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적 지배구조 개선 기대, 경영진·주주 반대 여전

[중소기업투데이 장영환 기자] 최근 금융권 채용비리 문제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내부 견제시스템 강화를 위해 경영진 압력에서 자유로운 ‘노동이사제(노동자 추천 이사제)’를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다.

KB국민은행 노조와 KB금융지주 우리사주조합으로 구성된 KB금융 노동조합협의회(KB금융 노조)는 지난 2월7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KB금융지주 정관 개정 및 사외이사 후보 추천 주주제안 기자회견’을 열고,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51)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신한은행도 이달 안에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한다는 계획이다. 유주선 신한은행 노조위원장은 “조합원 1만명 이상의 위임을 받아 최소 한 명 이상의 사외이사를 추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다른 은행 노조들도 사외이사를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노동이사제’는 노동조합이 이사를 선임해 이사회에 파견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노동이사의 이사회 진입까지는 변수가 많다. 경영진과 주주를 설득해야 하는 과제와 더불어 우리사주조합을 포함한 지분확보와 의결권자문회사의 평가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KB금융 노조는 앞서 지난해 11월 임시 주총에서 하승수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했으나 찬성률 17.78%로 부결됐다. 당시 지분 70%에 육박하는 외국인들이 노조의 경영 참여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던졌다.

금융권 노동이사의 필요성은 정치권과 금융당국에서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30일 “최근 금융권 채용비리는 대표이사 등 (경영진)을 통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특권과 반칙을 용납하지 않는 공정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노동이사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금융당국도 금융사 최고경영자(CEO)의 ‘셀프연임’ 등을 견제하기 위해 노조의 사외이사 추천제 도입을 사실상 권고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노동이사 한두명 때문에 경영권의 혼란을 겪게 된다는 주장은 과장이다. 오히려 노동이사를 통해 경영진의 제왕적 지배구조와 채용비리 등의 문제를 견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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