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産銀‧輸銀 통합', 국정감사가 기로-관전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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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기관 협의X, 통합론에 내외적 비판 잇따라
금융위-기재부 "사견일 뿐" 일축 모드...여권에서도 부정적
국정감사-정기국회에서 다뤄질 관전포인트라 귀추가 주목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산업은행]

[중소기업투데이 정민구 기자] 한국GM에 거액의 혈세 지원, 대우조선해양 헐값 매각, 아시아나항공-KDB생명 매각 지체...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다. KDB산업은행(산은)에 떨어진 비판과 풀어야 할 숙제다. 하지만 산은의 발걸음은 더디다. 비판에 대해서는 가능한 한 외면하고, 과제 아닌 '젯밥'에만 신경 쓰는 행태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불거진 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수은)의 병합 문제가 그것이다.

발단은 지난 10일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그야말로 '뜬금없이' 나왔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기회가 된다면 면밀히 검토해서 산은과 수은의 합병을 정부에 건의할 생각"이라며 "산은-수은이 합병함으로써 더 강력한 정책금융기관이 나올 수 있고, 될성부른 혁신기업에 대한 집중적인 지원도 가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사견이라는 것을 전제로 했다고 해도 "수은 본점 건물이 원래 우리 땅이니 찾아와야겠다"는 소리까지 해 너무 과했다는 중평이다.

■ 일파만파 '산은수은 통합'

이에 대해 금융당국과 논의를 거치지 않은 사항인데다 상급기관격인 금융위원회는 물론이고 병합 대상인 수은까지 자극해 비생산적인 논란만 키운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더욱이 수은의 경우 은행장의 공석인 상황에서 통합 견해를 독단적으로 밝힌 것이 상식에도 어긋났다는 것이다.

그래서 처음 임명될 때부터 '친문(親文) 낙하산 인사'로 세평(世評)을 받았던 이 회장이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것 아니냐는 의심이 커지고 있다. 법령상 금융위원회 설치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금융위원장은 산업은행장 임명 제청권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산업은행의 예산 등을 관할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금융위원회가 산업은행의 '상전'인 셈이다. 여기에 산업은행의 합병 대상인 수출입은행은 금융공기업 중 유일한 기획재정부 산하기관이다. 따라서 기획재정부가 수출입은행장 임명 제청권을 갖고 있다. 이런 구조에서 이 회장이 '산은-수은 병합' 문제를 관계 기관들과 일체의 논의 없이 기자들 앞에서 거론했다는 것은 충분히 '정치적 의도'가 있었다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더욱이 2013년 정부가 발표한 ‘정책금융 역할 재정립 방안’에서 대내 정책금융은 산은이, 대외 정책금융은 수은이 담당하는 일종의 '업무영역 설정'이 이뤄진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대내 정책금융 사업이 포화 상태에 이르자 산은이 중기 해외 프로젝트 파이낸스를 비롯해 수은의 업무 영역을 '탐하고' 있다는 게 금융계 일부의 분석이다. 그래서인지 수은 노조의 반박성명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수은 노조는 "현 정권에 어떤 기여를 해 낙하산 회장이 됐는지 모르지만 우리나라 정책금융 역할에 대해 이래라저래라할 위치에 있지 않다"면서 "대내 정책금융기관이라는 산업은행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한 책임회피 발언"이라고 힐난했다. 결국 "이동걸 회장의 업무영역과 정책금융 기능에 관한 논의로 본인의 경영능력 부재와 무능력함을 감추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위와 기획재정부도 각각 사견이라면서, 고유 핵심 기능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면서 이 회장의 견해를 아예 무시했다.

KDB산업은행. [산은]

