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산 전기버스 부품 수입으로 국산차 가격 올라
업계 “내수 시장 확보 위해 부품업체부터 지원해야”

중국산 전기버스가 국내 친환경버스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형근]
중국산 전기버스가 국내 친환경버스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형근]

 

[중소기업투데이 이형근 기자] 저가의 중국산 버스가 국내 시장에서 환경부 친환경차 보조금까지 받으면서 가격 경쟁력을 갖춰 국내 전기 버스 시장을 흔들고 있다.

전기버스 모델 아폴로 시리즈를 출시한 우진산전은 25일 "2019년 현재까지 모두 35대밖에 수주해 인도했을 뿐"이라며 "수익면에선 좋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국내 기업이 고전하는 원인은 전기차 핵심부품을 수입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이다. 주요부품인 모터와 인버터, 엑셀레이터로 대부분 고부가가치 제품이고, 거의 해외에서 조달하는 탓에 국내산 완성 전기버스 1대 가격은 중국차에 비해 1억원 정도 높아 경쟁력이 떨어진다.

따라서 국내 전기버스 개발업체들은 국책과제 및 자사 프로젝트로 전기차 핵심부품 국산화 및 단가 절감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 6월 자동차공업협회는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간담회에서 “중국산 자동차가 환경부가 책정한 친환경차 보조금의 40%를 가져가 국내업체들에게 피해를 준다”면서 제도 개선을 강력히 건의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서울시는 노선용 전기버스 29대 입찰에 참여해 중국산 '하이거'사가 출시한 10대를 수주했다. 올해 9월초 106대의 입찰을 실시해 BYD, 하이거, 제이제이모터스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고 한국쪽 사업자로는 현대자동차, 에디슨모터스, 우진산전 등이 선정됐다. 이들은 각 버스 회사와 계약뒤 12월 20일까지 차량을 인도할 계획이다. 

가격은 현대차를 비롯한 국내사가 4억원대 중국업체는 3억원대로 1억원의 벽을 넘지 못했다. 시는 고시가격인 3억 9600만원 보다 낮게 책정하면 국고나 지자체 지원금을 낮추거나 AS 등도 점검 사항에 넣도록 했다. 서울시는 1개사 쏠림을 막기 위해 운수회사에서 2개 회사를 선택하도록 하는 등 다양한 보호 장치를 만들었다. 

문제는 앞으로다. 서울시는 2025년까지 총 3000대의 친환경버스 도입계획을 세우고 있다. 서울시는 시가 차지하는 상징성 때문에 중국버스회사에겐 중요한 자리이다. 앞으로 지역 광역시로 진출할 발판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만큼 전기버스 사업을 시작한 국내기업에겐 중요한 기회의 땅이다. 

현재 국내 전기버스를 개발하는 기업은 현대차와 자일대우 등 대기업을 비롯해 에디슨 모터스, 우진산전 등 중견기업까지 새 시장에 뛰어든 상태이다. 중국 버스가 상대적으로 우수한 신뢰성으로 승부하다 보니 업계에선 “전기차 사업에서 철수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는 말까지 나온다.

전기차 개발-생산 기업들은 “시장성과 성능을 모두 갖춘 중국과 갓 첫 발을 뗀 한국과의 경쟁은 어른과 애 싸움 같다”면서 “할 수 있는 일은 제품 안정화와 단가 인하를 이뤄 중국과 경쟁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A전기버스 제작사는 “개발과정에서 실패하거나 규격이 변경돼 폐기된 제품은 모두 악성재고로 남아 경영에 어려움을 준다”면서 “핵심 부품의 30%를 수입에 의존하다 보니 기술 개발 비용부터 난관"이라고 볼멘소리를 냈다. 전기차 핵심부품은 모터, 인버터 등인데 마땅한 품질의 국산품을 찾지 못해 독일 지멘스에서 수입하는 등 비용부담이 커지기만 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B업체는 “어느 전기차 회사는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값비싼 중국산 부품을 조립해 생산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면서 “정부가 중국차 진입을 막기 위해 배터리 국산화 등 규제를 하고 있지만 그들은 규제망에 이미 적응한 상태”라며 "규제 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체들이 생존할 수 있도록 국내 기업체들 눈높이에 맞는 지원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C업체는 "차량 안정화, 즉 정시 상업 운행을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중국의 전기차 '식민지'로 전락하는게 아니냐"며 국산 경쟁력 강화 지원을 촉구했다.

업계는 가장 큰 문제점을 “개발 적기를 놓친 것이 독이 됐다”는 것에 입을 모았다. 차량 개발을 지휘하는 A사 모 임원은 “중국은 부품 개발 때부터 차량 구매까지 모든 걸 지역 정부에서 지원했다”면서 “보급 초기에는 발주만 해도 과다한 보조금을 받았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면서 중국의 사례를 들었다. 그는 “중국의 경우 차량 부품 품질 및 공급이 안정화 되면서 보조금 규모를 줄였고, 그 사이  규모의 경제로 1년에 10만대의 전기버스를 만들면서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지난 2004년 개발한 전기자동차가 장애를 일으키자 운행 중지를 시켰다”며 “만약 그때 우리도 원인을 조사하고 개선해 지속적으로 운영했다면 '중국판 버스공습'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앞으로 전기버스를 포함,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산이 우리나라를 압도할 가능성이 큰 만큼 국내 전기차 생산업체는 물론 중소 부품업체들과 정부 간 소통과 협업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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