 전 사장은 2008년 일찌감치 기재부를 떠나 증권업계에서 10년 넘게 몸담은 특이한 케이스다. 2008년 NH투자증권 전무를 시작했고, 이후 투자금융(IB) 쪽에서 전문성을 키웠다. IB 핵심기관으로 꼽히는 수은의 일에 가정 적합할 수도 있다는 게 강점이다. 게다가 2003~2005년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전 전 사장은 현 권력 수뇌부와 일정한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어 다크호스로 꼽힌다는 분석이다.

수은 내부는 “일단 빨리 행장이 선임돼야 한다”는 의견이 중론이다. 수은 관계자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수은과 통합 얘기를 꺼내 긴장을 촉발시키고 있다”면서 “이같은 분위기에서 내부를 결속시키고, 경쟁력을 가지는 인물이 행장에 선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企銀 행장 연임?...내부 승진-외부 인사 중 정부 선택만 남아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 김도진 행장은 오는 12월 27일이 임기 만료일이다. 

재임 중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음에도 김 행장이 전 박근혜 정부에서 선임된 인사라는 점, 기업은행장 연임 사례가 드물었다는 점 등을 이유로 교체 가능성이 크다는 게 금융권 중론이다. 중소기업은행법 제26조(임원의 임면) ①항을 보면 “은행장은 금융위원회 위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면(任免)한다”고 명기돼 있다. 결국 정부의 입김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 행장은 2016년 박근혜 정부 때 선임됐다. 문재인 정부 들어 ‘포용적 금융’을 즉각 수용, 성과를 냈다. 중소기업 대출을 확대하는 동시에 은행 수익도 끌어올렸다. 다만 역대 기업은행장 연임 사례는 정우창 전 행장, 고 강권석 전 행장 등 2번밖에 없었다는 점이 아쉽다.

더욱이 중소기업 지원을 표방하는 기업은행의 이미지가 최근 악화됐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보증서담보대출, 물적담보대출, 신용대출, 신용한도(마이너스)대출 등 기업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에서 평균금리는 3.71%로 16개 시중은행 중 11위에 그쳤다. 게다가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대상 신용대출 평균금리가 5.69%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신용한도대출도 6%로 SH수협은행 다음으로 높았다. 결국 중소기업을 대상으로본연의 자금지원보다 '돈놀이'를 했다는 방증이다.

이처럼 공공성을 중시하는 국책은행인 탓에 정부 측에서 기업은행장 연임에 대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임기 만료 반년 전인 지난 6월부터 기업은행장 자천타천 후보자들이 잇따랐다. 기재부 고위 관료나 금감원 고위 공직자 출신부터 시작해서 중소기업중앙회가 대주주로 있는 홈앤쇼핑 K감사 등 부행장 출신 인사들의 하마평이 줄지었다. 연봉 3억원의 K감사는 현 중소기업중앙회장 라인으로 임명된지 3개월도 채 되지 않아 K감사가 은행장에 지원할 경우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가운데 최근 정부가 단행한 개각과 공공기관장 임명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발생한 것도 변수될 수 있다. 위험 부담이 있는 ‘낙하산 인사’보다 정부가 현 김도진 행장, 권선주 전 행장, 그 전의 조준희 전 행장 등에 이어 이번에도 내부 승진을 할 것이라는 분석도 미세하게나마 감지되고 있다. 따라서 김도진 기업은행장 연임보다는 부행장과 계열사 사장단의 내부 승진과 고위 경제 관료 출신이나 금융전문가 등 외부 인사 선임 중 정부의 선택만 남아있다는 것이다.

■ 농협은행장의 3연임? 내년 4월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이대훈(59) NH농협은행장 임기도 올해 12월 말 만료된다. 기업은행처럼 연임이나 신임의 기로에 섰다. 농협은행장의 임기는 1년이다. 이 행장은 2연임에 성공했다. 3연임 도전이나 지금까지  3연임 전례가 없어 불안하다. 관행적으로 두 차례 연임 이후 후배들에게 양보하고 내려오는 모양새였기 때문이다. 농협금융지주 내부에서도 마찬가지로 관망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내부 인사들의 자연적인 승진과 함께 이 행장이 농협금융그룹의 다른 고위직을 노릴 것이라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다만 금융권의 일부 시각은 이 행장 취임 이후 안정적인 경영을 이끌고 있을 뿐 아니라 최대 실적 성과까지 보인 점을 주목한다. 취임한 첫 해인 2018년 농협은행의 순이익은 1조2225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올해 상반기엔 8465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며 지난해 상반기 실적순이익 1772억원을 상회했다. 아울러 디지털 부문과 해외진출에서도 성과가 있어 이에 대한 보상으로 연임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더욱이 김광수 농협금융지주 회장도 자회사 CEO의 경영연속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행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내년 4월 28일 임기가 만료되는 김광수(62) 농협금융지주 회장(행시 27회)에 대한 인사 하마평도 여러 형태로 오르내린다. 우선 김 회장은 2012년 출범 이후 상반기 기준으로 올해 최대 실적을 냈다. 연임에 큰 걸림돌은 없다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다만 김 회장이 인사 과정에서 청와대 의중이 강하게 반영되는 기관의 수장으로 영전할 수 있다는 ‘가설’도 쏠쏠히 나오고 있다. 기획재정부 간부 출신, 정치권 인사 등 오르내리는 인물들의 면면은 그리 화려하지 않아 연임이 확실한 게 아니냐는 반응이다.

■ 신한·우리금융지주 회장, 국민은행장 연임 가능성↑

주요 금융지주사 중 신한·우리금융지주 회장 임기는 내년 3월에 끝난다. 두 회장 모두 연임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다.

연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 받는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 예정 주주총회일까지다. 조 회장은 비은행 부문 인수·합병(M&A)으로 사업다각화에 성공해 신한을 ‘리딩금융' 지주회사 자리에 올려놨다는 내외부 평판이다. 조 회장 연임의 가능성이 농후한 가운데 차기 회장 후보로는 진옥동 신한은행장과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이 입방아에 올라있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도 내년 3월 주주총회가 임기 만료일이다. 손 회장은 지주사 전환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쳐 연임이 점쳐진다. 손 회장의 행장 직위는 내년 12월까지라 업무의 ‘미스매칭’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더욱 회장 연임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외에 오는 11월 20일 임기를 마치는 허인 KB국민은행장은 2017년 취임 이후 윤종규 KB금융 회장과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며,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두루 받고 있다. KB금융은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임기를 기본 2년에 1년 단위로 연장하는 구조라 큰 이슈가 없는 한 첫 연임(1년)은 보장하는 추세라 연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실적도 괜찮다. KB국민은행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조9795억원으로 허 행장이 취임 첫해  2017년(2조6326억원)보다 13.2%(3469억원) 늘었다. 옥에 티라면,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7732억5800만원으로 전년 동기 8112억9900만원보다 4.6%, 380억4100만원 줄어들면서 신한은행에 ‘리딩뱅크’ 타이틀을 빼앗긴 것이다.

어쨌든 올 가을부터 내년 봄까지 이어지는 금융지주 회장과 시중은행장들 선임이 국책은행의 경우 관계‧정계의 입김에서 얼마나 벗어나는지, 아울러 민간 금융지주 회장들의 성과에 따른 연임이 이어질 것인지가 ‘인사철’ 관전 포인트라는 점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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