■ 여권에서도 '부정적', 해외사례도 드물어

여권의 목소리도 부정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의 최운열 제3정책조정위원장은 산은·수은 합병안에 대해 “이번 정부 내에서는 상당히 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금융공기업 통폐합이나 조직개편을 하려면 정권 초기에 인수위에서 했어야 했. 임기 중에는 조직을 건드리기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또한 그는 “전체적인 금융 공공기관들을 근본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 “기능이 분산되면 국가적으로 자원 낭비도 많고 효율적인 집행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최 위원장은 “밑그림을 미리 다 그려놨다가 정권 초기에 전격적으로 과감하게 진행해야 한다”면서 “다음 정부 때 대통령 선거공약으로 내걸고 인수위에서 전격적으로 실행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책은행 간 합병 사례는 전세계적으로 드물다는 게 금융권의 지적이다. 독일의 정책금융기관 KfW금융그룹은 개발은행과 수출은행 등을 자회사로 두며 통합운영 중이다. 우리나라는 산은과 수은, 무역보험공사, 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 간 상설 협의기구를 구축하는 정책금융체제 개편 방안을 제시, 추진 중이기는 하다. 그러나 2년이 지난 현재 협의회 차원의 정책금융체제 개편은 유명무실하다는 평가다. 지난 20년간 산은은 부실기업의 구조조정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정보통신기술(ICT) 중심의 벤처·중소기업이 국가 성장동력으로 성장하며 개발금융 주도권은 시장에 넘어갔고 구조조정 업무를 자회사 KDB인베스트먼트로 이관한 상황이다.

졸지에 병합 대상이 돼버린 수은 관계자는 “산은이 오래전부터 해외 사업 진출에 눈독을 들여왔다”며 “산은이 대외 정책금융 노하우가 일천한 데다 수은-산은의 업무 영역이 명확히 구분돼 있는 상황에서 통합을 얘기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이런 세간의 상황을 의식해서인지 지난 23일 이 회장은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은행장 간담회를 앞두고 기자들의 산은·수은의 합병론 유효성에 대해 "은성수 (금융위)위원장 말 못 들었냐"고 했다. 어차피 '소나기'는 피하겠다는 속셈이다.

한국수출입은행.

 

■ '통합론' 잠수 vs. 재연소?...국정감사 관전 포인트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이 회장의 '산은·수은 병합론'이 폐기됐다는 뜻으로 보지 않는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 회장의 통합론은 거의 청와대-여권 일부 인사들의 배경에서 비롯된다"면서 "물론 시기적으로 집권 3년차에 진행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진단했다.

이번 산은‧수은 통합안의 이 회장의 논리는 '원전(原典)'이 따로 있다. 수은 금융감독원장에 취임한 지 14일만에 사퇴한 김기식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 더미래연구소 정책위원장이 지난해 11월 내놓은 ‘정책금융기관, 통합형 체제로의 근본적 개편이 필요하다’ 연구보고서다. 이 보고서의 골자는 산은과 수은, 무역보험공사, 중소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주택금융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 등 8개의 기존 조직을 자회사로 두는 지주회사 체제로 정책금융기관들을 통합·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정책위원장은 “모든 정책금융기관이 동일한 위험부담을 지는 상황에서는 (리스크가 낮은) 대기업 여신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다”며 “정책금융기관의 통합·관리를 꾀하지 않으면 정책금융기관의 대기업 여신규모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런 만큼 통합으로 불합리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다.

청와대 측은 산은과 수은 합병 제안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예의주시는 하고 있다. 일단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의견”이라는 반응이다. 선을 그어 논란의 확대를 원치 않는다는 분위기지만 '복안'은 드러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 회장이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등 문재인 정부의 핵심인사들과 그동안 전반적인 경제적 교감은 물론 교류와 공감대를 이어 왔다는 점은 간과할 수 없다. 이를 바탕으로 청와대와 여권 일각 에서 정책금융 지원의 중복-비효율을 해결하기 위해 관련 공공기관 구조조정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의 '전초단계'가 진행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는 이유다.

특히 이 회장은 최근 산업은행의 향후 밑그림을 기업 구조조정에서 중소·벤처기업 지원으로 바꾸는 작업에 중점을 두고 있다. 구조조정 전담 자회사인 KDB인베스트먼트를 설립, 산업은행의 출자기업 관리 기능을 축소하는 동시에 올해 초부터 대우조선해양과 아시아나항공 매각, KDB생명 매각에 힘쓰는 등 산은의 근본적 체질 전환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덧붙여 이 회장은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숨기지 않았다. 지난 7월 ‘넥스트라이즈 2019’에서 “구조조정이 과거의 숙제라면 혁신창업은 미래의 숙제”라며 “이제는 혁신성장에 산업은행의 역량을 집중해 미래사업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직접적으로 말한 바 있다.

산은·수은 통합 논란과 맞물려 이번 국정감사와 정기국회를 앞두고, 산은의 현재와 미래, 숙제에 대해 정치권이 이 회장과 산은에 어떤 질문이 던질지, 그리고 이 회장과 산은이 어떻게 답을 할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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