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박철의 중소기업투데이 대표

박철의 본지 대표‧발행인
박철의 본지 대표‧발행인

1992년도에 터진 LA 폭동사태 때다. 당시 美 사법당국과 언론은 연일 사건의 본질은 외면한 체 한흑(韓黑)갈등에 따른 여론몰이를 하고 있었다. 50대 초반의 한 이방인은 울분을 삼켰다. 사건의 본말이 전도됐다는 이유에서다. LA폭동은 고속도로에서 현지 백인경찰들이 흑인 운전자에게 집단폭행을 가하면서 시작된 사건이다. 결국 폭동은 ‘한인타운’으로 불똥이 튀었고 한인들의 물적 피해만도 대략 3억5000만 달러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후유증을 남겼다. 그 이방인은 “이민사회에서 나만 잘 살겠다고 비겁하게 살지 않았나”라고 수없이 자책을 했다고 한다. 1986년 50세가 넘은 나이에 듀라코트를 창업한 홍명기 씨의 이야기다.

홍명기 씨는 “당시 부시 대통령은 물론 연방정부 및 주정부 관계자들이 직접 LA한인타운을 방문했지만 한인사회의 입장을 제대로 전달할 동포 한 사람 없다는 사실에 땅을 쳤다”고 회고한 바 있다. 이후 홍명기 씨는 한인정치인 양성을 필생의 화두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밝은미래재단을 창립해 지금까지 100억원이 훨씬 넘는 돈을 기부했다. 김창준 전 연방 하원의원, 강석희 전 어바인 시장 등 그가 길러낸 정치지도자들은 손가락으로 셀 수 없다. 이것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자신의 회사를 매각한 자금으로 ‘M&L HONG 파운데이션’을 설립했다. 대략 수천억원을 차세대육성사업으로 출원할 예정이다. 최근 국난이라고 일컬어지는 한일무역전쟁 국면에서 그의 행보가 빛나는 이유다.

강제징용 배상문제로 시작된 한일간의 무역전쟁은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에서 일본의 영향력은 실로 한국과 비교할 때 조족지혈이다. 일본의 대표적인 대미로비창구로 알려진 사사카와평화재단(SPF)의 연간 예산은 대략 5억달러로 알려졌다. SPF는 수많은 미국의 싱크탱크 프로젝트·세미나·강연·포럼 등을 활발하게 지원하여 수많은 친일(親日)파를 양성해왔다. 일본 정부가 공식적으로 지원하는 대미 로비창구는 별도다.

반면 우리는 어떤가. 연간 20억원 가량의 정부 예산이 지원되고 있는 한미연구소(USKI)마져 예산의 불투명한 집행에 따른 정체불명의 조직이라는 비판에 휩싸이면서 지난해 문을 닫은 것으로 알려졌다. 2006년 노무현 정부 때 KIEP와 한국국제교류재단(KF), 주미대사관 등의 주도로 한미관계 개선과 네트워크 강화 차원에서 설립된 조직이다.

1900년대 초 루즈벨트 대통령시절부터 본격화된 일본의 대미로비를 우리가 지금 대등한 선으로 끌어 올릴 수는 없다. 그렇다면 앞서 언급한데로 미국에서 한상(韓商)네트워크와 자본 등을 이용한 대미로비를 고민해 보면 어떨까. 정부가 물론 정치적 행정적 지원을 해줘야 함은 불문가지.  미국의 정치권과 주류사회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홍명기씨를 비롯한 한상들이 적지 않다. 중국이 화상(華商)을 이용해 G2국가로 발돋움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지난 8.15경축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G6국가 진입을 언급했다. 하지만 한국정부가 한상(韓商)의 인적네트워크와 자본을 활용하지 않는 한 한국의 G6의 진입은 불가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의 대중소기업 비율이 9988로 이해되듯 한상 역시 이 범주에서 벗어나고 있다. 다시말해 한상은 중소기업비중이 절대적이라는 말이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국내 중소기업을 대표한다는 수많은 단체들은 한상들과의 네트워크 강화에 소홀했다는 적잖은 비판을 받아왔다.

이런 가운데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이 한상들과의 접촉을 강화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7월 7000여명의 회원에 2만여명의 차세대와 네트워크를 가진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와 MOU를 체결, 중소기업의 해외진출을 위한 시동을 걸었다. 이와 관련, 우선 오는 10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한인경제인대회와 여수에서 열리는 한상대회에 중소기업대표단을 이끌고 참가하기로 했다. 국내 중소기업과 한상네트워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시점에서 김기문 회장의 행보에 기대를 거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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