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평 칼럼] 부끄러움에 관하여
[장태평 칼럼] 부끄러움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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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평 더푸른미래재단이사장(전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장태평 더푸른미래재단이사장(전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지난 번 ‘공유경제에 관하여’를 쓰면서, “공유경제는 대중이 주인공으로 참여하는 대중경제다.”라고 하며 대중을 ‘Cloud’로 표현하는 실수를 했다. ‘Crowd’라고 했어야 했다. 실수를 아는 순간 얼굴이 화끈거렸다. 부끄러웠다. 우리는 가끔 실수를 한다. 프로 선수들이나 공연자들도 결정적인 순간에 실수를 해서 관객들을 실망시키는 때가 있다. 그런 후 당사자는 두고두고 부끄러워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절망도 하게 된다.

부끄러워하는 마음에는 수치심과 죄책감이 있는데 이는 유사하게도 쓰이지만, 다르다. 수치심은 옷을 벗은 채 많은 사람들 앞에 선다든가 공연자가 정식 공연에서 실수를 할 때, 주위의 시선을 의식해서 일어나는 감정이다. 죄책감은 도덕이나 법을 어겨 양심에 어긋났을 때, 그 양심에 비추어 일어나는 감정이다. 그런데 이런 부끄러움을 유발하는 행동은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한 것으로 구별되어 기준화 된 것들이다. 이런 기준들에는 강제력이 약해 어느 정도 허용되는 것도 있고, 더욱 강해져서 사회적 에티켓, 윤리, 도덕으로 발전된 것들도 있다.

부끄러워하는 마음은 인간만이 가진 감정이다. 이 감정은 인간을 위축시키고, 발전을 저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오히려 공동체의 행동규범을 제시하고, 인간의 능력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부끄러워하는 마음은 옳고 그름에 대한 올바른 기준이 있어야 가능하다. 가치관이 확고하지 않으면 스스로 성찰하여 부끄러움을 알기가 어렵다. 또한 다른 사람에 대한 예의가 없고, 양심이 살아 있지 않는다면 부끄러움을 느낄 수 없다. 맹자는 옳고 그름에 기초해 일어나는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바로 도덕적 인격을 완성하는 출발점이라고 했다. 부끄러움을 알면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얼마 전 조국 법무부장관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있었다. 많은 의혹들이 제기되었다. 딸이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고등학생 신분으로 대학 교수가 쓰기에도 힘든 전문적 논문의 제1저자로 등재되었다. 사실이 의문되는 봉사활동 및 학술활동과 조작이 의심되는 상장을 대학 입시에 활용하였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딸의 성적이 충분하지도 않고 재력이 있는데도 계속해서 장학금을 받았다. 사모펀드의 경우에도 가족들로 구성된 투자자들과 그 펀드가 투자한 내용이 의문스럽다. 가족이 운영하는 학교법인과 관련해서도 의문이 있다. 현재 이런 의혹들에 대해 검찰이 광범위하게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 수사대상에 있는 사람이 검찰을 지휘할 수 있는 법무장관에 임명된다는 것은 문제가 많다. 그런데 대통령은 임명하였다. 야당과 많은 국민들이 놀라고, 장관직 사퇴 및 불신임 등을 추진하고 있다.

본인은 의혹의 내용들을 대부분 몰랐다고 증언했다. 그리고 가장으로서, 아버지로서 부족했다고 인정한다며,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에서 제가 ‘제가(齊家·집안을 다스림)’를 잘 못했다는 부분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제가’의 家는 원래 가문을 의미하는 것이며, 부인과 딸의 문제는 오히려 ‘수신’의 문제라 할 수 있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잘못이다. 이런 상황에서 본인이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은 자신의 수양이 덜 되고 가치관이 잘못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지도자는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없음을 부끄럽게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학자와 지도자에게는 명분과 도덕이 목숨보다 더 중요하다. 여기에서 벗어나면 부끄럽다. 부끄러움을 느낄 수 있어야 양심과 정의가 살아 있다는 증거다. 그리고 자신을 반성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인사청문회는 후보자의 도덕성과 능력을 본다. 도덕성을 보는 이유는 인간의 모든 행동은 그 ‘사람됨’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수신(修身)’ 앞부분에 마음을 바로 하는 ‘정심(正心)’이 있는 이유이다.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하는 사회는 희망이 없다. 이번 사태에서 국론이 양분될 이유가 없다. 우리 편이라 해도 옳지 않은 것은 부끄러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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